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enco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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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1, 2010

에디터 배미진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가슴 떨리는 희열과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 이것이 바로 하이 주얼리와의 조우다. 아름다운 것이 꼭 내 손안에 들어와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극도의 화려함, 덧없음, 무가치함을 대중이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상징적인 계급시대가 종식된 지금, 신분과 지위의 상징이었던 하이 주얼리의 가치를 다시 되새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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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장충동 신라 호텔에서 열린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전시는 한국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역사적인 보석을 눈앞에서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진귀한 감동의 자리였다. 은 세공업으로 시작한 불가리의 초창기 실버 작품과 유럽의 대부호들에게 주문을 받아 제작한 유색석 네크리스,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주얼리 컬렉션까지 진품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이 주얼리들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왜 브랜드마다 실제로 소유하기에는 버거운 하이 주얼리 전시를 개최하는 것이며, 전시 개최 비용보다 더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하이 주얼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하이 주얼리란 무엇인가
하이 주얼리란 무엇일까. 무조건 비싸고 화려하면 하이 주얼리인가. 우선 정당한 평가를 받은 보석이라면 이유 없이 비싼 것은 없기에 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이라면 하이 주얼리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고의 원석, 디자인, 장인 정신이 결합되어야 만 하이 주얼리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마다 그 기준은 다르지만 주얼리 하우스로서 오랜 명성을 쌓아온 까르띠에의 자체 기준에 따르면 하이 주얼리군에 속하는 제품이란 2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혹은 유색 스톤이 포함되어 있는 제품을 말한다. 물론 이는 브랜드 내부적인 기준에 불과하며 가격대로 하이 주얼리를 구분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이 주얼리를 만나는 몇 가지 방법

하이 주얼리를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매장을 찾는 것이다.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메종, 혹은 백화점의 단독 매장을 찾으면 부티크 한편에 찬란하게 전시되어 있는 하이 주얼리를 만나볼 수 있다.  판매보다는 전시를 위해 디스플레이한 것으로, 일정 기간마다 로테이션되기도 한다. 보다 다양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보고 싶다면 전시장을 찾으면 된다. 지난 2008년 국내에서 선보인 <티파니 보석전>에서 1백70년 브랜드 역사를 아우르는 하이 주얼리를 만나볼 수 있었다. 티파니 보석전은 국내뿐 아니라 영국과 일본에서도 개최되었다. 이러한 전시는 대중들이 쉽게 화려한 주얼리에 접근하게 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주얼리를 통해 교육적인 기회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티파니라는 브랜드와 대중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얼리계의 샛별인 샤넬 화인 주얼리 역시 해마다 예술의전당 등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준하는 전시장에서 하이 주얼리 전시회를 개최한다. 샤넬의 모티브인 코메트, 카멜리아 등이 하이 주얼리의 모티브로 등장하고 샤넬 특유의 우아함과 화려함이 덧입힌 색다른 주얼리를 볼 수 있다.

럭셔리 주얼리 하우스들은 이렇게 공개적인 전시회 이외에도 은밀히 진행되는 소규모의 VIP 살롱쇼 방식을 선호한다. 까르띠에는 트래블링 컬렉션을 통해 전 세계의 고객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제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브랜드의 가치와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시를 개최하기도 한다. 티파니는 매년 VIP 고객 중에서도 최상위 VIP 고객을 ‘블루북 컬렉션’에 초대한다. 이 행사는 1년에 한 번 티파니 매장이 있는 나라 중 한 곳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2009년에는 국내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블루북 행사는 티파니의 모든 장인들이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를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 최상위 VIP 고객에게 먼저 선보이기 위한 행사다. 티파니의 연중 최대 행사로 아름다운 주얼리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혁신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또 이러한 VIP 고객들은 대부분 다이아몬드에 관심이 많고 구매 빈도수도 높기 때문에 이러한 적극적인 살롱쇼나 연중 이벤트가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 도구

과거 주얼리는 지위, 부, 권력을 부여하는 원천으로서 군주제에 대한 종속의식을 되새기게 하는 무언의 언어였다. 통치자들은 이 점을 절대로 간과하지 않았으며 고도의 정치 전략으로 주얼리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군주제가 모두 종식된 데다 과시 수단으로 보유하기에는 예술 작품보다 더 값비싼 하이 주얼리가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피아제나 반 클리프 아펠, 까르띠에처럼 럭셔리 주얼리 하우스로 잘 알려진 브랜드들은 해마다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 새로운 컬렉션 중에는 대부분 기존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 많다. 까르띠에의 경우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다 해도 기존의 오키드, 팬더 등의 모티브를 발전시킨 형태가 많다. 티파니의 경우도 꽃이나 곤충과 같은 자연환경부터 다양한 모티브의 자사 하이 주얼리를 오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하이 주얼리는 전혀 새로운 것을 선보이기보다는 브랜드의 가치를 되새기는 작품이 많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영속시키고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엔트리 레벨의 아이템에까지 하이 주얼리를 보유한 브랜드의 기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브랜드들은 이러한 하이 주얼리를 제작하는 공방의 모습과 장인들의 손길, 그 과정을 공개하는 것을 즐긴다. 하이 주얼리를 제작하는 공정을 공개함으로써 하이 주얼리 뒤에 숨겨진 특별한 에피소드와 길고 긴 제작 공정,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쏟은 노력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과 하이 주얼리를 함께 접한 대중은 하이 주얼리에 더 높은 가치를 두게 되고, 이러한 가치는 그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영향을 준다.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극적인
그렇다면 하이 주얼리는 단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가. 물론 아니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하이 주얼리는 대중에게 공개되고 그 명성을 알리고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며 가치를 드높이는 존재다. 아무리 값진 보물도 아름다운 예술품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대중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면 금세 시들어버리고 만다. 하이 주얼리의 찬란함에 공감하고 그 예술적 가치를 노래할 때 우리의 일상도 생기를 얻는다. 적어도 하이 주얼리와 조우하는 그 순간만큼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림과 음악만이 예술은 아니다. 금전적인 숫자를 넘어서 희소성이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석을 최대한 아름답게 장식한 하이 주얼리는 예술품으로서 그 가치가 더 높다. 예술적 영감이 샘솟고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할 때 일상은 더 풍요로워진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가치 있게 여겼던 보석들의 찬란함에 대한 경탄은 우리의 시각이 몰개성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세상 모든 작은 것에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하이 주얼리를 만난다는 것은 꿈을 꾸고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을 잊지 않게 해주는 예술과의 조우이며 아름다움을 잊지 않게 하는 결정적 단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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