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Jewelry, Collection 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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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 2021

에디터 남지현(객원 에디터)

빛으로 느끼는 매혹적이고 강렬한 향. 샤넬 N°5에 바치는 최초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컬렉션 N°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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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5 탄생 1백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e′reau)가 하이 주얼리 ‘컬렉션 N°5(Collection N°5)’를 선보인다. 이는 샤넬의 첫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의 정신을 탐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담함과 탁월함을 추구했던 가브리엘 샤넬의 선구적인 가치를 지닌 향수와 주얼리라는 두 영역을 하나로 합한 ‘컬렉션 N°5’는 샤넬의 창의성을 통해 궁극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한다. 패트리스 레게로는 ‘컬렉션 N°5’는 보틀 디자인부터 폭발적인 향에 이르기까지 N°5 향수의 영혼을 탐험하는 여정과도 같다고 전한다. 그는 N°5의 신비로운 향을 금속과 보석 세공을 통해 지나치게 직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고 N5°의 다섯 가지 특징을 메타포로 표현했다. 팔각형 스토퍼, 강직한 사각형 보틀, N°5의 정체성인 숫자 5, 향의 중심인 재스민, 레일로즈, 일랑일랑 등의 꽃, 80여 가지 성분을 부케처럼 엮어 만든 결과물인 신비로운 잔향. 그리고 여기에 1932년 ‘비쥬 드 디아망’을 연상시키는 꽃 구름, 리본의 유연함, 쾌활한 분위기의 술 장식과 깃털의 가벼움이 더해져 무려 1백23개의 전례 없는 규모의 웅장하고 찬란한 주얼리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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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N°5의 다섯 가지 메타포

N°5의 특별한 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단순하고 엄격한 선으로 이루어진 직사각형 보틀이었다. 1920년대 당시 유행하던 화려한 향수병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모던 그 자체였다. 직사각형 병은 화이트와 옐로 다이아몬드, 옐로 사파이어로 표현되었다. 병에서 흘러나온 향수를 페어 컷 다이아몬드와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로 형상화한 시그너처 보틀(Signature Bottle) 시리즈, 마치 수채화처럼 그러데이션한 컬러로 병이 점점 향수로 변화하는 듯 유기적인 선을 그리는 앱스트렉션(Abstraction) 시리즈가 그것이다. N°5 보틀의 또 다른 특징은 병마개인 스토퍼다. 다이아몬드같이 팔각형으로 커팅한 직사각형의 스토퍼는 위에서 내려다본 파리 방돔 광장을 상기시킨다. 가브리엘 샤넬이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을 발표했을 당시 다분히 폐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방돔 광장에 보석계에 패션 디자이너가 발을 들였다는 사실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다. 이를 상징하는 향수병 마개가 ‘컬렉션 N°5’을 통해 보석으로 재해석되었다. 수정을 절묘하게 깎아내고 다이아몬드, 오닉스, 진주, 옐로 사파이어를 세팅한 팔각형 보석은 우아하고 정교하기 그지없다. 그중 토파즈를 다양한 크기로 라운드 모양과 페어 모양으로 커팅한 골든 버스트 링과 다이아몬드 리본으로 사랑스러움을 더한 스토퍼 등은 N°5의 상징을 독보적으로 드러낸다. 가브리엘 샤넬이 유독 사랑했던 숫자 5. N°5의 신비로움에 공헌한 숫자 5는 컬렉션에 현대적인 분위기와 위트를 담당했다. 숫자 5가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 자리 잡은 초커, ‘콜리어 그래픽 N°5(Collier Graphic N°5)’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샤넬의 유머러스한 면모를 드러낸다. 조형적으로 훌륭한 재료인 숫자 5를 다양한 방식으로 주얼리에 녹인 ‘이터널 N°5(Eternal N°5)’는 샤넬 하이 주얼리의 디자인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N°5 향의 중심인 재스민, 메이 로즈, 일랑일랑 같은 꽃은 형형색색의 주얼리로 만개했다. 과감하고 입체적인 플라워 장식에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에서 사용한 별, 달, 태양 모티브가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치고 관능미가 흐른다. 메이 로즈는 마치 달처럼 탐스럽게 핑크 사파이어 잎을 피웠고 소투아르 펄 네크리스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체인이 메이 로즈의 줄기가 되었다. 다이아몬드를 이슬처럼 흩뿌린 눈부신 네크리스에 피어난 일랑일랑, 무리 진 다이아몬드의 별 모양으로 피어난 재스민은 진짜 향보다 더 깊고 진한 시각적 향기를 남긴다. N°5는 현대 향수의 시작이었다. 그 결정적 이유는 하나의 꽃에서 추출한 향이 아닌 80여 가지 성분을 부케처럼 혼합해 마치 옷을 구축하듯 구조적인 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겹겹이 쌓은 향은 오묘한 잔향을 남긴다. N°5의 잔향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 다채로운 색의 원석이 되어 목선을 따라 피부에서 향기가 퍼져나가듯 방사형으로 반짝이는 주얼리가 되었다. 다이아몬드, 루비, 가닛, 옐로 사파이어, 핑크와 레드 스피넬이 향이 되어 퍼져나가는 담대한 빛은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컬렉션의 절정은 향수의 모든 코드를 함축한 55.55 네크리스다. 55.55캐럿의 커스텀 컷 다이아몬드를 통해 N°5의 정체성이 온전히 드러난다. 향수병 마개의 옆모습, 보틀의 실루엣, 숫자 5 형태의 잠금장치, 하나씩 커팅한 다양한 크기의 페어 컷 다이아몬드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며 폭발하는 잔향을 표현한 디자인은 N°5를 완벽하게 오마주한다. 55.55 네크리스를 통해 샤넬의 완벽주의, 그리고 놀라운 창의성과 기술 수준을 엿볼 수 있다. 관념적이면서 비유적인 55.55 네크리스는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샤넬 N°5의 정신과 최고의 주얼리 제작 기술의 결합이다. 순수하게 창조 행위로 완성한 예술 작품과도 같은 55.55 네크리스는 샤넬 소장품 컬렉션으로 방돔 광장 18번지에 보존된다. 이는 샤넬 하이 주얼리 역사의 영원한 일부이자 방돔 광장과 N°5 향수를 이어주는 물리적 상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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