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age to the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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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2, 2014

에디터 배미진

시간은 아름다움에 클래식이라는 영광을 더해준다. 여기에 ‘여배우’라는 단어가 더해지면 그 생명력은 더 큰 오라를 얻어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된다. 흑백사진 속 여배우들을 오마주한 제품이 지금까지 거부할 수 없는 클래식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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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패션, 귀족적 클래식의 상징이 되다
지금 우리는, 눈을 뜨면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는 셀러브리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드라마 속 여배우의 가방은 다음 날 바로 품절을 기록하고, 부잣집 사모님 역할을 맡은 중년 여배우가 입은 의상도 예외는 아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를 장식한, 대중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패션계에 놀라운 영향력을 떨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아이템을 클래식의 반열에 오르게 한 위대한 여배우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패션 아이콘의 대표적인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여배우로, 모나코의 왕비로 패션계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1956년 그녀가 임신한 배를 감추기 위해 들고 있던 사다리꼴 모양의 빨간 악어가죽 가방은(본래 이름은 ‘쁘띠 삭 오뜨’이다) 지금까지 ‘켈리 백’이라 불리며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라이프>에 실린 이 단 한 장의 사진은 패션 역사에 ‘귀족적’인 모습을 의미하는 절대 불멸의 화석이 되었다. 수십 년간 구찌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플로라 컬렉션 역시 그레이스 켈리를 위한 것이었다.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는 10대 시절 이미 어머니인 그레이스 켈리에게 플로라 패턴 블라우스를 선물 받기도 했다. 여배우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산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역시 마찬가지다. 공식 석상에 다양한 디자인의 구찌 백을 매치한 모습이 전파를 타자 세계는 구찌에, 재클린에게 열광했다. 그 옛날 브랜드 초기부터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바로 ‘재키 백’이었고 구찌의 화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이러한 셀러브리티와의 돈독한 관계 아래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티파니의 전설적인 컬렉션인 쟌 슐럼버제의 브레이슬릿 역시 ‘재키 팔찌’라는 애칭 아래 미국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으니 가장 패셔너블한 퍼스트레이디로 꼽히는 재클린의 매력은 지금 할리우드 스타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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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 그 자체가 패션

명품 마케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멋진 디자인은 기본, 잊을 수 없는 스토리를 덧붙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야기에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 여배우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영화보다 더 멋진 살아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기에 꾸며낼 필요가 없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광고할 필요도 없다. 바로 이러한 멋진 스토리를 얻기 위해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여배우를 오마주하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다. 2013년 불가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발표하며 세기의 아이콘인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나는 그녀에게 맥주를 소개했고, 그녀는 내게 불가리를 소개했다.” 그 어떤 광고 카피보다 멋지지 않은가. 불가리는 이번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하며 불가리 엘라자베스 테일러 프라이빗 컬렉션을 함께 선보였는데 이 제품들은 2011년 12월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구입한 제품이다. 그중 1962년 불가리에서 만든 플래티넘 소재의 팔각형 에메랄드 링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처음으로 리처드 버튼에게 받은 주얼리 선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링은 2002년 엘리자베스 테일러 에이즈 재단 자선 경매에서 판매되었는데 당시 테일러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사랑을 간직하세요(Wear it with Love)”.
비극적인 죽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우아함의 결정체로 승화된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스타일과 애티튜드, 라이프스타일 모든 면에서 많은 여성들을 사로잡았는데, 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은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다. 평소 토즈의 ‘D 백’을 즐겨 사용하는 다이애나의 모습이 많은 매체에 노출된 것이다. 지난 해 토즈는 <타임리스 아이콘>이라는 주제로 다이애나의 회고전을 개최하며 다이애나의 이니셜을 딴 ‘D.D 백’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로열 패밀리의 전통에 따라 지금의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 역시 D 백을 애용하기에 토즈는 지금까지 다이애나로 인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패션인, 여전히 살아 있는 클래식의 아이콘을 꼽으라면 제인 버킨을 들 수 있다. 이름만으로도 클래식이 되어버린 ‘버킨 백’은 프랑스의 유명한 가수 겸 영화배우인 세르주 갱스부르의 부인,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것이다. 물론 제인 버킨 자체가 유명한 모델이자 영화배우이지만, 남편인 갱스부르의 보헤미안 이미지와 화학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 중요하다. 1984년 이 커플을 비행기에서 만난 장-루이 뒤마 에르메스(5대 회장)는 제인 버킨이 들고 다니는 밀짚으로 만든 시장 가방을 보고 그녀를 위해 특별한 가방을 선물했는데, 이 검은색 가죽 가방이 프렌치 시크를 상징하는 버킨 백이 된 것이다. 최근 과거의 여배우들의 뒤를 이어 새롭게 등장한 현대적인 명품의 아이콘은 멀버리의 알렉사 청, 루이 비통의 소피아 코폴라 같은 예술계와 패션계를 아우르는 새로운 버전의 셀러브리티다. 하지만 이들을 다시금 거론한다 해도, 흑백사진 속에 담겨 있는 여배우들의 매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여배우가 갖고 있는 특별한 스토리,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전달되었던 고유한 이미지는 억지로 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이 흘러도 절정의 아름다운 모습만 남는다는 것이다. 운명을 달리한 아름다운 여배우들은 더 이상 스캔들에 휩싸이지도 않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도 않으며 그저 사진 속에서 매혹적인 미소를 보내고 있다. 명품 마케터 입장에서는 이미 종료한 그녀들을 삶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브랜드에 가장 맞는 면만을 부각시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에, 이보다 더 좋은 소재를 찾기 어렵다. 비밀스러운 스토리로 점철된 여배우의 인생은 명품 브랜드를 만나 채색되고, 명품 브랜드는 장인 정신에 판타지라는 남다른 오라를 더하며 서로의 이름을 더욱 빛나게 한다. 마케팅에 휘둘리는 그녀들을 안쓰럽다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살아 있는 동안 기꺼이 브랜드에 키스를 보내던, 패션을 사랑했던 여성이기에 눈살을 찌푸릴 이유는 없다. 쉼 없이 바뀌는 패션계에 아름다운 여성이 남긴 멋진 아이템이 세월을 거스르며 영원히 명예를 얻는 것이 눈부시지 않은가. 지금으로부터 1백 년이 지난다 해도 여배우의 인생이 담긴 클래식한 아이템은 수많은 여성들의 로망이 되어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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