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베스트셀러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 작가는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는 단어를 회자시킨다. 라틴어로 ‘여행자’, ‘나그네’라는 의미를 지녔다는 ‘비아토르’는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 가브리엘 마르셀의 표현. 생존을 위해 이리저리 떠도는 유목민적인 속성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늘 무언가를 위해, 어디론가를 향해 움직이는 ‘길 위에 있는’ 순례자 같은 존재임을 뜻한다고 한다. ‘내 길’이라는 확신으로 진중하게 움직이는 이도 있고, 뭔가 잡히지는 않지만 ‘꿈’에 부풀어 질주하는 이도 있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떠도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니, 한 사람의 인생에도 길 위에 있을 때의 모습이 여러 가지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만이 아니라 ‘체류’나 ‘출장’, ‘여행’ 같은 낯선 곳으로의 이동도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른 마음가짐으로 떠날 테고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낯선 곳으로 향하는 여행길에 오르면 생각지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되고, 크든 작든 영향을 받게 된다. 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아니, 집중할 수밖에 없다. 김영하 작가의 표현대로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기억과 파장이 인생의 행로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Art+Culture’ 스페셜호에는 저마다의 상황이나 국적, 연령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길 위에 있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들,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도시들을 담았다. 부디 지면에서나마 살짝 여행의 묘미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ART+CULTURE ′19 SUMMER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