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wo Icons m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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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01_ Peter Marino

뿌리 깊은 유산을 가장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해석한 피터 마리노의 건축물은 분명 기능적인 건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샤넬의 존재 가치와 스토리를 응축해 살아 숨 쉬는 공간, 서울의 첫 샤넬 플래그쉽 부티크가 탄생했다. 이를 기념하며
<스타일 조선일보>가 그에게 직접 소개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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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며 전 세계에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와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가 피터 마리노. 그런 이유로 패션계가 가장 사랑하는 건축가이기도 한 그는 오랜 시간 샤넬과 함께 협업하며 창조성, 하이패션, 장인 정신 등 전설의 하우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급스러운 소재와 과감한 상상력을 동원해 조화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최근 파리 캉봉가 19번지, 뉴욕 57번가, 그리고 런던 샤넬 플래그쉽 스토어 디자인을 맡은 데 이어 지난 3월 22일 오픈한 서울의 첫 플래그쉽 부티크 디자인 역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짙은 블랙 컬러의 대담한 외관과 가브리엘 샤넬의 파리 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우아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실내, 그리고 각종 아트피스까지. 하우스를 관통하는 코드가 완벽하게 녹아든 공간에서 이제 오감으로 샤넬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설계한 피터 마리노와 서면을 통해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Style Chosun(이하 S) 도시, 지역의 특성에 따라 매번 다른 스타일의 건축물을 짓는 당신에게 이제 서울은 꽤 친숙한 곳일 거라 생각한다. 이 도시가 불어넣는 특별한 영감이나 에너지가 있는가? Peter Marino(이하 P) 그간 서울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때문에 이곳을 여러 번 방문했다. 그중 내가 작업한 3개의 건축물이 압구정로에 있다. 내게 서울은 꽤 거친 인상을 지닌 최첨단 도시다. 동시에 로맨틱한 모습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녹지가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시가 지닌 다채로운 느낌을 샤넬 서울 플래그쉽 부티크에서도 이어가고 싶었다. 원래 자리에 있던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장소를 사용한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건물을 부지 한편에 배치해 조경과 하늘의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S 샤넬의 첫 서울 플래그쉽 부티크가 오픈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후 몇 년간 많은 이들이 무척 기다려왔고,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다. 이 공간을 디자인한 이로서 직접 소개를 부탁한다 P 앞서 설명했듯 건물을 부지 한쪽으로 몰아 배치해 밖에서 봤을 때 부티크가 평면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3차원 입체적인 물체처럼 보이도록 의도했다. 덕분에 거리를 통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추가적인 조경도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샤넬 서울 플래그쉽 부티크는 브랜드의 첫 번째 올 블랙 컬러 건물로, 강렬한 외관이 압구정로를 향해 드라마틱한 얼굴을 드러낸다. 대조를 이루는 거친 용암석과 매끄러운 유리를 함께 사용해 서울의 럭셔리하고 우아한 모습과 도시적이면서도 가공하지 않은 거친 모습을 동시에 투영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외장재는 건물 내부에도 사용했다. 1층에서도 용암석을 찾아볼 수 있으며 각 층마다 고급스러운 스톤 소재를 사용했다. 내부의 자재, 마감, 예술 작품 등을 통해 한국, 특히 서울의 특징적인 모습을 담고자 했다.


S 늘 당신이 작업한 건물 곳곳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예술 작품을 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 이번 플래그쉽 부티크에서도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었다. 독자들에게 소개를 해준다면 P 플래그쉽 부티크 전체에 12개국 출신의 아티스트 22명이 만든 총 31점의 작품을 전시했으며, 이 중 4점은 오직 샤넬 서울 플래그쉽 부티크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을 부탁한 것이다. 한국 작가로는 강익중, 이우환, 이불 등이 참여했으며, 건물에 사용한 다양한 소재를 예술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천장을 없애 층고를 2배로 높인 2층에 자리한 작품은 그레고르 힐데브란트(Gregor Hildebrandt)에게 의뢰한 것으로, 압축한 레코드 판과 금속 바로 만들었다. 빛을 비추면 물의 잔 물결 이미지가 나타나는 알루미늄 보드 위 투명 필름은 왕 닌더(Wang Ningde)의 작품이다. 그 밖에 앙드레 & 미셸 히를레(Andre´e et Michel Hirlet)의 유약을 바른 사기그릇, 앤드루 로드(Andrew Lord)의 청동 조각, 파올라 피비(Paola Pivi)에게 의뢰한 작품인 나무 위 골드 펄 비즈 등이 있다. 특히 샤넬 로고가 찍힌 베개에 팬을 넣어 바람을 넣었다 빼며 움직이는 파블로 레이노소(Pablo Reinoso)의 ‘숨쉬는 단색의 벽(Breathing Monochrom Wall)’은 오직 플래그쉽 부티크만을 위해 만든 살아 숨쉬는 작품이다.


S 당신은 건축가인 동시에 예술가이기도 하다. 샤넬 같은 대형 글로벌 브랜드와 작업할 때 그들의 헤리티지와 미학을 존중하면서 당신만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진행한 작업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어떻게 호흡을 맞춰가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P 모든 매장은 외부에서 접근하는 순간 즉각적으로 샤넬임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매번 반복되는 공식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브랜드의 DNA로 가득한 공간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특정한 시각적 요소와 핵심 소재(언어)가 있다는 의미다. 가브리엘 샤넬과 나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럭셔리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디자인 모더니스트’다. 깔끔한 선, 비율, 질감과 컬러의 감각적인 조화를 통해 브랜드의 진화 방식에 어울리는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코코 샤넬은 매우 현대적이며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선보였기에 현대적인 건축물과 인테리어로 이를 표현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S 2019년이나 가까운 시일 내에 진행하는 다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P 전 세계에서 현재 리테일, 주택, 호스피탈리티, 문화 프로젝트 등 4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곧 흥미로운 일로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디터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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