Tradition and In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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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 2015

에디터 배미진

“누군가가 그들의 전통에 얽매일 때, 다른 누군가는 전통에 근거한 혁신을 꾀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 블랑팡은 전통적인 워치메이킹 기술에 대한 존경심에서 기인한 ‘지속적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정확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_CEO 마크 A. 하이에크(Mark A. Hay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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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 블랑팡(Blancpain)
전통과 혁신을 사랑하는 시계 예술의 선두 주자, 블랑팡. 1735년 탄생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라는 명성을 지닌 블랑팡은 시계 마니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며 품격 있는 시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를 대표하는 핵심 브랜드이자, 스와치 그룹의 기틀을 잡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초기 브랜드이기도 하다. 전지로 작동하는 쿼츠 워치 파동 속에서 기계식 시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블랑팡이다. 최초의 시계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블랑팡의 역사를 설명하자면 스위스 기계식 워치의 역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18세기 당시 루이 14세 치하에서 박해받던 프랑스 프로테스탄트(마틴 루터를 시작으로 츠빙글리, 칼뱅 등으로 대표되는 신교. 실용주의와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해 스위스가 기계식 시계의 중심이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라 불리는 이들은 스위스의 서쪽 지역으로 피란을 갔고, 이 중 일부가 뇌샤텔 산자락 뒤에 자리 잡은 빌레레 지역에 정착했다. 깊은 산골 마을인 이곳에서 농부, 열쇠공, 염색공은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워치메이킹에 관심을 두었는데, 여기서 바로 블랑팡 설립자 예한-자크 블랑팡(Jehan-Jacques Blancpain)이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물론 이전에도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워치메이커가 있었지만, 브랜드 이름을 각인해 기계식 시계를 프랑스에 처음 수출한 것이 블랑팡이기에 시계 역사에서 블랑팡을 ‘최초의 시계 브랜드’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위대한 시계 브랜드의 시작은 소박하고도 진실했다. 창립자는 가족 농장 1층에 작업실과 공장을 만들었는데 이후 1932년 7대손인 프레데리크-에밀 블랑팡(Fre´de`ric-Emile Blancpain)이 타계하기까지 2백여 년간 블랑팡은 가업을 이어가며 브랜드의 역사를 쌓아나갔다. 스위스 시계 역사의 중심에서 흔들림 없이 두 세기를 이어나갔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이후 50년간 성실한 워치메이커들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브먼트를 장착한 여성 워치인 레이디버드(Ladybird), 모던한 다이버 워치의 원형인 피프티 패덤즈(Fifty Fathoms)처럼 시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기틀을 공고히 해 지금의 브랜드 가치를 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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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혁신을 모두 담은 빌레레 컬렉션

그중 이번 칼럼에서 소개할 블랑팡 워치는 빌레레(Villeret) 컬렉션이다. 블랑팡이 탄생한 지명에서 유래한 이 컬렉션은 이름처럼 브랜드의 얼굴이자 심장이다. 새하얀 에나멜 다이얼에 익살맞은 표정을 표현한 문페이즈와 가독성이 뛰어난 로마자가 상징적인 클래식 워치 빌레레 컬렉션은 블랑팡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아이콘이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만이 구현할 수 있는 그랑 푀(grand feu) 기법의 에나멜 다이얼은 순백의 영롱함을 표현하며 빌레레 컬렉션의 가치를 드러내는 결정적인 요소다. 화이트 에나멜을 여러 번 덧칠해 고온의 오븐에 반복해서 구워내 단단한 다이얼을 만드는 이 기법은 전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데다 내구성을 높인다. 에나멜 페인팅 기법을 사용한 로마자 인덱스 역시 품격을 더한다. 날렵한 나뭇잎 모양의 시침과 분침은 독특한 곡선 형태로 가독성을 높여 시계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하는 디테일이다. 까다로운 기계식 시계의 기능을 품은 디자인임에도 스위스 시계의 품격을 그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요소가 ‘우아함’이라는 기틀 안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브랜드의 핵심적인 요소인 전통과 혁신을 모두 품은 빌레레 컬렉션은 블랑팡의 대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빌레레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시계 예술에 대한 블랑팡의 집념과 정확성에 대한 가치, 진보한 기술을 모두 갖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8일간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파워 리저브, 3백79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셀프와인딩 칼리버 5939A는 2100년까지 따로 조정할 필요가 없는 놀라운 캘린더 기능을 갖췄다. 4년마다 달라지는 2월의 길이, 매월 달라지는 마지막 날짜까지 모두 별도의 조작 없이 작동한다. 날짜가 달라지면 시계를 분해해서 조율해야 하는 기존 퍼페추얼 캘린더와는 달리 날짜와 요일, 월, 문페이즈 인디케이션을 조정할 수 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뒷면에 위치한 언더-러그 코렉터(under-lug correctors)를 통해 이 모든 세심한 동작을 조율할 수 있기에 시계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와 동시에 전통과 혁신을 한자리에 모은 블랑팡의 유산을 또 하나 꼽자면 까루셀(carrousel)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투르비용과 메커니즘이 동일하고 모습과 기능도 비슷한 무브먼트지만 보다 클래식하고 고전적인 기술을 담은 부품이다. 투르비용은 시계 다이얼 위로 끊임없이 회전하며 중력의 영향을 줄여 오차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투르비용은 배럴에 단 하나의 기어 트레인으로 연결되어 회전을 멈출 가능성이 큰 데 비해, 까루셀은 2개의 기어 트레인으로 연결되어 있어 안정성이 보다 높다. 이 까루셀 기능은 블랑팡에서 특허를 내 현재 블랑팡에서만 사용하고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블랑팡은 빌레레 컬렉션에 까루셀 기능과 문페이즈를 함께 담은 아이코닉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는데, 세계 최초로 플라잉 까루셀 형태를 고안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사실 문페이즈 역시 1980년대 초반 블랑팡이 시계 다이얼에 다시금 사용하면서 주목받았다. 최근 남성과 여성 워치 모두 문페이즈 워치가 트렌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기계식 시계의 다양한 요소에 블랑팡의 혁신적인 시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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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블랑팡 1735 컬렉션
기계식 시계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복잡성은 피라미드의 가장 최상위를 차지하는 요소다. 블랑팡은 1991년, 창립 연도인 1735년에서 이름을 딴 블랑팡 1735 모델을 발표해,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오토매틱 와인딩 손목시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0년대 전지로 시간을 표시하는 쿼츠 워치의 등장으로 스위스 워치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지만, 블랑팡은 문페이즈부터 크로노그래프, 스플릿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여섯 가지 마스터피스를 한꺼번에 소개하며 기계식 시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오직 태엽의 힘만으로 이 수많은 기능을 구현하는 기계식 시계의 가치를 한데 응집한 단 하나의 시계, 1735 컬렉션을 완성하게 된 것. 3명의 워치메이커가 6년에 걸쳐 이 워치를 완성했다. 이는 블랑팡이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735년부터 지금까지 2백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블랑팡은 기계식 시계의 가치와 예술성을 대중에게 전하고, 혁신을 거듭하며 그 유산을 이어나갔다. 피프티 패덤즈로 다이버 워치의 명가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기계적인 요소를 여성적인 아름다움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여성 컬렉션도 블랑팡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다. 클래식한 빌레레 컬렉션으로 브랜드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한 것은 물론 포켓 워치, 까루셀의 재현, 한정 수량만을 제작하며 하이엔드 워치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것 역시 블랑팡이다. 기계식 시계 역사의 대들보가 되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할 블랑팡이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워치에 대해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문의 02-6905-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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