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01, 2016
에디터 이지연 | photographed by koo eun mi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럭셔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누구에게나 공급된다고. 과연 이 말이 진실일까? 여기, 세계 30여 개국의 럭셔리업계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션 관계자들이 모여 미래의 럭셔리에 대해 논한 ‘제2회 콘데나스트 럭셔리 컨퍼런스’에 그 해답이 있었다. 그 현장에 <스타일 조선일보>가 함께했다.
1 스와로브스키 이사회 멤버 나디아 스와로브스키와 케어링 그룹의 최고 책임자이자 국제 협력 책임자 마리 클레르데뷰가 럭셔리 부문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브랜드의 차별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 디지털 플랫폼이 기회의 플랫폼이라 전하는 인스타그램 패션 파트너십 총책임자 에바 첸과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
3 아틀리에 스와로브스키의 2016 F/W 컬렉션 피스.
4 나디아 스와로브스키는 이번 럭셔리 컨퍼런스를 후원하는 동시에 미래의 글로벌 럭셔리 산업에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아티스트 이광호, 패션 디자이너 이가연과 박승건 등 한국 작가 5명과 함께 ‘퓨처 럭셔리’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2 디지털 플랫폼이 기회의 플랫폼이라 전하는 인스타그램 패션 파트너십 총책임자 에바 첸과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
3 아틀리에 스와로브스키의 2016 F/W 컬렉션 피스.
4 나디아 스와로브스키는 이번 럭셔리 컨퍼런스를 후원하는 동시에 미래의 글로벌 럭셔리 산업에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아티스트 이광호, 패션 디자이너 이가연과 박승건 등 한국 작가 5명과 함께 ‘퓨처 럭셔리’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실재하는 럭셔리의 정수, 제2회 콘데나스트 럭셔리 컨퍼런스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매일 수많은 유명 인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들은 특정 분야에서 범접할 수 없는 슈퍼스타이기도 하고, 현실의 인맥으로는 전혀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는 지위 높은 인물이기에. 하지만 여기,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에서 주관하는 럭셔리 비즈니스 포럼,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에서는 이 모든 게 실재한다. 우리가 이 기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발망, 베르사체, 코치,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글로벌 패션 하우스의 리더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과거 럭셔리 비즈니스의 세계가 은밀하고 사적이며 정보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SNS 시대를 맞아 지금까지 비밀로, 구전으로 전승되어오던 럭셔리의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어 대중에게까지 공개되고 있다. 이렇게 대단한 리더들이 모이게 된 이유 또한 더 큰 꿈을 꾸기 위해서는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 실제적인 정보가 오가는 장을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보고, 체험하기 위해 5백만원을 호가하는 금액이라도 티켓을 구입해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이 컨퍼런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플랫폼, 소셜 미디어
이번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린 첫 번째 스피커이자,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은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이렇게 말했다. “럭셔리의 미래는 바로 민주주의에 있어요. 기존 럭셔리가 특정 사회 지위를 뽐내기 위함이었다면, 이제 럭셔리는 이 시대 소통의 플랫폼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비자와 직접 만나야 합니다. SNS를 멀리해온 전통적 럭셔리 하우스들이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소셜 미디어에 뛰어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그의 말대로 오늘날 럭셔리의 정의는 변화하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의 달라진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현대사회의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된 디지털 플랫폼 등 많은 변화 때문에 ‘모든 사람을 위한 럭셔리가 과연 진정한 럭셔리인가’라는 물음은 공감받지 못하고, 소수 상류층과 특권층의 전유물로 존재해온 ‘럭셔리’의 본질 또한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 지난 4월 20~21일 양일에 걸쳐 서울에서 열린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의 주제를 ‘미래의 럭셔리’라 잡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 주제를 논하기 위해 럭셔리 산업의 정수에 있는 이들이 이번 컨퍼런스의 스피커로 참여했다. 그렇다면 럭셔리업계 유명 인사들이 파리나 뉴욕, 밀라노 등 주요 패션 도시가 아닌 대한민국 서울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행사를 주관한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서울을 떠올리면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가 떠오릅니다. 마치 지구에 거대한 우주선이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죠. 그녀가 미래를 위한 비전을 바로 이곳, 서울에서 본 것이 아닐까요? 서울은 전통과 모던이 함께 어우러진 곳으로, 패션 거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알 듯이 한국은 IT 강국으로서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게 활용하는 국가입니다. 그 때문에 럭셔리계의 소셜 미디어 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서울이 미래의 럭셔리를 논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라 할 수 있죠”라며 콘데나스트가 두 번째 럭셔리 컨퍼런스 개최지로 서울을 택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더불어 삼성물산 CEO 이서현과 MCM 김성주 회장 등 10여 명이 넘는 한국인이 이번 컨퍼런스의 스피커로 참여한 것은 아시아 전역을 넘어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K파워가 미래의 글로벌 럭셔리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럭셔리의 민주화를 선언하다
미래의 럭셔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스피치를 하는 것은 바로 ‘공유’를 위해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스피커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역시 ‘공유’였다. 네덜란드 레이크스 뮤지엄 관장 윔 페이버스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레이크스 뮤지엄은 2013년에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와 함께 예술을 경험하는 방법도 완전히 바뀌었죠. 구글과 공동 개발한 레이크스 스튜디오 온라인 사이트를 열어, 소수에게만 작품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누구나 우리의 소장품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라며 럭셔리가 소수 상류층과 엘리트의 전유물이던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제 거리 어디에서나 럭셔리를 볼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공급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유의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 역시 “럭셔리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션 자체가 배타적인 것에서 포용적인 것,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 모두가 말했듯 특정 지위나 계층에 한정되던 럭셔리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변모했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누구나 포용할 수 있는 개념이 되었다는 뜻이다. 즉 럭셔리는 ‘소유’에서 ‘존재’로 변화했고, ‘공유’라는 새로운 개념을 더한 또 다른 경험이 된 것이다. 이는 소수만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방식으로 즐기는 경험이 럭셔리가 될 수 있고, 나를 표현하는 개성 자체가 럭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럭셔리를 향유하는 방법이 바뀜에 따라 단순히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여행, 외식 같은 경험을 사는 ‘슈퍼-하이엔드 럭셔리’라는 새로운 개념이 제시되었다. 럭셔리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수지 멘키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주제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스와로브스키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및 디자인 서비스 부문 총책임자 나디아 스와로브스키는 스와로브스키에서 운영하는 워터 스쿨 프로그램을 하나의 예로 제시하며, 기업들이 올바른 일을 솔선수범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틀간 개최된 컨퍼런스를 통해 느낀 것은 럭셔리 비즈니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지금은 진화가 아닌 혁명이 필요한 때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기회의 플랫폼’인 디지털 세계의 문이 활짝 열린 만큼 이러한 환경을 기반으로 디지털 정보를 물리적 형태로 만들어내야 한다. 바로 지금 말이다. 끝으로 이번 연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별을 보고 항해하라. 지나가는 배의 불을 보고 항해하면 안 된다”라는 <와이어드>의 컨설팅 디렉터 소피 핵포트의 말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