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Masterpi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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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1, 2015

에디터 권유진(제네바·런던 현지 취재)

착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예술품은 없다. 하지만 시계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예술품이라는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영국 여왕이 소장한 시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아주 작은 부품에까지 패턴을 새겨 넣는 브랜드, 연 5만 개가 넘는 제품을 모두 핸드메이드로 만들 수 있는 힘, 제네바와 런던에서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자존심, 파텍필립의 진면모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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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76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다
파텍필립(Patek Philippe)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단지 시계 산업만으로 한정하기는 아쉽다. 1백76년의 역사, ‘파텍필립 실’로 상징되는 독자적인 기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자사 매뉴팩처,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의 대규모 전시.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춘 최고의 브랜드란 바로 이런 것이다. 1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는 브랜드의 제품 생산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것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말이다. 제네바를 지나 버스로 2~3시간 이동해 도착한 라쇼드퐁 파텍필립 다이얼 매뉴팩처와 뉴 프로덕트 센터는 오직 파텍필립의 제품만 생산하는 특별한 장소다. 특히 2010년에 설립한 9,000㎡의 뉴 프로덕트 센터는 기존에 흩어져 있던 3개의 시계 제조 공정(부품 생산, 폴리싱, 주얼 세팅)을 하나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였으며, 로터와 밸런스 휠 등 시계의 핵심이 되는 부품부터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보일까 말까 한 0.03g의 아주 작은 부품을 생산한다. 생산한 부품의 조립과 무브먼트 제작이 이루어지는 메인 심장부는 제네바 플랑-레-주아트에 위치한 파텍필립 워크숍이다. 예상과 달리 최신식으로 꾸민 워크숍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다른 시계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장인의 작업복부터 주변에 놓인 도구까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완벽하게 연출한 공방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연륜 깊은 시계 전문가 2백여 명이 조용하고 진지하게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은 엄숙한 분위기마저 감돌게 했다. 이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파텍필립 실(Patek Philippe Seal)에 대한 것이다. 파텍필립은 2009년부터 하이엔드 워치의 기준이 되는 제네바 실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자체 품질 인증 마크인 파텍필립 실을 채택했다. 가장 대중적인 크로노미터 인증인 COSC보다 2배 엄격한 제네바 실을 넘어서는 인증 시스템을 거치는 파텍필립 자체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의 결과다. 그 어떤 브랜드도 넘볼 수 없는 이 위상은, 시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행어처럼 언급되는 “파텍이니까”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는 증거다. 파텍필립의 수장 티에리 스턴은 4년 안에 플랑-레-주아트 본사 워크숍의 모든 시설을 새롭게 정비하고 확장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생산 부품 수를 1천5백만 개로 늘리고, 약 4억5천만스위스프랑(한화 약 5천4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매뉴팩처를 리뉴얼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단지 수익과 매출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개발과 투자, 수익 창출의 순환 구조가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기업으로서의 가치 역시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더불어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파텍필립의 투자는 스위스 시계 산업 기술을 고양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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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 년의 스위스 시계 유산을 한눈에 보다
‘시계 박물관’이라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계의 수도, 제네바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계의 역사는 곧 스위스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에 설립한 4층 건물의 파텍필립 뮤지엄은 2천여 개가 넘는 시계, 예술품, 시계 서적 등 5백 년의 스위스 시계 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파텍필립이 설립된 1839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파텍필립의 모든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그 때문에 파텍필립 뮤지엄은 ‘살아 있는 시계의 사원’이라 불리며 시계 전문가들은 물론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필수 방문 코스다. 뮤지엄에 소장된 시계의 수는 상상 그 이상이라 모든 층의 제품을 다 보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과연 이 방대한 양의 뮤지엄 피스를 생산해낼 만한 브랜드가 몇이나 있을까? 더불어 파텍필립의 오랜 고객이었던 빅토리아 여왕, 아인슈타인, 차이코프스키, 리하르트 바그너 등이 소장했던 시계를 직접 보고 있노라면 이 많은 뮤지엄 피스를 수집한 파텍필립의 노력에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파텍필립의 모든 시계는 역사의 기록을 위해 한 피스씩 뮤지엄 피스로 박물관에 소장·전시된다는 점이다. 만약 파텍필립을 소장한 이가 이곳에 방문한다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예술품과 동일한 제품, 혹은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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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시계를 말하다
이번 출장에서 들은 가장 놀라운 소식은 파텍필립이 스위스가 아닌 런던에서, 그것도 세계적인 예술가를 배출하는 등용문으로 알려진 사치 갤러리에서 오로지 파텍필립의 시계만을 다룬 전시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파텍필립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2012년 두바이에서, 2013년 독일 뮌헨에서 전시가 열렸으며 이때 각 전시를 기념한 그 나라의 한정판을 만들었다. 이번 런던 전시 역시 특별 한정판인 런던 리미티드 에디션 5종의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21개의 룸을 총 다섯 가지 테마로 구분한 전시 공간은 파텍필립의 히스토리 영상부터 역사적인 타임피스, 최근에 출시한 시계, 자사 무브먼트까지 브랜드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계 역사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장소다. 파텍필립의 시계 중 수억원대에 달하는 리미티드 워치는 기존의 파텍필립 고객 중 사회적 지위와 재산 규모를 평가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고객이어야 비로소 소유할 수 있다. 이렇듯 판매 방식에서도 철학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파텍필립의 고객 리스트도 실로 화려하다. 이는 갤러리 1층에 자리 잡은 로열 컬렉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영국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황제였던 프란츠 요제프 1세,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왕이었던 오스카르 2세 등을 꼽을 수 있다. 작년에 출시한 1백75주년 기념 시계인 양면형 워치(케이스 몸체를 앞뒤로 돌려 두 가지 디자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계) ‘그랜드 마스터 차임’ 전시장은 줄을 서서 보아야 할 정도로 가장 인기 있었던 섹션. 7년의 개발 기간, 2년의 생산 기간을 거쳐 다 나열하기에도 힘든 20가지의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갖춘 것은 물론 6개의 특허 기술을 적용하고, 1천5백80개의 부품을 사용한, 몸값만 해도 29억원에 달하는 아트피스이기 때문. 또 한쪽 벽면에는 칼리버 300의 시계 도면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자신감을 드러냈다. 천문학적인 가격임에도 하이엔드의 진정한 가치를 원하는 이들은 오직 파텍필립만을 바라본다. 시계 리미티드 에디션을 ‘구매’가 아닌 ‘소장’의 개념으로 확장한 데도 파텍필립의 공이 크다. 스위스의 전통 있는 시계 브랜드로 시작해 제네바를 넘어 런던으로, 그리고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알린 파텍필립의 진정한 가치가 국내 시계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를 기대해본다.

문의 02-2118-6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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