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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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 2021

글 윤다함(아트조선 기자) | 에디터 고성연 | 포토그래퍼 이신영(씨영상미디어)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


저마다 선구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한국 현대미술사에 의미 있는 획을 그은 박래현, 김환기, 김창열, 유영국, 이우환이 한자리에 모였다.
TV CHOSUN 개국 10주년을 맞이해 아트조선과 공동 기획한 특별 기념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
미술가 5인의 다채로운 작품 1백여 점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태동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21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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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의 비구상 풍경화부터 박래현의 태피스트리까지
박래현, 김환기, 김창열, 유영국, 이우환…. 이름 석 자만으로도 작품성과 예술성이 보증되는 5인의 거목이다. 이들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어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을 끄는 <한국 현대미술 거장전: 더 오리지널>이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500㎡ 가까운 규모의 전시장이 거장 5인의 회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미디엄과 미공개 작품 1백여 점으로 채워져 빛을 발한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작품은 유영국(1916~2002)의 회화. 과감한 원색 대비의 비구상 자연 풍경화는 기본 조형 요소와 강렬한 색채로 단순 미학을 추구했던 유영국의 예술혼을 그대로 대변한다. 기하학적인 질서라고 하면 경직되고 엄정할 것 같지만 그의 그림을 직접 마주하면 마치 실제의 풍광을 마주하는 듯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생전 “자연을 바탕으로 해 순수하게 추상적인 상태를 형상화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던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은 박래현(1920~1976)이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박래현, 삼중통역자>전(展)에 걸렸던 작품 일부를 이번에 재공개한 터라 눈썰미 좋은 관람객 몇몇은 이를 알아채고 반색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몇 차례 문을 닫는 탓에 ‘삼중통역자’ 전을 안타깝게 놓친 이들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가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는 평이 많다. 1950년대 작품부터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제작한 1970년대 동판화까지 다채로운 구성이 눈을 호강시켜준다. 반세기도 더 전에 탄생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오늘날의 시각으로도 다분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박래현의 작품은 새삼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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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전면점화는 물론 보기 드문 드로잉 작품도 등장
지난 1월 타계한 김창열(1929~2021)의 ‘물방울’ 대작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중반, 즉 비교적 물방울 초창기에 해당되는 시기, 마대에 그린 영롱한 물방울을 마주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지 않아 크리스털처럼 빛나는 물방울 그림(1976)이 눈길을 끄는데, 거친 질감의 마대와 그 위에 그려진 차가우리만큼 투명한 물방울이 서로 대조적이면서도 묘한 화합을 이룬다. ‘국내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란 타이틀에 걸맞게 이우환(1936~)의 대작 앞에서 관람객들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From Line’, ‘East Winds’, ‘With Winds’, ‘Dialogue’ 등 다양한 시리즈로 국내외 경매에서 늘 인기를 끄는 이우환의 작품이 1백50호에 이르는 압도적인 크기로 걸렸기 때문.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좋은 것은 크게 봐야 한다”란 말처럼 이우환의 수작을 더욱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단연 김환기(1913~1974)의 드로잉이 아닐까 싶다. 그간 섬세하게 완성된 회화로만 접하던 김환기의 예술을 다소 투박하고 즉흥적인 드로잉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즐길 수 있어서다. 별다른 채색이나 장식 없이 슥슥 무심히 그린 듯한 스케치에서 김환기의 평소 시크하고 담백했던 면모가 읽히는 듯하다. 회화의 그것과는 또 다른 거장의 천재성과 영민함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그의 대표작인 전면점화는 물론 달, 학, 연꽃 등을 소재로 마티에르가 도드라지는 화면이 특징인 1950년대 회화도 전시해 관람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저마다 독보적인 스타일을 지닌 5인이지만 이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있다. 작가 개개인의 오리지낼리티를 추적하고 재조명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근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현대미술이 오늘날 위치에 서기까지 토양을 다지는 데 큰 몫을 한 다섯 작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입장은 무료이며 사전 예약제로 관람 가능하다. 월~일 10:00~18:00 문의 02-724-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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