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같은 재해가 세상을 덮치면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이니, 자연의 심술이니 하는 푸념이나 성토가 나오곤 합니다. 그래도 덕분에 우리는 삶과 죽음, 그리고 자연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볼 계기를 갖게 됐습니다. 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도 됐고요. 내일이 언제나 오는 게 아니고, 자연이 당연히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극히 평범한 진실을 곱씹으면서 말이지요. 평화롭고 느긋한 산책이 아니라 매일같이 장시간에 걸친 치열한 홀로 걷기를 통해 현실적인 구원을 꾀했던 철학자 니체는 자연에서 찾아낸 세 가지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광대함, 고요함, 햇빛. 이로 인해 자신의 깊은 내면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이제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거리를 마스크 없이도 활보할 수 있게 되면서 세상의 모든 풍경이 우리에게 반가운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 곳곳에서는 오랜만에 아무런 제약 없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고요. 특히 이번 <스타일 조선일보> ‘Art+Culture’ 여름 스페셜호에서 다뤘듯 유럽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 아트 바젤, 카셀 도쿠멘타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현대미술의 해’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놀랍도록 북적대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걸 보니 어쩐지 허무한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시 찾아온 소란이 내심 싫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람과 햇빛 사이를 잇는 수많은 풍경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나름의 구원 방식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풍경은 자연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숲과 물과 바위에 투사된 심상(心象)의 산물이다”라는 사이먼 샤마의 말을 기억하면서.
[ART + CULTURE ’22 Summer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