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23-24 Winter SPECIAL] Exhibition in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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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3, 2024

2024년 1월, 하나의 미래가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을 알 수 있는 예술가들의 전시에서 우리는 영감을 받고 행복한 기운을 얻게 될 것 같다. 그들의 전시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긴 시’라고 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치열하고 아름다우니 말이다. 여기저기 경계를 긋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이민자의 마음처럼,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고민하며 결국은 ‘행복’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거장의 대규모 회고전과 세계적인 철학자들과 함께 생태와 삶에 대해 논의했던 전시 소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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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와 함께하는 꿈의 여정
80세가 넘었지만 향수에 잠기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의 내레이션을 들으며 음악과 조명, 애니메이션을 더한 전시를 1시간 동안 감상할 수 있다는 건 꽤 설레는 일이었다. 2023년 2월 런던 킹스 크로스에 문을 연 라이트룸 런던이 오픈과 동시에 <David Hockney: Bigger & Closer(not smaller & further away)>전을 열었는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라이트룸 서울이 고덕동에 개관해 데이비드 호크니의 몰입형 전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지난 60년간 펼쳐낸 예술 세계를 회화부터 사진, 오디오 비주얼 등으로 보여주는데, 데이비드 호크니가 직접 전시 기획에 참여하고 3년간 제작 팀과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이다. 국내에는 그의 인물 초상화나 수영장 시리즈가 유명한데, 사실 그는 단순히 구상 회화뿐 아니라 사진이나 삽화, 무대 디자인까지 참여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게다가 이번 라이트룸 전시에서는 그가 노장임에도 작업 방식이나 매체를 한정짓지 않고 새로운 기술이나 디지털 매체를 적극적으로 즐긴다는 점을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는 심지어 “그림의 역사는 동굴에서 시작해 어느 순간 아이패드에서 끝을 맺고 있다. 이후 그림이 어디로 나아갈지 그 방향성을 과연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할 만큼 작업 방식에 있어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의 지난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 스크린을 가만히 보노라면 태양이 그를 로스앤젤레스로 이끌며 작품을 제작하게 됐던 이야기, 일주일 만에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사고 스튜디오를 얻으며 호기롭게 일해나간 샌타모니카에서의 에피소드 등 호크니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아보는 인생 풍경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라이트룸 서울(고덕동) 전체 공간이 미완성이라 조금은 황량한 곳에 자리한 건물에서 전시만 보고 돌아와야 한다는 것.

전시명 <David Hockney: Bigger & Closer(not smaller & further away)> 전시 기간 2024년 5월 31일까지 전시 장소 라이트룸 서울 홈페이지 lightroom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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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구본창의 세계
우리가 몰랐던 작가의 예술성을 깨닫거나 그의 새로운 결심을 발견할 때 우리는 새삼 작가를 살며시 ‘어떤 반열’에 올려두기도 한다. 새로운 형식의 예술 사진으로 한국 현대사진의 미래를 이끈 구본창의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시립미술관(SeMA)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데, 방대한 작품의 방을 들여다보면 그가 변화와 실험을 집요하게 추구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전시는 ‘호기심의 방’에서 시작해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순으로 이어지다 ‘열린 방’으로 끝을 맺는다. 특히 ‘모험의 여정’에서는 작가의 독일 유학 시절과 귀국한 후 제작한 실험적인 사진 작품 등을 볼 수 있는데, 한 예술가가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가는지 보여주는 여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1979년 잿빛 서울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라는 전시장에 적힌 문구가 당시 그의 기질과 섬세한 감각을 상상하게 하며 애틋함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사소한 것에 마음을 쏟았던 구본창은 유학 시절 상점 진열장 디자인부터 구두 속지 끼우기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파리, 런던, 함부르크, 뮌헨, 로마 등을 여행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귀국한 후에는 급격히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기도 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끝없이 고민한다. 많은 것과 오랜 시간을 지나쳐 구본창은 자연과 생명의 흔적과 시간의 흐름을 작품에 담고, 세계 곳곳에 소장된 백자 달항아리를 촬영하기도 하며 ‘문 라이즈’ 시리즈를 시작하고 지화에 매료돼 ‘지화’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한다. 5백여 점의 작품과 작가 수집품까지 자료가 방대한데, 1968년 제작한 ‘자화상’부터 최근작 ‘익명자’에 이르기까지 최초로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인 만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전시를 음미해보면, 치열한 예술가의 삶이 다큐멘터리처럼 뇌리에 남을 것이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치고 지나쳐, 예술가는 결국 예술가가 된다.

