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럭셔리 웰니스의 흐뭇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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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 2025

글 고성연(오사카 현지 취재)

파티나 오사카(Patina Osaka) 호텔

‘물의 도시‘라는 수식어를 지닌 오사카는 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간사이 지방의 관문 도시다. 그런데 일본의 주요 도시치고는 브랜드만으로도 언뜻 호기심을 자아낼 정도의 럭셔리 호텔은 많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아무래도 천 년 고도인 교토에 몰려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반세기 만에 다시 열린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를 계기로 새 얼굴들이 등장하면서 도시의 호텔 풍경을 제법 흥미롭게 바꿔놓았다. 호텔업계는 줄지어 입장하는 엑스포 방문객들 덕분에 쾌재를 부를 만한 특수를 누렸지만, 그중에는 반짝 호황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을 여행자의 공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지난 5월 모습을 드러낸 이래 차근차근 존재감을 쌓아가고 있는 파티나 오사카(Patina Osaka)는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유심히 봐둘 만한 참신한 럭셔리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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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로벌 호텔업계에서 예의 주시받고 있는 카펠라 호텔 그룹에서 웰니스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결의 럭셔리 브랜드로 선보인 파티나(Patina). 파티나 오사카는 몰디브에 이은 두 번째 주자다. 2백21개 객실과 스위트룸을 품은 21층짜리 뉴 페이스 호텔이 내세우는 가장 두드러진 특장점은 ‘전망’이다. 20층에 자리한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하면서 고스란히 첫인상이 되기도 하는 도시의 명물인 오사카 성이 한눈에 차르륵 감겨 들어온다. 고혹적인 성의 자태는 스파, 피트니스,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데, 성을 내려다보며 가만히 감상하노라면 작은 인형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총총걸음으로 오가는 동선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관람을 반쯤 마친 듯한 기분이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시야를 선사하는 전망을 더 자주 누리고 싶은 여행자라면 객실 선택 시 ‘캐슬 뷰’를 찜할 만하다. 오사카 성과 더불어 울창한 녹색의 스펙트럼이 찬란하게 펼쳐지는 나니와노미야 공원도 파티나 오사카에 힐링의 감성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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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 품은 곡선과 소재를 투영한 디자인의 미학
이처럼 호텔이 벗하고 있는 자연은 단지 전망을 넘어 내부 공간으로도 깊숙이 들어와 있는 영감의 원천이다. 숨통을 확 트여주는 시원한 전망이 곳곳에서(사운드 아티스트 데본 턴불의 기기로 음악 감상이 가능한 리스닝 룸, 라운지, 상당수의 객실 등) 마치 병풍처럼 감싸주는 가운데, 파티나 오사카의 내부는 새 호텔다운 싱그러움을 품은 채 주목할 만한 강점을 차근차근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온 요소는 ‘곡선’이다. 전반적으로 나무 톤을 입히거나 목재를 써서 밝고도 다정한 분위기를 토대로 유려한 ‘선의 미학’이 스며들어 있다. 20층 라운지와 스페인 레스토랑 이나키가 있는 19층을 이어주는 나선형 계단이라든가 고운 곡선을 띠는 가구와 작은 오브제는 현대적이면서도 어딘지 자연스러운 안정감을 자아낸다. 심지어 욕실의 작은 선반 모서리, 욕조에 놓는 독서대까지 날카로운 직각이 아니라 둥그스름하다. 자연에 직선은 없다고 했던가. 실제로 호텔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준 미쓰이 &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와 스트릭랜드는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오사카 성의 해자(垓子)에 흐르는 물과 지붕을 장식한 동판 등 오사카 성의 건축적 요소를 통합해 유산과 현대성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그다음에는 재료의 미학이 점차 눈에 들어온다. 지역성과 역사성을 존중하는 현지의 소재 활용이라든지 자연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색조,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철학을 두루 읽어낼 수 있다. 호텔 내 소담스러운 식물 정원에서 재배한 채소와 허브 등을 식재료로 쓰는 레스토랑인 ‘P72’의 천장에는 길이가 52m나 되는 나무 조각 ‘뿌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나니와노미야 공원의 나무와 토양에 영감받아 공장에서 나온 폐목재로 만든 작품이고, 이 밖에도 가가와현의 폐선에서 얻은 고철로 만든 꽃병, 세토우치 지역의 돌로 만든 조각 등 공간을 채우는 요소 중 상당수가 지역의 소재와 장인의 솜씨를 조화롭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반영되어 있다. 또 로비 공간의 얼굴 같은 나선형 계단 난간의 소재는 일본식 인디고 염색을 한 종이 ‘와시’다. 일상의 익숙한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담아낸 소위 ‘미다테’ 정신과 전통에 대한 사랑을 지속 가능한 현대성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자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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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 노하우와 첨단 장비의 조화
흥미로운 점은 ‘도심형 웰니스’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제대로 실천하듯 1,400㎡(약 4백23평)나 되는 스파는 첨단 헬스 기술을 적용한 시설을 뽐낸다는 사실이다. 분명 호텔의 다른 공간처럼 스파 역시 고요하고 차분한 공간 분위기를 갖추고 있고, 노련한 테러피스트들의 ‘손맛’ 담긴 마시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요즘 웰니스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각종 첨단 요법을 접할 수 있다는 대조미가 입소문을 타면서 투숙객만이 아니라 외부 손님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축구 선수 황희찬이 자신의 영국 자택에서 애용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크라이오 테라피(극저온 치료법), 고압 산소 요법, 적색광 요법, 적외선 사우나 요법 등 다양한 메뉴를 구비했는데, 단시간 내에 출중한 신체 회복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의 요구에 잘 맞는다.


‘파티나’는 동판 같은 금속 표면이 부식되면서 자연스러운 녹색을 띠는 걸 의미하는 단어다. 달리 말하면 이 녹청(綠靑)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뜻한다. 이 단어가 매우 잘 어울리는 파티나 오사카에는 새 호텔 특유의 어수선함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이뤄나가는 모양새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 공간은 마치 P72의 세분화된 절기를 담은 섬세한 다이닝(미세 계절 요리)의 스펙트럼처럼 요란하지 않게, 이들이 내세우는 ‘기세쓰칸(일본의 계절감을 나타내는 개념)’을 반영하며 천천히 여물어갈 것이다. 다시 찾아갈 즈음이면 공간 곳곳에 묻어나기 시작할 녹청의 고유한 색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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