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명소 퐁피두 센터에 가면 조각의 거장 콘스탄틴 브랑쿠시(1876~1957)의 자취를 훑어볼 수 있는 별관 ‘아틀리에 브랑쿠시’가 아담하게 자리한다. 예술적 재능이 풍부했던 가난한 청년 브랑쿠시는 루마니아 출신인데, 부쿠레슈티를 떠나 대부분 걸어서 파리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해가 1904년. 그 고달팠을 기나긴 도보 여정을 기꺼이 감수할 만큼 당시 파리는 찬란한 문화 예술의 중심지였다. 서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대’라는 의미에서 훗날 ‘벨 에포크(Belle E´poque)라 불린 빛나는 시절의 파리다. 대개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시기(1890~1914)를 가리키는 이 눈부신 황금기를 전후로 한 재능 넘치는 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현암사에서 펴낸 ‘예술가들의 파리’ 3부작 시리즈를 추천한다. 파리로 건너간 브랑쿠시가 몽파르나스에서 만나 큰 영향을 준 모딜리아니, 30대 중반에 요절한 친구 모딜리아니와는 달리 20세기를 화려하게 살다간 피카소, 흥미진진한 우정과 경쟁을 피카소와 나눈 마티스 등 당대 최고의 미술가들은 물론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마르셀 프루스트, 헤밍웨이 같은 문인, 드뷔시와 라벨, 스트라빈스키 같은 음악가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거성’들의 에피소드를 꽤 유기적으로 엮어놓았다. 흥미로운 움직임이 싹트는 여명기(1871~1900)를 다룬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파리 만국박람회 이후 절정기를 조명한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1900~1918), 마지막으로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다방면에서 혁신이 소용돌이처럼 몰아친 시기를 담은 <파리는 언제나 축제>(1918~1929). 이렇게 연대별로 나눈 3부작이다. 저자인 메리 매콜리프는 역사학자지만 비범한 인물들의 역동적인 삶과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춘 소설처럼 이야기를 버무린다. 이 시기의 예술과 패션, 음악 등 전반적인 문화에 대한 상식을 갖추고 있다면, 혹은 오늘날까지도 빈번히 회자되는 문화 예술적 광채와 그 배경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에 관심이 있다면 매력적으로 다가올 읽을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