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mic eleg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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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4, 2023

글 고성연 | photographed by kim sa yun

서구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시기로 꼽히는 파리의 문화 예술 황금기를 가리켜 ‘벨 에포크(Belle E´poque)’라고 부른다. 대개 19세기 말부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시기에 해당하는데, 훗날 사람들이 단어 뜻 그대로 ‘아름다운 시절’을 그리워하며 부르다가 정착된 표현이다. 이탈리아 하이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Damiani)의 창립자 엔리코 다미아니 역시 그 빛나던 시절에 파리를 여행하며 추억을 가득 쌓았는데, 귀국한 뒤 그 영감을 바탕으로 탄생시킨 스테디셀러가 ‘벨 에포크’ 컬렉션이다. 거의 1세기가 흐른 지금, 빼어난 성장세로 또 다른 의미의 아름다운 시절을 누리고 있는 다미아니는 그에 걸맞은 특별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21세기다운 역동성을 우아하게 풀어낸 ‘벨 에포크 릴(Belle E´poque Reel)’ 컬렉션. 얼마 전, 이 뜻깊은 컬렉션을 둘러싼 이야기 보따리를 안고 한국을 찾은 다미아니 CEO 제롬 파비에(Je´ro^me Favier)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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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적인 풍요가 흐르며 문화 예술적으로 꽃을 피웠던 그 눈부셨던 시절. 사실 알 만한 이는 다 아는 ‘벨 에포크’는 늘 마케팅 전략을 펼칠 때 활용하기 좋은 개념이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매혹된 파리의 시대적 배경으로도 나왔듯,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황홀하기 그지없는 시기다. 그래서 자칫 진부해지기 쉬울 만큼 범람하고 있는 용어이기도 한데, 1세기 전쯤 등장한 하이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Damiani)에는 결코 허울 좋은 마케팅이 아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금세공 장인 엔리코(Enrico) 다미아니가 1924년 브랜드를 창시한 다음 세상에 선보인 ‘벨 에포크’ 컬렉션이고, 이 이름값을 하듯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엄연한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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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전의 영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벨 에포크 릴’
“엔리코 다미아니는 다분히 예술적 영혼을 지닌 인물이었는데, 20세기 초반 파리를 여행했을 때 찬란한 도시 풍경에 매료됐어요. 라디오, 자동차, 영화 등 빠르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문명의 소산에도 푹 빠져들었죠. 이 같은 배경에서 우리는 이번에 특별히 ‘영화(cinema)’에서 영감을 얻은 새 컬렉션을 선보이게 된 것이랍니다.” 팬데믹의 여파로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게 되어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 다미아니의 최고경영자(CEO) 제롬 파비에(Je´ro^me Favier)가 ‘벨 에포크 릴(Belle E´poque Reel)’의 탄생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다미아니의 상징과도 같은 벨 에포크 컬렉션이 그동안 그 유서 깊은 자산을 토대로 다양한 라인업을 보여왔지만 이렇듯 완전히 새롭게 진화한 현대적인 창조물을 내놓은 건 거의 1백 년 만인 셈이다. 파비에 CEO의 말처럼 ‘시네마의 미학’에서 영감을 받은 창조물답게 목걸이, 반지, 이어링, 팔찌의 구성을 갖춘 이 컬렉션은 필름의 ‘릴(reel)’처럼 직각-원형이 반복되는 기하학적 패턴이 눈길을 절로 잡아끄는데, 단지 디자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회전하는(rolling) 기능적인 메커니즘 덕분에 한층 더 매력적이다. 시각과 촉각적 희열의 조화가 빚어진다고 할까. 더욱이 소피아 로렌을 비롯해 샤론 스톤, 틸다 스윈턴, 제니퍼 애니스톤, 기네스 팰트로, 브래드 피트 등 영화배우들에게 애정을 담뿍 받아온 기나긴 이력이 있기에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잘 어울리는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통에 마냥 기댄 게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컬렉션이라는 점을 제롬 파비에는 누누이 강조하며 스스로 벨 에포크 릴 컬렉션의 화이트 링을 낀 손을 내보였다. “성 구분이 없고(gender-free) 포용적인, 동시대성을 반영한(contemporary) 컬렉션입니다. 심지어 ‘롤링’의 묘미 덕분에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장점까지 있답니다. 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도 잊지 말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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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아니의 새 르네상스를 이끄는 주역들
게다가 이 뜻깊은 프로젝트에서 전반적인 ‘디자인 경영’을 진두 지휘한 일등 공신이 다름 아닌 다미아니 가문의 3대 후손 조르지오(Giorgio) 다미아니라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다미아니는 창업자의 3대손이 경영진으로 참여하면서 여전히 가업을 잇고 있는, 그리 흔하지 않은 기업이기도 합니다. 세 남매가 휴일에도 같이 시간을 보낼 정도로 친하면서 일에서도 각각의 강점을 발휘하며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거든요.” 회장으로 기업을 이끄는 귀도(Guido), 섬세한 감각과 소통력으로 대외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실비아(Silvia), 그리고 디자인과 제품 개발 영역에서 남다른 동력을 제공하는 조르지오 등 다미아니 세 남매의 역할은 저마다의 특장점을 토대로 이렇게 나뉜다고.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를 두루 거친 ‘럭셔리통’인 제롬 파비에는 다미아니에 2018년 경영 전문가로 합류하기 전 ‘가족 경영’ 체제에 대해 살짝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가문의 DNA가 제대로 작동될 때는 오히려 “남다른 ‘시너지’와 ‘응집력’을 창출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실제로 살비니, 칼데로니를 비롯해 무라노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니니 등 여러 브랜드를 거느린 다미아니 그룹의 최근 수년간 성장세는 가히 21세기의 르네상스라고 명명할 정도로 가파른 편이다. 제롬 파비에 CEO는 이러한 상승세에 대해 우선적으로는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에 힘입은 것이라 강조했다. “‘주얼리계의 오스카’로 통하는 다이아몬드 인터내셔널 어워즈에서 18차례나 수상했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경쟁력을 말해주는 지표일 텐데, 저는 감히 우리가 ‘럭셔리 산업’이 아니라 ‘럭셔리 진정성’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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