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ens-esque art furni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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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4, 2017

에디터 고성연

지난 12월 중순, 일시적 정신 질환을 앓았던 미국의 스타 뮤지션 카녜이 웨스트가 공식 행사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LA 현대미술관(MoCA), 패션계 슈퍼 디자이너 릭 오웬스의 가구전 <Rick Owens: Furniture> 전시 장소였다. 19세기 말아르누보풍에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절제된 스타일을 창조해낸,예술적 자아의 극치를 담아낸 듯한 릭 오웬스의 가구 디자인.2007년, 취미로 만들던 가구를 세상에 선보였다가 아트 퍼니처세계에서도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된 그를 서울 도산공원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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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거쳐 간 아티스트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미를 추구하는 장식 양식인 ‘아르누보(art nouveau)’의 영향을 받았다. 불세출의 예술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대표작 ‘절규’나 ‘마돈나’를 보더라도 긴장감 있게 너울대는 특유의 곡선에서 아르누보풍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물론 뭉크는 누군가의 표현대로 ‘장식적인 요소에서 진실한 부분만 남겨 자신만의 건실한 화풍을 발전시킨’ 인물이었지만 말이다. ‘새로운 예술’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기존 예술을 거부하고 참신함을 추구한 아르누보는 유럽과 미국을 회오리처럼 휩쓸었음에도 다분히 형식적이고 탐미주의적인 성향으로 흐르는 바람에 단명하기는 했지만, 오늘날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고유의 매력을 활용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패션 세계에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디자이너릭 오웬스(Rick Owens)의 가구 디자인도 그 대열에 포함되어 있다. 순전히 ‘사적인 탐닉’에서 시작됐다는 그의 가구 디자인 작업은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다. 하나하나도 그렇지만 그가 ‘큐레이팅’을 진두지휘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면모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처럼 빼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아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현대미술관(MoCA)에서 그의 가구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에 앞서 서울을 개인적으로 찾은 릭 오웬스를 만나 가구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10년 차 릭 오웬스표 가구 디자인, 현대미술관에 가다

릭 오웬스를 처음 만나게 된 동기도 사실은 ‘가구’였다. 2012년 서울에서 릭 오웬스의 가구 컬렉션 전시가 열렸는데, 그의 작품 세계에 흥미를 느껴 파리에 간 김에 중심가인 7구에 자리한 그의 자택이자 사무실을 찾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가 한국을 생전 처음으로 찾았는데, 신사동에 자리 잡은 릭 오웬스 매장에서 만난 그는 햇빛이 좋다면서 이내 근처에 있는 도산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산 안창호의 묘소가 있는 아담한 공원이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새로운 도시에 가면 저는 절이나 교회, 또는 그곳의 문화적 배경을 접할 수 있는 장소를 일부러 들르는 편이에요. 현지 사람들의 핵심적인 ‘가치(values)’를 공유하는 곳이니까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그런 가치를 음미하면서 세상 사람들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가는 것 같거든요.” 며칠 되지 않는 짧은 방문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더 나은 나의 반쪽(my better half)’이라고 부르는 아내 미셸 레미와 함께 고궁과 리움(Leeum) 같은 미술관, 수산 시장, 고가구 거리 등을 다니면서 서울의 문화적인 이모저모를 바지런히 ‘섭렵’했다고 했다. 워낙 ‘앤티크’를 사랑하는 그는 한국 고가구와 소품에도 흠뻑 빠졌다고. 자신의 아트 퍼니처가 본인이 디자이너로서 데뷔한 LA의 문화 명소인 현대미술관에 전시된다는 명예로운 희소식에 대해서는 그답게 ‘쿨한’ 반응을 보였다. 원체 화려하게 주목받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기도 하지만, 가구 디자인은 아내인 미셸의 기여도가 워낙 큰 ‘창조적 협업’이기에 자신의 공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실제로 그는 전시 오프닝에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제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고, 소재도 같이 고르지만 미셸은 목재, 대리석 등을 다루는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러 ‘발품’을 팔고 다니면서 매일같이 가구 디자인 작업에 본능적인 에너지를 쏟아왔어요.” 그래서 최근 뉴욕의 매장은 아예 미셸에게 디자인을 부탁했다고.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우아한 카리스마
사실 이 커플은 순전히 개인적인 용도이자 취미로 가구 디자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LA에서 파리로 활동 무대 겸 거주지를 옮기면서 르 코르뷔지에, 브루탈리즘, 아르누보 등 릭 오웬스가 평생에 걸쳐 영감을 받아온 스타일의 ‘융합’ 방식으로 집을 꾸미고 싶었는데, 여러 제약으로 고민하다가 결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스스로 제작하게 된 것. 그러다 2007년 우연히 쇼룸을 단장하는 데 가구를 활용했고, 이를 계기로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세계 각지의 갤러리, 미술관에서 릭 오웬스 브랜드의 아트 퍼니처를 전시하고 소장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용적인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자신들만의 감성과 미학을 반영한 ‘아트’로 접근했기에 상업적인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그래서일까. 그들의 가구 작업은 종종 ‘minimalist goth’라 표현되는 절제된 미학이 돋보이는, 구조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유려한 릭 오웬스의 패션 컬렉션과 비슷한 감성을 품고 있지만 그 정수를 가장 진하고 자유롭게 담아내는 듯하다. 검은색 합판, 설화 석고(alabaster), 콘크리트, 대리석, 사슴뿔, 크리스털, 낙타 털, 스티로폼…. 천연 소재와 저렴한 산업용 재료를 두루 포용하는 다양한 소재의 조합도 그렇지만, 유기적 곡선과 원시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정제된 분위기는 그가 흠모해온 각종 예술 사조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성으로 펼쳐냈다는 느낌을 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게감보다는 볼륨을, 대칭보다는 아름다운 균형미를 추구하면서 유기적인 형태 등 아르누보적인 요소를 빼고는 ‘금욕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데, 그게 묘하게도 굉장히 고혹적이며 뭔지 모를 풍요로움을 자아낸다. 아마도 겸허함을 바탕으로 한 ‘진화’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는 그 자신의 인생 철학과 예술혼이 고스란히 스며든 작업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말하는 진화란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M더 정제시킬 수 있을지,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변화의 흐름에 맞서 우아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이제 50대에 들어선 제가 요즘 초점을 두는 지향점이 바로 ‘중압감 속 슬기로운 대처(grace under pressure)’예요. 이제 ‘생존’을 위해 살아온 인생의 반은 지났으니, 나머지 반은 스스로를 다듬는 ‘정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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