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llection of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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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4, 2015

에디터 고성연(트레비소 현지 취재)

일찍이 베네통은 단순히 옷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은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특유의 광고 캠페인으로 사회적 이슈들을 끄집어내온 일종의 문화 기업이었고, 지금은 꽤 흔해진 사회적 책임(CSR)은 처음부터 그 DNA의 일부였다. 여전히 컬러 혁신, 니트 웨어, 그리고 사회적 헌신이라는 브랜드의 변치 않는 세 가지 가치를 고수하겠다고 선언한 베네통은 최근 베니스 인근의 작은 도시 트레비소에 위치한 커뮤케이션 센터에서 ‘베네통답게 차별된’ 발표식을 가졌다. 그 세 가지 가치를 한데 엮은 ‘우리들의 컬렉션’(A Collection of Us)과 여성들의 권익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 ‘WE’를 동시에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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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저 우리 자신이 되기로(be ourselves) 했다”라는 어떤 기업의 공언이 반갑게 들리는 경우가 그리 흔치는 않다. 하지만 아마도 수십 년에 걸쳐 통통 튀는 ‘파격’이 무엇인지, ‘창조적 혁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United Colors of Benetton)이라면 그럴 법도 할 것이다. 흑인 엄마의 젖을 먹는 백인 신생아라든지 오색찬란한 동그란 콘돔의 나열, 오바마, 차베스 같은 세계 지도자들의 입맞춤 등을 인상적인 ‘비주얼’로 풀어내는 과감한 광고 캠페인으로 에이즈, 인종차별, 전쟁과 화합 등 사회적 이슈를 다뤄온 브랜드가 아니던가. 그런 베네통이 이번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성’과  ‘더 나은 삶’을 얘기하고 나섰다.
베네통의 본질을 담은 ‘우리들의 컬렉션’
지난 10월 22일, 베니스 인근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 트레비소(Treviso)에 자리 잡은 베네통 커뮤니케이션 센터. 보드랍고 섬세한 니트의 짜임새가 연상되는 영상을 배경으로 베네통의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하는 이 자리에서 마케팅 최고 책임자가 브랜드 ‘본연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말을 꺼내자 공감 어린 박수가 쏟아진다. 니트 웨어, 컬러 혁신, 그리고 사회적 헌신이 바로 베네통이 고수해온 가치다. 이어서 발표한 ‘우리들의 컬렉션(A Collection of Us)’에는 여성들이 지닌 삶의 지혜를 공유한다는 기치를 바탕으로 바로 이 세 가지 핵심 가치를 담았다. 속도 빠른 생산과 소비로 점철된 요즘이지만 브랜드 DNA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베네통의 고집스러운 포부가 반영된 컬렉션이다. 1960~90년대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전통(heritage)을 비롯해 기술(tech), 색(color), 그리고 기능성(performance)을 강조한 네 가지 ‘캡슐’로 구성됐다. 베네통 특유의 부드럽고 다채로운 색상이 인상적인 니트 웨어의 향연이 캡슐별로 저마다의 공간에서 펼쳐지고, 환호성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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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글로벌 캠페인, 여성의 삶을 생각한다
베네통에 그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일부’라고 강조하는 ‘사회적 헌신’도 이번 컬렉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를 위해 베네통은 여성들의 더 나은 권리와 삶을 위해 ‘해방(emancipation)’과 ‘여성권 강화(women empowerment)’를 메시지로 내세운 글로벌 캠페인(WE)을 펼친다.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얘기 속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된 새 글로벌 캠페인은 실제로 여성들이 지속 가능한 생계를 꾸려가고, 모든 경제 분야에서 온전한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우리들의 컬렉션’ 광고 캠페인에 세대를 초월한 5명의 여성 모델들이 사이 좋게 등장하는 이유다. 베네통은 이날 전 세계에서 온 기자, 학자, CSR 전문가가 모인 자리에서 WE 프로그램의 시작 단계로 2백만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계획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들의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열띤 토론이 미니 세미나를 방불케 하는 현장의 모습에서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자세란 어떤 것인가’라는 문제를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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