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19 SUMMER SPECIAL] Masterly Tales_Ar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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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 2019

글 고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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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이라고 하면 대개 반사적으로 ‘고흐’를 떠올릴 것이다. 사실 빈센트 반 고흐는 아를에서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생레미 드 프로방스에 바로 앞서 15개월간 머물렀다. 하지만 동료 화가 폴 고갱과의 에피소드가 워낙 잘 알려진 데다, 무엇보다 그가 간절히 원했던 따뜻한 햇살과 풍경의 짙은 색감에 고무받아 2백 점이 넘는 회화를 남겼기에 아를과 고흐는 한 쌍의 단어처럼 붙어 다닌다. ‘해바라기(Stilll Life-Vase with Fifteen Sunflowers)’, ‘밤의 카페 테라스(Café Terrace at Night)’ , ‘론강에서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over the RhÔne)’, ‘노란 집(The Yellow House)’ 등 당장 떠오르는 제목만 나열해도 지금은 가치를 매기기 힘든 명작의 항연이다. 막연히 고흐만을 생각하고 아를을 찾은 경우라면 다른 면모에 놀라게 된다. 고대 로마 유적이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고, 투우 경기까지 열리는 묘한 앙상블을 목도하게 되기 때문이다(고흐는 로마 유적 같은 데는 영 관심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느린 속도에 익숙한 아를로서는 꽤 격렬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동시대의 속도와 이미지에 발맞추는 도시 풍경
생레미와 마찬가지로 아를에서도 ‘고흐 따라잡기’는 진부하게 느껴지더라도 거부하기 힘들다. 그가 살던 노란 집이라든가 포름 광장의 카페(그는 실제로 이 카페의 손님이었던 적은 없었다고),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로 힘들어 치료받았던 병원 등. 그런데 정작 아를에서 고흐의 ‘진짜’ 작품을 마주치기는 힘들다. 이는 프로방스의 다른 도시나 그가 사망한 파리 근교의 오베르쉬르우아즈도 마찬가지다. 생전에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라는 한 점의 작품만을 팔았던 고흐의 박복한 커리어를 생각하면 참 ‘웃픈’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세계 유수 미술관들만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작품을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2015년 스위스 제약 그룹의 상속자로 아를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야 호프만(Maja Hoffmann)이 부친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아 반 고흐 재단을 맡으면서 미술관과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대중이 고흐를 늘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자리 잡게 됐다. 그 이전에도 고흐의 드로잉 전시라든가 고흐에 헌정하는 현대미술 전시가 열리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영구적인 장소는 없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로마 유적 사이로 솟아오르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
주로 과거의 잔흔으로 칭송받는 아를의 현대적 자부심은 ‘사진’이다. 1965년 프랑스 최초로 사진 전시를 개최한 미술관인 레아튀 미술관(Musée Réattu)을 둔 도시답게 사진 축제가 열리는데, 최근 들어 점점 더 명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행사로 성장했다. 올해는 특히 개최 50주년이라 뜻깊은 해인데,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은 이를 기념하는 아를 시티 가이드도 발간했다. 이런 배경을 지닌 만큼 아를에는 명문 사진 학교도 있는데, 현재 ‘스타키텍트’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짓고 있는 루마(LUMA) 재단 건물이 들어서는 새 부지로 확장해 이전할 예정이다. 이미 사진 축제의 오랜 후원자로 지역사회의 문화에 기여해온 마야는 습지에서 나온 물질을 혁신적으로 재활용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아틀리에 루마를 설립하고, 동시대적인 예술성을 반영한 호텔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투자하는 등 아를의 변신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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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매력, 그랑 오텔 노르 피뉘 vs 라를라탄
요즘 아를에는 2~3년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상점이며 호텔 등 도시의 풍경을 새롭게 수놓는 요소가 많다. 그중 독특한 아름다움과 ‘가성비’를 따지자면 부티크 호텔 라를라탄(L’Artlatan)은 단연 가장 ‘핫’하게 회자되는 이름이다. 이 역시 15세기 저택을 개조했지만, 쿠바계 아티스트 호르헤 파르도(Jorge Pardo)의 손길 아래 시각적 황홀함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감각적인 색의 조합이 인상적인 모자이크 플로어와 조명, 이색적인 ‘미모’를 자랑하는 다채로운 맞춤형 가구와 소품으로 둘러싸인 내부, 역시 범상치 않은 디자인을 뽐내는 레스토랑 등 ‘잇 플레이스’가 될 모드 요소를 갖췄다.
주소 20, rue du Sauvage, 13200 Arles
사이트 www.arlatan.com/en
라를라탄과 대조적으로 그랑 오텔 노르 피뉘(Grand HÔtel Nord Pinus)는 ‘전통’을 거의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호텔이다. 고흐의 ‘노란색 카페’가 위치한 포름 광장에 자리한 이 호텔은 20세기 초반부터 장 콕토, 피카소, 에바 가드너, 에디트 피아프 등 문화 예술인들이 발이 닳도록 들락날락하던 곳이니 ‘전설’이라는 편이 낫겠다. 빈티지 의자와 모로코 스타일의 조명, 벽에 가득한 유명인들의 낡은 사진, 여전히 냉장고가 없는 객실 등 ‘문명의 편의’를 추구하는 고객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매력이 넘친다. 특히 운 좋게 3층 객실을 차지한다면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낮을 막론하고 감동적인 아를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주소 Place du Forum, 13200 Arles
사이트 www.nord-p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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