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지구촌에 강타를 날린 팬데믹 세상에서 우리는 건축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곱씹어볼 커다란 계기를 맞닥뜨렸습니다. “건축은 유용한 경험의 선택을 제한하는 식으로 우리를 억제할 수도 있고, 기분 좋은 가능성을 여럿 따져보는 능력을 되찾게 할 수도 있다”고 미국의 건축가이자 사진작가 헨리 플러머가 강조했듯, 건축이 인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주 방문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일본 간사이 지방의 건축을 살펴보며 거장의 손길로 빚었지만 그간 몹시 황폐화되어버린 공공 명소, 창의적으로 새 단장을 하고 재생 건축으로 주변에 활기를 주는 미술관, 햇살을 받을 때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깊은 숲속의 녹음에 자리한 명상 센터 등을 마주하니 건축이 그저 아름답거나 유용한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가 펼쳐지는 영역’이자 ‘가능성의 총체’라는 플러머의 설파가 납득이 되는 느낌이었지요. 이번 <스타일 조선일보> ‘Art+Culture’ 여름 스페셜호에서는 이토록 소중한 건축 경험을 다양한 시선에서 여러 결로 다루는 필자들의 ‘공간 산책’을 모아봤습니다. 알다시피 세상에는 다양한 건축과 공간이 존재합니다. 미적 오라와 메시지의 강렬함이 공존하는 작품을 설치한 작은 공간도, 압도적 위용을 뽐내는 듯하지만 친근하게 세상과 조화를 이루고 사람들의 온기로 지탱하는 공공장소의 뜰도, 동시대의 문화적, 예술적 자산을 창의적으로 담아내는 미술관도, 그리고 ‘여행의 공간’이라 불리는 호텔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의지를 가지지 못하면 영혼이 침식당하고 마는 인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게 건축의 운명이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마을, 동네에도 자유롭고 선한 의지와 창조적 영감이 깃드는 건축의 가능성이 활짝 열리는 풍경을 더 자주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ART + CULTURE ’23 Summer SPECIAL]
14. 아만노이(Amanoi)_a gem tucked in the mountains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