전시명 <구본창의 항해> 전시 기간 2024년 3월 10일까지 전시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 2층 전시실 홈페이지 sema.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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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의 시적인 고백 앞에서
진정한 작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방바닥에 쪼그려 앉아 수공업 장인처럼 작품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지속적이고 일관된 태도로 마치 수행자처럼 그림을 그리되 재료를 가리지 않는 자유로움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태도는 지금의 현대미술가 혹은 우리의 삶에 대한 중요한 규칙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림처럼 정확한 나의 분신은 없다. 난 나의 그림에 나를 고백하고 나를 녹여서 넣는다. 나를 다 드러내고, 발산하는 그림처럼 정확한 놈도 없다”(1973년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내용)라는 이야기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자신을 한 곳에 몰아넣고 감각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하면 거기에는 나 이외에 아무도 없다”는 그의 독백을 듣다 보면 말이다. 1920년대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무려 60여 년간 그림에 매달린 장욱진의 모든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작품 한 점 한 점 그의 사유를 담고 있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일상적이고 친근한 소재, 나무와 까치, 해와 달, 집, 가족 등 몇 가지 모티브만을 평생에 걸쳐 그린 그의 작업 세계는 동화처럼 간결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가 깊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욱진의 ‘네 번째 고백’까지 듣다 보면, 단순하고 생략된 선과 형태를 중심으로 하는 조형 방식이 점차 붓질의 빠른 속도와 즉흥성으로 유화지만 먹그림처럼 보이게 하는, 결국 미음을 텅 비운 ‘도인’이 된 그를 만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니 새해의 시작을 그의 작품들과 함께하기를. 전시를 감상하고 난 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면 야간의 덕수궁도 아름다우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게 좋겠다.

전시명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전시 기간 2024년 2월 12일까지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홈페이지 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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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생태적 전환’
리움미술관의 연구 기반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이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으로 첫선을 보여 주목을 끈다. 샤넬 아트 & 컬처 글로벌 총괄 야나 필은 이 프로그램이 포용성, 다양성, 평등이라는 핵심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설명해 앞으로 그들의 기획이 결국 ‘인류의 구원’을 모색하는 포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아이디어 뮤지엄은 예술가뿐 아니라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건축가, 큐레이터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생태적 전환’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주제 안에서 매년 주요 의제를 둘러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꾸리며, 전용 온라인 플랫폼도 만들 예정이다. 그 첫 행보로 지난 12월 1일부터 3일 동안 리움미술관에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1일 차에 초대된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치아가 한 강연 내용처럼 ‘내일 이후의 미래(내일 이후의 미래에 대한 모든 잠재적인 걸 경험해볼 수 있는)’를 가늠해보는 중·장기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생태적 전환: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로 열렸는데,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치아와 사이토 고헤이, 아티스트 토마스 사라세노 등이 함께 기후 위기 속에서 지구를 보존하고 다양한 생태계와 연대하는 방법 등 지금 모든 방면의 화두인 ‘생태’에 대해 담론을 펼쳤다. ‘태어남과 자연’을 얘기한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치아는 “우리의 기원은 무한의 다른 종이며 전생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 우리는 다른 종의 환생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 재활용되고 있는 것이다”라며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했다. ‘줌’으로 참여한 토마스 사라세노는 직접 찍은 다큐멘터리 작품 <에어로센을 향해 파차와 함께 날다>를 설명하며 미래에는 우리의 신념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생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미래를 늘 복수라고 생각한다면서(하나의 미래가 아니라 ‘미래들’), 고유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지구의 몇몇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크고 영감도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다양한 예술가의 필름 스크리닝도 이어졌는데, 로라 필그림의 ‘물 밑의 파도’는 얼핏 기후 위기로 비춰질 수 있지만 우정, 가정의 본질적인 필요성, 성평등 투쟁까지 삶의 다양한 측면이 어떻게 기후변화와 연결되는지 인상적으로 보여줬다. 위기에 처했을 때의 감정 표현을 오케스트라 방식으로 풀어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한편 리움에서는 고대의 유물이 현대의 체계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는 <갈라 포라스-김 <국보>> 전시가 열리고 있다. 글 김수진(프리랜스 에디터, 디블렌트 CD)

전시명 <‘생태적 전환: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갈라 포라스-김 <국보>> 전시 기간 2024년 3월 31일까지 전시 장소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www.leeumhoam.org

[ART + CULTURE ’23-24 Winter SPECIAL]

01. Intro_다양성의 가치  보러 가기
02. Front Story_타이베이 비엔날레(Taipei Biennial) 2023_<Small World>_나와 너,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화두  보러 가기
03. 가장 사적인 ‘취향 페어링’을 찾아서  보러 가기
04.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도시 자체로 ‘문화예술 특별구’  보러 가기
05.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세상의 시선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예술  보러 가기
06.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고전부터 컨템퍼러리까지 아우르는 월드 클래스 컬렉션과 기획전  보러 가기
07.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비엔나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새 랜드마크들  보러 가기
08.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차근차근 보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가는 미술 시장 보러 가기
09. Interview with 마뉴엘 솔라노(Manuel Solano)_이해하고 이해받기 위한 여정 보러 가기
10. 뉴욕(New York) 리포트_지금 우리 미술을 향한, 세상의 달라진 시선  보러 가기
11. 시드니 아트스페이스(Artspace) 재개관을 맞이하며_Reflections on Art and Diversity  보러 가기
12. 하루키의 텍스트가 기억될,미래의 기념관이자 현재의 도서관  보러 가기
13. 마크 로스코(Mark Rothko)_화폭에 담긴 음률  보러 가기
14. 호시노야 구꽌(HOSHINOYA Guguan)__물, 바람이 만나는 계곡의 휴식  보러 가기
15. Exhibition in Focus  보러 가기
16. Remember the EXHIBITION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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