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s Fi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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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5, 2014

에디터 이예진

카피캣이 난무하는 내셔널 브랜드에서 느낄 수 없는 세련된 감성과 정제된 실루엣, 완성도 높은 디테일, 해가 지나도 지루하지 않고 입으면 입을수록 애착이 가는 옷. 이것이 바로 우영미가 이끄는 솔리드 옴므가 급변하는 남성복 시장에서도 건재한 이유다. 파리 컬렉션에서 10년의 역사를 써 내려간 ‘WOOYOUNGMI’와 함께 조용하고 서서히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두 브랜드의 모던한 변화와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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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성복 시장의 새 역사를 쓴 솔리드 옴므
반듯한 커팅과 정제된 실루엣, 예술적인 프린트, 감성 충만한 파리지앵도 매료시킨 세련된 터치로 국내 디자이너 남성 브랜드 중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솔리드 옴므. 디자이너 우영미가 이끄는 이 단단한 브랜드는 단순한 패션 기업이 아닌, 국내 남성복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쓴 보석 같은 존재로 불린다. 국내 디자이너 남성복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1988년에 론칭한 솔리드 옴므는 압구정동에 작은 부티크를 오픈했는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뉴 웨이브 인 서울’을 통해서다. 그때만 해도 젊은 디자이너들은 서울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녀와 친구들은 뉴 웨이브라는, 오늘날 서울 패션 위크의 초석이 된 젊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컬렉션을 함께 펼쳤다. 우영미는 우리나라 최초의 레디투웨어 남성복 디자이너로 이름을 올린 후 오로지 남성복이라는 한 우물만 파며 입지를 다져간 경우다. 남성복 브랜드를 이끄는 여성 디자이너가, 그것도 2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어떤 상황에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구축하며 성장한 브랜드는 솔리드 옴므가 유일무이할 정도다. 후배 디자이너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중요한 본보기가 되어준 것이다. 지난해에는 탄생 25주년을 맞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는 ‘RE:BORN’이라는 콘셉트 아래 2013 F/W 컬렉션을 성대하게 선보이며 기념비적인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솔리드 옴므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과 패션 학도는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회사원들도 가장 입고 싶은 브랜드 중 하나로 꼽는다. 한번 입어본 남자들은 다른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우아한 감성과 세련된 실루엣이 해를 거듭할수록 가치를 더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감독 박찬욱 역시 한 남성 패션 라이선스 매거진과 나눈 인터뷰에서 솔리드 옴므 재킷을 소매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입었지만 편안함과 품위는 그대로라고 밝히기도 했다. 헬무트 랭이나 라프 시몬스를 떠올리게 하는 과장되지 않은 패턴과 정제된 실루엣, 블랙, 베이지, 네이비를 바탕으로 레드와 겨자색을 포인트로 사용한 재킷과 코트가 시그너처 아이템이다. 우영미가 이끄는 브랜드는 솔리드 옴므와 파리 컬렉션에 진출한 자신의 이름을 레이블로 사용한 ‘WOOYOUNGMI’다. 솔리드 옴므와 우영미 모두 남성복을 만드는 여성 디자이너의 독특한 시각이 담겨 있다. 우영미가 그리는 두 남자는 취향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다. 바르고 스마트하며, 감성이 섬세한 남자가 ‘솔리드 옴므’라면, 예술과 패션을 사랑하고 갤러리를 드나드는 트렌디한 남자는 ‘우영미’에 비유할 수 있겠다. 입기 쉽고, 대중적이며 정제된 멋을 담은 옷과 우영미의 글로벌한 감성, 독창성을 드러내기 위한 옷으로 나뉜다. 스타일과 감성은 다르지만, 두 브랜드 모두 옷의 완성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철학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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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프렌치를 사로잡은 WOOYOUNGMI
