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21-22 Winter SPECIAL] 지상(紙上) 전시_Portraits of Our Times_앤디 워홀(Andy Warh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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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5, 2022

글 심은록(동국대 겸임 교수·리좀-심은록 미술연구소 소장)


앤디 워홀 Andy Warhol
무가치의 예술


● 앤드루 워홀라(Andrew Warhola Jr., 1928~1987)는 미술 애호가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앤디 워홀의 본명이라고 하면, 그제야 잘 안다는 표정으로 안도한다. 실제 인물 ‘앤드루 워홀라’보다 더 실제 같은 앤디 워홀은 워홀라가 만들어낸 ‘하이퍼리얼리티 이미지’다. 현재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전시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Andy Warhol: Looking for Andy)>(2021. 10. 1~2022. 2. 6)의 자화상처럼 워홀의 작업 공간인 ‘팩토리’에서 만들어낸 이미지 그 자체가 워홀이다. 그는 여러 인터뷰와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The Philosophy of Andy Warhol)>에서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면 “작업에서 드러나는 걸 보면 되고, 그 이면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왜 이처럼 친숙한 ‘앤디’를 또 찾으려는 것일까? 우리는 또다시 ‘앤드루’를 찾고 있는 게 아닐까?


●● 후기 자본주의에서는 소용 가치가 아니라 ‘기호 가치’를 소비한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에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음에도 소비는 지속되고 있다. 이를 영속화하는 최대 동력은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광고’다. 워홀 역시 광고 분야에서 먼저 인정받아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공했고 <보그>, <하퍼스 바자> 등 유명 잡지사의 일을 맡았으며, 상업 디자인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최고작도 대부분 매스미디어와 소비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그는 영화, 텔레비전을 비롯한 대중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광고 스타일을 미술에 도입했다. 소비자가 가방이 아니라 루이 비통이라는 고상한 ‘이미지’를 착용하고, 자동차가 아니라 벤츠라는 사회적 지위의 ‘이미지’를 소유한다는 것을 일찍 간파했기 때문이다. 워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활발해진 이러한 흐름을 실제 캠벨 수프 캔(1962년 당시 29센트)에는 없는 하이퍼리얼리티 이미지(‘캠벨 수프 캔’ 32점, 당시 각각 1백 달러)로 제작하며 시각화하기 시작했다.


●●● 소비사회 이론으로 유명한 장 보드리야르는 ‘그 신화와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워홀을 가장 좋아한다. 보드리야르는 이미지에 관한 ‘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은 더 이상 근본적인 기능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발터 벤야민이 말한 예술의 ‘제의 가치’ 상실과 더불어 현재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인한 ‘전시 가치’의 상실도 추가된다. 보드리야르는 워홀의 작업을 포함해 “현대 예술의 모든 이중성은 무가치(nullite´), 무상함(insignifiance), 무의미(non-sens)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가치’라는 무거운 윤리적 코드에 짓눌리면서도 그 관습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예술로부터 다다는 이를 해체했고, 워홀은 거기에 ‘무가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무가치’에 다시 ‘가치’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고, ‘앤디’가 아니라 ‘앤드루’를 찾고 있다.





[ART + CULTURE ’21-22 Winter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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