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분더샵은 여러 명의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방문한, 한국에서도 이례적인 개념의 편집숍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이 바라본 분더샵의 첫인상은 어떠한가? 처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본 분더샵의 웅장한 위용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패션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한 공간이 무척이나 흥미롭네요. 이러한 곳에 저의 첫 번째 산토니 RTW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입니다.
Q 클래식한 디자인에 최상의 퀄리티를 갖춘, 이탤리언 럭셔리 슈즈 브랜드로 잘 알려진 산토니. 남성 전문 슈즈 브랜드를 여성화뿐 아니라 패션 토털 컬렉션으로 확장하는 데 고심한 부분이 무엇인지. 산토니의 새로운 목표는 전통과 패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맡으며, 산토니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오늘날에 맞는 모던하고 컨템퍼러리한 룩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기존 산토니의 패브릭과 정교함, 퀄리티는 그대로 지닌 채 조금 더 유니크한 패션 센스를 슈즈 외 패션 아이템에도 접목해, 라인을 확장하는 시도를 한 것이죠.
Q 이번 컬렉션 론칭을 위해 디자인의 영감이 된 밀라노를 담은 책을 함께 선보였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 매체를 통한 화려한 영상이 아닌 ‘책’을 통해 컬렉션을 소개한 점이 흥미롭다. 그 이유는? 디지털 매개체를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루트를 선택한 건 바로 브랜드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서 잠깐 주목받고 소모되는 콘텐츠가 아닌, 오랫동안 남는 지속성에 중점을 둔 것이죠. 분더샵과 같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총망라한 곳에 이 책이 놓인다면, 소비자가 여타 패션 브랜드와는 차별성이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요? 또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고요. 이처럼 산토니 컬렉션을 한 시즌이 지나고 끝나는 순간적인 것이 아닌, 수년이 지나도 옷장 속에 자리 잡는 지속성 있는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함이기도 하고요.
Q ‘산토니 에디티드 바이’ 프로젝트의 디자이너이자 편집자를 맡았다. 편집자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밸런스를 찾는 것입니다. 이번 산토니 RTW 컬렉션에 영감을 준 이탈리아의 정신과 특유의 색감, 에센스를 녹이기 위해선 디자이너로서 패션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저만의 시선이 담긴 에디팅이 필요했죠. 이 책에 지나치게 패션적인 것만 주입하지 않고 이탈리아 특유의 미에 대한 감성을 함께 담아내길 원했습니다. 또 이번 컬렉션 자체가 대규모가 아닌, 퀼팅 재킷, 보머 재킷, 더블브레스트 재킷 등 소수의 클래식 피스만 선보였기에 진행 자체가 규칙이 잘 잡혀 있어야 했죠. 분위기에 맞는 컬렉션 피스를 선별해내야 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디자이너의 편집자 역할이 꼭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