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19 SUMMER SPECIAL] Masterly Tales_Les Baux-de-Prov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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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 2019

글 고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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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경치로 명성이 자자한 알피(Alpilles) 산맥 지역에는 하얀 석회암 바위산 꼭대기 위에 걸쳐져 있는 듯한 마을이 있다. 인구가 5백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 레보드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 중세에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프로방스의 보(Baux) 가문이 만든 난공불락의 요새가 우람하게 버티고 있던, 그 자체로 문화유산인 마을이다. ‘보’ 자체가 ‘바위가 있는’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마을 입구로 올라가면 놀이동산을 연상시키는 아담한 마을 풍경이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모든 걸 축소해놓은 듯한 인형 마을 같지만 나름 구색을 갖추고 있다. 기념품 가게, 식료품 상점, 크고 작은 집들, 레스토랑, 쉼터…. 이곳에서 고즈넉한 건물에 들어서 있는 이브 브레르 뮤지엄(Musée Yves Brayer) 같은 미술관도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이 여행의 즐거움을 보태준다. 이 미술관에서는 현재 격렬하고 대담한 색채의 조화로 유명한 화가로 프로방스를 사랑했던 앙리 멩갱(Henri Maiguin)을 내세운 야수파 전시가 진행 중이다(10월 10일까지). 오르막길을 따라 더 깊이 들어가면 성채의 흔적도 남아 있다.

마법 같은 체험을 선사하는 ‘빛의 채석장’
많은 이들이 레보드프로방스를 찾는 이유는 단지 역사와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매력적인 곳이 매우 많은 프로방스에서도 이 마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주된 동인은 따로 있는데, 바로 폐쇄된 채석장의 커다란 석회암을 캔버스 삼아 환상적인 멀티미디어 쇼가 펼쳐지는 ‘빛의 채석장(Carrières de Lumières)’이다. 전시의 결에 맞는 음악을 배경으로 7000m2 면적의 거대한 채석장 벽과 천장, 바닥을 가리지 않고 이미지가 투사되는데, 장면이 계속 바뀌면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디어 쇼는 ‘몰입 체험’의 정수를 맛보게 해준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Van Gogh_Starry Night>.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아이리스’ 등 그의 주요 명작들이 배경음악 속에서 춤추면서 45분 길이의 쇼가 이어진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일스 데이비스, 비발디, 스메타나 등 변화무쌍한 음악의 힘으로 감동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고흐가 동경하던 ‘일본’이라는 주제로 엮은 단편 영상 쇼도 볼 수 있다(두 전시 모두 연말까지).

고흐, 클림트, 인상파…
대중적인 콘텐츠를 활용한 혁신
‘빛의 채석장’은 7년 전인 2012년 프랑스 문화 예술 기업 컬처스페이스(Culturespaces)의 주도로 꾸려졌다. 원래도 시청각 쇼가 가능한 무대이기는 했지만, 이 회사는 3D 음향 등에서 차원이 다른 아미엑스(AMIEX) 기술을 도입해 샤갈, 클림트, 르네상스 거장 등의 전시를 열면서 인기몰이를 한 것(지난해 한 해 방문객의 6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파리에도 ‘빛의 아틀리에(Atelier des Lumières)’라는 공간을 열었는데, 몇 주 앞서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마침 제주도 서귀포에서 똑같은 몰입형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말 한 컬처스페이스와 협업해 ‘빛의 벙커’라는 전시장을 마련했고, 개관전으로 구스타프 클림트 서거 1백 주년을 기념해 <빛의 벙커: 클림트> 전시를 택했다(10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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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마니에르(Baumanière), 오감을 충족시키는 파라다이스
레보드프로방스의 또 다른 명물로는 를레 & 샤토(Relais & Châteaux, 역사와 전통을 지닌 최고의 호텔과 명성 높은 요리사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연합) 호텔 보마니에르(Baumanière)가 꼽히곤 한다. ‘빛의 채석장’에서도 가까운 이 호텔은 병풍처럼 둘러싼 석회암 바위산을 올려다볼 수 있는 50에이커가 넘는 땅에 흩어진 다섯 채의 전통과 낭만이 깃든 건물과 짙은 녹음을 자랑하는 정갈한 정원과 연못, 수영장, 최상급 스파 시설은 물론이고 미슐랭 2스타를 뽐내는 오트(haute) 퀴진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 이유로 미려한 자연 경관이 선사하는 힐링과 미식의 묘미를 동시에 만끽하러 찾는 이들이 많다. 1945년 창업자인 레이몽 튈리에(Raymond Thuilier)가 프로방스에 매료돼 17세기 농가를 사면서 시작한 보마니에르는 그의 외손자로 스타 셰프인 장앙드레 샤리알(Jean-Andrè Charial)가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이끌어나가고 있다(샤리알의 부인, 딸들도 마케팅, 디자인 등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등 가족 기업의 꼴을 갖추고 있다). 역사가 길고 화려한 만큼 피카소, 콕토 등의 예술인과 정치인들의 흔적이 호텔 곳곳에 묻어 있다.
주소 D27, Mas de Baumanière, 13520 Les Baux-de-Provence
사이트 www.baumani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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