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20 Summer SPECIAL] almost all about Nick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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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1, 2020

글 고성연

어떤 목소리는 부드럽고 감미로워 인기를 누리지만, 어떤 목소리는 처연해서 사랑을 받는다.
후자는 호오(好惡)가 뚜렷이 갈릴 수는 있어도 일단 좋아하게 되면 아주 강력한 팬심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멀리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진행 중인,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고전의 주인공이자 개성 넘치는 음유예인(吟遊藝人) 닉 케이브(Nick Cave)도 그런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나름의 취향과 색채가 확연히 느껴지는 방식으로 현대미술을 열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브랜드 구찌와 덴마크 자선단체인 베켓 재단이 메인 스폰서로 힘을 보탠 <스트레인저 댄 카인드니스: 닉 케이브전(Stranger Than Kindness: The Nick Cave Exhibition)>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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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케이브(Nick Cave)’라는 이름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많을 듯하다. 꽤 강한 글로벌 팬덤을 거느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널리 알려진 팝 스타는 아니니까. 하지만 지글지글 끓는 듯 절절한 감성과 거친 듯 애달픈 목소리의 소유자 톰 웨이츠(Tom Waits) 같은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한다면 닉 케이브의 목소리 역시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외화를 즐겨 본다면, 딱히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의 고독한 목소리를 이미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3년 말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주인공 팀의 아버지가 자신의 장례식에 특정 뮤지션의 음악을 틀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가 바로 닉 케이브다. 그러한 바람대로 나중에 장례식에 흘러나온 아버지의 테마곡 ‘Into My Arms’는 인생과 사랑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신이 사랑을 주는 게 아니라 사랑에서 나타나는 존재가 신이라고 얘기하는 닉 케이브의 목소리는 가슴 먹먹하게 슬프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1957년생으로 호주 출신인 닉 케이브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록 밴드를 결성하면서 뮤지션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20대에 유럽으로 넘어가 펑크 록, 포크, 블루스,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섭렵하고 시인, 소설가, 극작가, 배우 등으로도 활약한 팔방미인형 아티스트다. 일각에서는 가수, 화가, 배우 등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로 절로 집중하게 만드는 목소리의 소유자 백현진을 가리켜 닉 케이브를 연상시킨다고도 한다. 어느덧 60대 중반이 된 닉 케이브는 더 이상 충동과 광기로 무대를 헤집어놓지도, 절망을 짜내는 듯한 음악을 하지도 않고 초연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고독, 중독, 상실, 이별 등 삶에 스며든 상처에서한 발짝 벗어나 지켜보면서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듯한 음악을 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역대 최고의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고스틴(Ghosteen)> 앨범을 내면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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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을 조용히 달구고 있는 몰입형 전시 <스트레인저 댄 카인드니스>
케이브의 인간적인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이 공감대를 느끼게 하는, 전기적 성격이 강한 기획전 <스트레인저 댄 카인드니스: 닉 케이브전 (Stranger Than Kindness: The Nick Cave Exhibition)>. 지난 6월 8일 북유럽에서 희귀 서적, 예술가의 기록물을 최다 소장한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히는 덴마크 왕립 도서관의 문화 플랫폼 블랙 다이아몬드에서 막을 올린 이 전시에 앞서 <스트레인저 댄 카인드니스>라는 동명의 책도 선보인 바 있다. “이 독특하고 비정형적인 전시에 참여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힌 닉 케이브는 공동 큐레이팅과 디자인을 맡는 열정을 보였다. 큐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크리스티나 백(Christina Back)과의 협업으로 사진, 영상, 가사, 초안, 예술품 등 60년 넘게 그가 수집하거나 만든 3백 점이 넘는 작품이 마치 예술가의 생각과 창의적 과정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거대한 몰입형 설치 작품들로 탄생했다. 그의 삶을 수놓아온 창조적 영감의 원천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할 의도가 없었던 놀라운 예술적 과정도 엿볼 수 있다고. 닉 케이브는 또 오랫동안 뮤지컬 작업을 함께 해온 워런엘리스(Warren Ellis)와 손잡고 전시장의 8개 룸을 위한 800㎡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작곡·녹음하기도 했다.
눈을 감은 채 나지막이 읊조리는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 음 사이에 내뱉는 숨소리도 ‘예술’이 된다는 닉 케이브의 목소리처럼 ‘기묘하게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평을 낳고 있는 이 전시는 코로나19에 따른 제약을 감안해 최대한 많은 이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내년 2월 13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전시의 트레일러 영상(https://youtu.be/tAxaaCTerC8)을 보고 ‘우리는 코펜하겐에 갈 겁니다’라는 글을 남긴 각국의 팬들이 간절히 내비치는 기대와 바람처럼 하루빨리 지구촌을 누빌 수 있는 여행길이 다시 자유롭게 열리기를. 홈페이지 www.thenickcaveexhibition.com





[ART+CULTURE ′20 Summer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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