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EUM, 소리를 담아내는 진심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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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7, 2024






쟁쟁한 뮤지션이 펼치는 ‘라이브 공연’이 아님에도 요즘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화제의 공간 오디움(Audeum). 청계산(서울 서초구) 자락에 자리한 이 빈티지 오디오 뮤지엄의 인기는 언뜻 이 공간의 배경을 수놓고 있는 화려한 이름들의 조합이 빚어낸 과열 현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일단 설립자가 ‘오디오 파일’ 사이에서는 예전부터 진정성 있는 빈티지 오디오 애호가로 유명한 정몽진 KCC 회장인 데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뮤지엄 설계를 맡았고,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꽤 높은 디자이너인 하라 겐야가 브랜딩을 이끌었다고 하니 그럴 법도 하다. 지난해 가을 구마 겐고의 도쿄 스튜디오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이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궁금했는데, 막상 실제로 공간을 보니 어째서 건축가가 대표작의 하나로 꼽는다는 얘기가 들리는지 알 듯했다. 날씨 좋은 날, 멀리서 보면 하얀색으로도 보이는 파사드를 두르고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을 수직으로 감싸는 2만여 개 알루미늄 파이프가 빛에 반사되면서 자아내는 효과란 걸 알 수 있다. 돌, 나무, 종이를 선호하는 구마 겐고의 전형적인 재료는 아니지만 커다란 풍경(風磬)처럼 은근히 시적인 오라를 뿜어내며, 실내에서 보면 마치 숲속 미풍 속에서 흔들리는 가는 나무들의 세레나데 같기도 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나무 마감재가 주를 이루는 공간이 펼쳐지는데, 내부로 갈수록 부드러워지는 구마 겐고표 ‘약한 건축’을 느낄 수 있다. 층고 9m가 넘는 시원한 설계로 덩치에 비해 층수(지상 5층, 지하 2층)가 적은데, 덕분에 탁 트인 시야는 물론 ‘보이드’로 인한 공간의 미학과 아름다운 공명이 내부에 스며들게 됐다. 1세기를 훌쩍 넘는 빈티지 오디오의 역사를 아우르는 풍부한 컬렉션도 일품이지만 관람의 필수 코스인 ‘청음 체험’은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 현재 개관전 <정음(正音): 소리의 여정>이 진행 중인데, 특별 전시실에서는 오디움의 소장품을 담은 아카이브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 목·금·토 3일만 문을 연다.


홈페이지 www. audeum.org(현장 예약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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