솔리드 옴므는 우영미의 힘만으로 구축한 독자적인 세계가 아니다. 브랜드가 탄생한 지 2년 후에는 우영미의 여동생 우장희가 합류하며 브랜드에 힘을 보탰다. 섬세하고 보수적인 우영미와 자유롭고 예술적인 성향을 지닌 우장희의 서로 다른 개성이 균형을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국내에서 견고한 기반을 다져가던 그녀들은 현재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1997년부터 프레타 포르테 전시 등을 통해 유럽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후 5년 뒤 본격적으로 유럽 마켓을 겨냥한 새로운 라인을 론칭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그것이 바로 ‘WOOYOUNGMI’의 시작인 셈이다. 두 디자이너는 패션이 문화와 예술처럼 일상생활에 새로움과 기쁨을 준다고 믿는다. 이는 옷에 대한 우영미의 철학과 방향성에 반영된다. 예술과 패션의 공통점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하거나 예술 단체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스웨덴 아티스트 미카엘 요한손과 함께한 2013 F/W 광고 캠페인 작업과 우영미의 패션 철학을 권오상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2013 S/S 광고가 그 예이다. 한국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파리 맨즈 컬렉션에 데뷔한 이후 어느덧 10주년의 역사를 쓴 우영미는 국내 디자이너는 유럽, 그것도 패션의 중심 도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2002년부터 파리에 진출하면서 무모한 시도일 수도 있는 행보를 소신 있게 밀어붙이며 느리지만 탄탄하게 쌓아온 경험이 빛을 발한 것이다. 게다가 2011년에는 우리나라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이 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패션의 변방에서 온 한국 디자이너가 디올, 프라다, 드리스 반 노튼 등 유명 패션 하우스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갖는다. 얼마 전 열렸던 2014 F/W 컬렉션에서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패션 전문 에디터인 수지 멘키스를 비롯해 파리의상조합 회장인 디디에 그랑바흐 등 영향력 있는 프레스와 패션 관계자가 참석해 파리 패션 위크의 빅 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해 보였다. 쇼가 끝난 후 뉴욕 타임스의 패션 디렉터 부르스 패스크(Bruce Pask)는 “입기 쉽고, 고급스러우며, 섬세한 남성을 그려냈다”라는 리뷰를 남겼으며, <지큐 스타일>의 패션 에디터 닉 카벨(Nick Carvell)은 “취향이 다양한 남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코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우영미의 파리 매장은 자국의 브랜드조차 입점하기 힘든 봉 마르셰 백화점에 입점되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파리 명품 패션 거리인 루 세인트 클라우드에까지 스토어를 확장하며 프랑스에만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한 총 4개의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뿐 아니라 밀라노, 영국을 비롯해 뉴욕과 도쿄, 싱가포르 등 약 16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영역을 확고히 하는 긍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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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미가 설계한 남자들의 복합 문화 공간, 맨메이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남자들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우영미는 파리 맨즈 컬렉션에 진출한 지 10여 년째가 되던 해, 압구정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맨메이드’를 열었다. 오픈 당시 우영미의 토털 라인을 비롯해 향초, 화장품, 문구류 등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셀렉트 숍으로 구성했는데, 지난달에는 이 셀렉트 숍 대신 5층에 솔리드 옴므가 안착하며 완벽한 맨메이드 우영미를 완성했다. 새롭게 단장한 솔리드 옴므는 천연 대리석과 볼드한 스테인리스 선반, 행어, 집기 등을 모던하게 믹스한 인테리어로 변화를 주었다. 백화점에 입점한 솔리드 옴므 매장까지 순차적으로 새 옷을 입을 계획. 플래그십 스토어는 문을 열자마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이어지는데, 통창으로 들어오는 빛 덕분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한쪽에는 카페를 마련해두어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게 했고, 아티스트의 작품을 시즌별로 전시하기도 한다. 수익을 내기도 바쁜 이 넓은 공간을 문화에 관련된 이벤트를 위해 할애하는 걸 보니 쇼핑 이상의 경험을 원하는 남자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과 4층에는 우영미의 컬렉션 피스와 커머셜 라인을 비롯해 남자 액세서리의 기본인 슈즈와 가방, 가죽 제품, 맞춤 수트까지 구비되어 있다. 옷을 진열한 방식이 마치 액자에 걸린 작품과 같아 갤러리에 방문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남성복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솔리드 옴므와 파리 맨즈 컬렉션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우영미는 안팎으로 나뉘어 있는 두 브랜드를 트위스트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솔리드 옴므는 더 넓은 해외시장으로, 우영미 컬렉션은 국내에서 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가도록 공략할 계획이다. 묵묵히 한길만 걸어온 우영미가 견고하게 쌓아 올린 이 두 브랜드가 전 세계 남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세월의 흐름과는 무관한 잘 만든 옷이 지닌 힘은 누구에게나 통하기 마련이니까. 문의 02-515-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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