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DONNA CHE LEG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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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 2016

글 고성연(베니스 현지 취재)

왜 샤넬은 샤넬일까? 절대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는 전설적인 존재감을 지닌 샤넬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전시회는 가장 가치 있는 공간과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베니스에 있는 카 페사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문화 샤넬전, <책 읽는 여자(LA DONNA CHE LEGGE)> 전시회를 방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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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서재, 장-루이 프로망 그리고 베니스

2007년 첫 문화 샤넬전이 열린 이래, 이 전시 프로젝트는 수석 큐레이터인 장-루이 프로망(Jean-Louis Froment)의 기획에 맞춰 특별전 형태로 수차례 열렸다.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을 설립하고, 1973년부터 1996년까지 관장을 지낸 장-루이 프로망은 지속적으로 열린 문화 샤넬전을 통해 각기 다른 주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가브리엘 샤넬과 샤넬 하우스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를 세심하게 통찰하면서 그녀가 살았던 당대 문화를 바탕으로 전시 콘텐츠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그 중 특히 마드모아젤 샤넬의 일생에서 당대 최고의 창의적인 예술가들과 맺은 관계들은 늘,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그녀가 친구들과 맺은 우정과 그들과 주고받은 대화는 샤넬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창작물들의 소중한 자양분이었다. 2007년 모스크바(푸시킨미술관), 2011년 상하이(현대미술관)와 베이징(중국 국립미술관), 2013년 광저우(오페라하우스)와 파리(팔레 드 도쿄), 2014년 서울(DDP_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이어 이번 문화 샤넬전은 베니스에서 공개됐다. 베니스는 가브리엘 샤넬의 영감의 원천 중 하나. 이번 전시는 그녀가 사랑했던 문화와 사람들을 근간으로 비유와 시각적 장치를 이용해 그녀의 책과 글쓰기, 그중에서도 특히 시 작품에 대한 애착을 강조하고, 그것들이 그녀의 작품 구상에 미친 영향을 현대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보여준다. 덕분에 헌사, 기록, 사진, 그림, 데생과 같은 모티브들이 패션 작품들로 구성된 샤넬의 옷장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 옷장이 곧 그녀의 책장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가브리엘 샤넬의 미학적 언어는 그 취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 고전주의와 바로크 양식을 좋아하고, 러시아와 베니스의 금빛에 푹 빠져 있던 그녀의 취향을. 주얼리, 향수와 더불어 그녀의 파리 아파트에서 가져온 예술 작품들도 최초로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 3백50여 점에 달하는 창작품을 선보이며 독서를 통해 완성되었던 가브리엘 샤넬의 사적인 포트레이트를 완성했다. 누군가의 말대로 자신의 인생을 전설로 만드는 법을 그녀는 알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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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Pablo (dit), Ruiz Picasso Pablo (1881-1973). Paris, mus⁄e Picasso. MP3469.

Picasso Pablo (dit), Ruiz Picasso Pablo (1881-1973). Paris, mus⁄e Picasso. MP3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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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ecrivains Dada : derriere : Andre Breton, Rene Hilsum ; devant : Louis Aragon et Paul Eluard deguises lisant la revue Dada 3, 1919 --- Dadaist writers : top : Andre Breton, Rene Hilsum ; bottom : Louis Aragon and Paul Eluard, costumed, reading Dada 3, 1919

Les ecrivains Dada : derriere : Andre Breton, Rene Hilsum ; devant : Louis Aragon et Paul Eluard deguises lisant la revue Dada 3, 1919 — Dadaist writers : top : Andre Breton, Rene Hilsum ; bottom : Louis Aragon and Paul Eluard, costumed, reading Dada 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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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작가들, 가브리엘 샤넬의 인생 길잡이가 되다

일곱 번째로 열리는 이번 문화 샤넬전은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그녀의 세계를 조명했다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작가부터 현대 시인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가브리엘 샤넬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고 그녀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책들은 언제나 그녀의 서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파리 캉봉 가 31번지에 있는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는 그녀에게 가르침을 준 작가들의 책들이 서재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녀의 삶 속에서 ‘성실한 독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열망을 더욱 견고하게 했으며 자신만의 비전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최초로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는 마드모아젤 샤넬의 서재는 그녀가 얼마나 열렬한 독서가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브리엘 샤넬의 섬세한 비유와 시각적인 작품들은 이번 전시회의 시그너처인 이 서재에서 비롯되었다. 이 서재는 책과 샤넬 고유의 스타일이 어떠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고아원에서 외롭게 보낸 유년 시절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책과 그 책의 저자들이 가브리엘 샤넬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며 그녀가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눈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알려주었다. 고대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이루어진 대화는 특히 호메로스와 플라톤, 베르길리우스, 소포클레스, 루크레티우스, 단테, 몽테뉴, 세르반테스, 세비녜 부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작품에서 발견한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피에르 르베르디와 막스 자코브, 장 콕토와 같이 그녀가 존경하고 친분이 있었던 작가들과도 공감을 나누었다. 그녀는 이와 같이 다양한 작품을 접한 덕분에 진보적이고 현대적 감각이 깃든 자신만의 패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가브리엘 샤넬의 끊임없이 꿈꾸는 삶

이번 전시회의 총 4개의 공간 – ‘우리가 이끄는 삶’, ‘보이지 않는 메시지’, ‘생각을 돕는 감상’, ‘시간의 측면’에 전시되는 3백50여 점 이상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가브리엘 샤넬의 인간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으며 동시에 그녀의 독서가 어떻게 그녀를 전설로 만들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책, 수많은 헌사들, 기록, 사진, 그림과 도안,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 남아 있던 미술품, 보석, 향수는 지금까지도 칼 라거펠트의 샤넬 의상 디자인에 중대한 영감을 주고 있다. 서재에서 영감을 받았듯이, 책과 더불어 이 모든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들은 단순함과 순수함에 대한 센스, 고전주의에 대한 취향, 바로크에 대한 동경, 그리고 러시아와 베니스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등 가브리엘 샤넬의 미적 감성과 감각을 더욱 충만하게 한 동반자였다. 생전에 그녀는 소설가이자 그녀의 친구였던 폴 모랑(Paul Morand)에게 “책은 나의 가장 훌륭한 벗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가브리엘 샤넬에게 책을 읽는 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고,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그녀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구체화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책 읽는 여자’라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가브리엘 샤넬이 직접 쓴 노트를 시작으로 펼쳐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항상 작지만, 우리가 꿈꾸는 삶은 매우 크다. 왜냐하면 꿈꾸는 삶은 죽음을 초월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저서를 통해 본인의 의도를 표현하듯, 가브리엘 샤넬은 패션을 통하여 그녀만의 언어를 보다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단순한 지적 허영심이 아닌 그녀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녹아든 그녀의 독서 습관과 명상 시간은 아름다운 것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서로 긴밀하게 그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한 편의 시에서 한 벌의 옷으로, 혹은 한 개의 주얼리로. 마드모아젤 샤넬의 일생 자체가 별처럼 빛나는 이유, 또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깊어지는 이유, 결코 행운만이 아니었음이 이 전시회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책 읽는 여자’, 가브리엘 샤넬. 그녀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문화 샤넬전은 2016년 9월 17일에서 2017년 1월 8일까지 베니스 카 페사로 국립현대미술관(CA’ PESARO INTERNATIONAL GALLERY OF MODERN ART)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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