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리게, 휴식의 본질을 정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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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4, 2026

글 임나정(발리 현지 취재)

때로는 유행의 흐름이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느껴지곤 한다. 체득하기 무섭게 다음을 좇는 트렌드에서 잠시 해방되고 싶은 순간, 우리는 훌쩍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발리 스미냑 해변의 가장 조용한 끝자락에 자리한 더 르기안 스미냑 & 더 클럽 바이 르기안(The Legian Seminyak & The Club by The Legian)은 ‘진정한 쉼’을 찾는 이들에게 휴식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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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고 싶은 이들은 스미냑으로 향한다. 현지에서도 수준 높은 쇼핑과 미식, 관광이 한데 어우러진 것은 물론, 발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핑과 요가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지리적으로도 이점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해변을 따라 밀집된 비치 클럽과 아기자기하게 늘어선 부티크, 로컬 맛집부터 근사한 다이닝까지 두루 즐기다 보면, 어느덧 일몰의 장관이 펼쳐진다. 겨울의 칼바람이 매섭던 어느 날, 따스함을 찾아 떠난 발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더 르기안 스미냑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이번 트립을 대하는 필자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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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30여 분간 이동하며 현지의 이국적인 풍경에 젖어들 때쯤 도착한 호텔에서 마주한 외관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인도양을 향해 낮고 길게 펼쳐진 프로퍼티가 호텔 특유의 위압감을 주는 대신, 주변 경관을 자연스레 흡수하며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아시아 현대 호텔 디자인의 거장 자야 이브라힘(Jaya Ibrahim)의 작품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객실과 공용 공간 어디에서든 바다와 하늘, 그리고 수평선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체크인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 또한 남달랐다. 잉어들이 유선형을 그리며 자유롭게 노니는 연못 위로 돌담 길을 조심스레 따라가다 보니 은밀한 로비가 나왔다. 이러한 형태의 복도는 숙박하는 내내 마치 수행을 하는 것처럼 여유로운 발걸음을 유도하며 차분한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었다.
마침내 당도한 객실 또한 궤를 함께했다. 대리석과 원목, 천연 패브릭의 조화를 필두로 한 젠 무드의 인테리어는 언제 방문해도 촌스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유행과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클래식임과 동시에 지극히 발리스러운 면모가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보다 프라이빗한 공간이나 가족 여행을 위한다면 더 클럽 바이 르기안도 훌륭한 선택이다. 호텔의 한 동이 아닌, 완전히 분리된 빌라형 숙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 전용 수영장과 정원, 24시간 전담 버틀러 서비스까지 제공해 극강의 편리함을 만끽할 수 있다.
숙소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어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곳의 레스토랑은 호텔 앞 인도양을 바라보며 식사하도록 설계됐다. 계단식 인피니티 풀과 해변의 모래사장 너머 수평선이 이어진 듯 환상적인 전망이 펼쳐지는데,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노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나니, 마치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비현실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발리와 인도네시아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부터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지중해식 요리까지 맛볼 수 있는데, 다양한 와인과 페어링하기에도 그만이었다. 해가 지고 시야가 어두워지자, 바로 정면에 위치한 바다의 파도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자연과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 고요한 시간에 비로소 진정한 쉼이 체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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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조식은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클럽 라운지에서 이루어졌다. 로비로 내려오면 세심한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자연스레 버기를 타고 식사 장소에 다다르게 된다. 가슴을 탁 트이게 해주는 청록색 수영장 옆에 자리한 이곳이 호텔의 메인 식사 공간. 발리 전통 음식 베이스의 간단한 푸드와 다채로운 과일, 수프 등이 뷔페로 준비되어 있고, 아침을 든든하게 만들어줄 플레이트 또한 자유롭게 주문 가능하다.
스파 역시 더 르기안 스미냑이 추구하는 고요함의 연장선에 있다. 발리 전통 치유 철학을 기반으로 구성된 트리트먼트는 지친 몸과 마음을 천천히 이완하며 완전한 치유를 돕는다. 그 밖에도 엄선된 강사진의 요가 수업과 명상, 전문 트레이너를 갖춘 피트니스 센터 등 서두르지 않고 온전히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더욱 만족스럽다.
더 르기안 스미냑에서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움직인다. 1996년 개관 이후 단 한 번도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절제되고 완성도 높은 호텔의 본질에 집중해왔다. 공간을 채운 모든 요소 또한 결을 함께한다.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환대로 편안함을 선사하는 직원들의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 배려’를 추구하는 호텔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발리 도시의 중심에서도 나만의 속도로 진정한 휴식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었던 이유다.






Umana & Seminyak

01. Umana 우마나_발리 최남단에서, 럭셔리 파라다이스 보러 가기
02. Seminyak 스미냑_조금 느리게, 휴식의 본질을 정의하다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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