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ream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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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 2013

에디터 이예진

내가 꿈꾸던 나만의 명품 가방이 그대로 현실화되는 순간. 하이엔드 럭셔리 하우스의 스페셜 오더 메이드 서비스라면 가능하다.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남과 차별되는, 오직 나만을 위한 스페셜 오더 메이드 백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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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더 메이드 가방
수십 개의 샘플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소재를 선택하고, 컬러를 정한다. 가방 안쪽에 포켓을 달고 핸들 소재와 버클을 바꾸고 나만의 이니셜을 넣는다. 꿈에 그리던 나만의 가방이 그대로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스페셜 오더 워크숍에 다녀온 에르메스 홍보 담당자는 주문 제작 가방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주었다. “일본에 사는 한 시인은 사과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사과 형태의 가방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어요. 안쪽에는 스털링 실버로 사과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죠.” 에르메스 라벨이 붙은 사과 가방이라니 상상이나 해본 적 있는가. “버킨과 켈리 백 안에 생루이 와인 잔을 넣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달라거나 자신의 딸이 그려준 그림을 프린트로 입혀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가족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단종된 파우치와 똑같은 디자인을 10개 만들어달라는 의뢰도 있었고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독특한 고객들의 의뢰 방식은 아틀리에의 장인조차 당황하게 만드는데, 디자인을 받으면 실현 가능한 스타일인지,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방과 일치하는지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들어 중간 과정을 체크하며 수정을 거듭한 후 완성한다. 고객들이 의뢰한 새로운 디자인 중 실제로 상품화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국내 고객이 켈리나 버킨의 컬러와 가죽을 바꾸거나 이니셜을 새기는 정도의 소극적인 방법을 취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경우. 한마디로 국내에서는 기존의 제품에 자신의 취향을 보완하는 정도지만, 외국에서는 기존에 없던 디자인을 새롭게 창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한편 루이 비통은 맞춤 제작 가방이 외신에 소개되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작년 4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자신의 가방을 들어 보이며 연설을 했는데, 이는 루이 비통의 메이드 투 오더 서비스, ‘오트 마르퀴네르’ 방식을 통해 제작된 락킷 백이라는 사실이 급속도로 퍼진 것. 오트 마르퀴네르는 락킷, 노에, 트라이앵글, 밀라리스, 스티머로 구성된 다섯 가지 형태와 27개의 컬러 중 하나를 고르고 8종류의 겉감과 2종류의 안감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가죽의 질감과 소재에 따라 한없이 세분화되기에 4만 가지라는 종류가 나올 만큼 엄청난 경우의 수가 생긴다. 가죽은 6개월, 악어나 파이톤 등 이그조틱 레더는 1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걸릴 만큼 인내심이 필요하다. 랄프 로렌은 일찍이 메이드 투 오더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리키 백을 악어가죽으로 제작한 크로커다일 리키 백을 대대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이뤄지는 이 서비스는 오더 메이드 전용 데스크에서 이루어지며, 리키 백을 위한 스와치 북을 보면서 4개의 사이즈와 20개의 가죽 컬러, 6종류의 양가죽 안감, 2개의 하드웨어 중에서 선택해 오직 나만을 위한 리키 백이 탄생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악어 가방에 일가견이 있는 콜롬보에서도 오더 메이드 서비스를 진행한다. 최상급 싱가포르 포로수스 악어가죽의 다채로운 컬러와 질감, 광택을 확인할 수 있는 커다란 컬러 스와치 북이 준비되어 있는데, 악어가죽의 종류만 해도 세 가지에 이르고, 도마뱀, 파이톤, 오스트리치 등 다루기 어려운 이그조틱 레더를 완성도 높게 선보여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 구찌의 경우 뉴 뱀부 백에서 시작한 오더 메이드 서비스를 재키 백과 스터럽 백까지 확장시켰다. 타조, 악어가죽 등 진귀한 가죽은 물론 메탈 디테일과 가죽의 광택도 세밀하게 선택할 수 있다. 토즈는 취향과 개성이 분명한 남성을 위해 더블 스트라이프 컬렉션 백의 스트라이프 컬러 매치를 원하는 대로 변경해준다. 비용은 추가되지 않지만 계절이 두 번 바뀔 만큼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들지 않아도 좋을 느긋함만 있다면 꼭 한번 시도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직접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만 깔려 있다면 집에서도 오더 메이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한 예로, 로에베는 아마조나 아틀리에에서 진행하는 커스텀 메이드 방식을 온라인에 옮겨 왔는데, 로에베 아마조나 아틀리에 웹사이트나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마조나 백을 제작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아마조나 백을 클릭한 후 선택 사항에 맞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인데, 카프, 고트, 두 가지 종류의 악어, 오스트리치 중에서 가죽을 선택하면 19가지 다양한 컬러와 핸들 소재, 가방의 코너 패치까지 자유자재로 조합해 약 13만분의 1 확률을 지닌 나만의 가방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디자인한 가방에 넣고 싶은 이니셜을 입력하면(최대 3개까지 가능하다) 견적까지 뽑아 집까지 배송해주니 정말 스마트한 세상이 아닌가. 또 혁신적인 디지털 이벤트를 전개하는 버버리는 2013 F/W 컬렉션이 끝난 직후 일주일 동안 프리 오더를 한 고객에게 가방 안쪽 메탈 장식에 이름을 각인해주는 레터링 서비스를 진행하고 전자 라벨(RFID)를 넣어 장인이 핸드백을 제작하는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이엔드 명품 하우스의 오더 메이드 서비스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들의 요구와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더욱 세분화된 선택 사항을 준비하고 온라인과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프라이빗한 일대일 방식으로만 여겼던 커스텀 메이드가 다수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로도 정착했다는 사실은 맞춤 제작 방식이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는 획일화된 잇 백 트렌드와 넘쳐나는 복제품에 신물 난 이들에게 특별한 만족감을 선사하고 있음은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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