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예술이 점점 더 다원성을 품어가는 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단순한 장르 간 이종교배가 아니라 퍼포먼스, 설치, 음악, 연극, 멀티미디어, 그리고 새로운 예술 형식을 융합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인 다원 예술(interdisciplinary art)이 요즘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원 예술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의 아트 공간인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 센트에서는 <성좌의 변증법: 소멸과 댄스플로어(Dialectic of the Stars: Extinction Dancefloor)>라는 제목의 다원 예술 전시를 선보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해외 작가 9인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국내 작가 4인이 참여해 이 시대의 실존적 불안과 위기에 대해 비판적 모색을 꾀하는 전시다.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표현 형식은 다채롭고, 억지로 엮어내는 내러티브도 없지만 이들의 시대적 감수성에는 공통분모가 있는데, 인류의 자연 파괴, 부의 양극화 같은 현실로 갈수록 증폭되는 인간의 불안을 직시하고 그러한 재앙을 막아낼 초국가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만우 플랫폼엘 관장은 “마치 작품들 사이에 연통관이 있는 것처럼 대화하는 관계가 성립된다는 점이 흥미롭다”라고 설명한다. 아라쉬 나시리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출품작 ‘City of Tales’와 최원준 작가의 ‘나는 평양에서 온 모니카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2015 스페인관에 선보인 페포 살라자르의 ‘Biziak 5. b’와 박보나 작가의 ‘패러다이스 시티’가 그렇다고. 언뜻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체험’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전시 개막일에 수십 명이 신체를 소진하도록 춤을 추는 롤라 곤잘레스의 퍼포먼스 ‘Dance Me to the End of Love’를 선보인 건 좋은 선택이었다. 다들 신나게 즐기면서도 몸으로 ‘체득’되는 성찰이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