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은 비즈니스 세계의 전략이자 경쟁력이다’. 이젠 너무나 식상한 표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막상 그 전략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보수적인 한국 남자들에게는. 이제 전문가들은 더욱 진지하게 조언한다. 스타일은 미래를 위한 열정이자 에너지이며 아이덴티티라고.
얼마 전 교육 관련 업종에서 자수성가한 남성 CEO 두 분을 만난 적이 있다. 한 분은 서글서글한 외모에 넉넉한 체형으로 보통 수트를 입을 때 본인의 치수보다 조금 더 크게 입는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아저씨 같은 분이고, 다른 한 분은 이와는 상반된 이미지로 날렵한 외모에 컬러풀한 포켓 스퀘어와 타이트한 피트가 돋보이는 수트를 착용한 모습이 마치 화려한 패션업계 종사자와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이 두 사람 중 현재 누가 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까. 물론 그들의 비즈니스 방식까지 따지자면 끝이 없겠고, 앞으로의 상황은 두고 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후자가 대표로 있는 기업의 매출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 그의 스타일은 패션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개성 있고 멋지다 하겠지만 보수적인 교육업계에선 다소 과하다고 느껴질 만한 옷차림이다. 하지만 글로벌한 비즈니스 업계에서 개성 넘치는 후자의 CEO가 훨씬 더 강하게 머릿속에 각인된다는 사실엔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다. 이런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가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고,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매사에 적극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글로벌한 시대의 CEO라면 톡톡 튀는 개성과 자신만의 매력이 돋보일 수 있는 색다른 옷차림과 매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성 없는 헐렁한 수트를 입고 멍하니 뒷짐 지고 결제 서류에 사인만 하는 음지 속의 CEO는 더 이상 매력이 없다. 강연이나 자선 행사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양지로 나와 직원이나 고객과 소통하는 CEO들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한마디로 어느 책 제목처럼 자신의 ‘매력 DNA’를 발견해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데 주력하라는 얘기다. 특히 남성 CEO의 경우 이미 높은 지위에 올랐기 때문에 이미지나 옷차림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미지나 스타일은 단순히 멋진 수트 이상을 의미하는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 만들기를 뜻한다. 유니크하고 멋진 CEO의 이미지는 나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이미지, 더 나아가 기업의 매출과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예를 들어 치열한 세계 투자업계에서 일하는 CEO들 중 상품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로저 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은 흔히 생각하는 엄격하고 반듯한 수트 차림의 투자가 이미지가 아니다. 동글동글한 외모에 친근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으로 평상시 보타이를 즐겨 매는 유쾌한 이미지의 소유자이다. 외모와는 다르게 오토바이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빈 경험이 있어 ‘투자업계의 인디아나 존스’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그야말로 에너지가 넘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이외에 25년간 미국 CNN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를 진행한 것으로 유명한 <래리 킹 라이브>의 래리 킹을 떠올려보라. 물론 재치 있는 입담과 냉철한 통찰력으로 오랫동안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일단 떠오르는 그의 이미지는 다양한 색상의 컬러풀한 서스펜더(suspender),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멜빵 패션이다. CNN의 또 다른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처럼 외모가 잘생기거나 수트를 멋지게 소화하는 편이 아닌데도 그만의 독특한 개성과 튀는 멜빵 패션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래리 킹’이라는 브랜드가 더욱 파워풀해진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한국의 평범한 아줌마에서 미국 기업이 사랑하는 글로벌 리더로 변신한 여성 CEO 진수 테리를 보자. 유쾌한 경영으로 유명한 그녀는 일반적인 여성 CEO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재치 있으면서도 유니크한 룩을 즐겨 입는다. 때로는 강연회에서 흑인들과 함께 랩을 하고, 캐주얼한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등 자신의 퍼스낼리티를 한껏 드러내 상대방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CEO이다.
이처럼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마인드를 지닌 CEO들은 상식을 뒤엎는 기발한 재치와 유머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고 있다. 요즈음 기업에서는 창의적인 인재형을 선호하는 만큼, 그 기업을 대표하는 CEO 역시 유니크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건설업계의 한 CEO는 가끔 작업용 점퍼에 편안한 캐주얼 차림을 즐기기도 하지만 수트를 입을 때는 나폴리 수트 브랜드를 즐겨 입는다. 아주 멋쟁이인 그분의 말씀인즉, “건설 업종 CEO라고 해서 스타일에 관심이 없는 고루한 CEO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다”라는 것. 여러 브랜드를 접해보고 나니 이제야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겠다고 얘기하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자신의 체형을 파악해 본인의 매력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스타일을 찾아나가는 것도 나만의 중요한 이미지 전략임을 잊어선 안 된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로버트 레드퍼드처럼 베스트까지 완벽히 갖춘 정통 클래식 스리피스 수트 차림, 혹은 스타일과 나이는 상관없음을 보여주는 이탈리아의 어느 멋쟁이 노신사처럼 보타이에 스니커즈를 신은 과감한 스타일도 멋지지 않은가. 만날 골프 얘기만 늘어놓는 CEO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타일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져보자는 얘기이다.백화점의 남성복 편집 매장을 둘러보며 색다른 브랜드와 스타일에 관심을 가져보고 가끔이나마 패션지를 눈여겨보는 건 어떨까. ‘사토리얼리스트’ 같은 유명 패션 블로그를 방문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연말 모임이나 파티에 갈 때 드레스 코드를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역시 좋은 방법일 듯.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의 고급스러운 턱시도 정장에 유쾌한 유머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친절한 매너까지 갖춘다면 당신은 이미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매력적인 CEO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