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SPECIAL] 차가운 디지털의 온기 어린 위로_몰입형 아트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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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 2021

글 고성연

지구촌을 휩쓴 팬데믹의 격랑 속에서 부각된 ‘디지털 패러다임’은 문화 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물리적인 공간에서 ‘오감’으로 체험하는 미디어 아트는 좀처럼 집중하기 힘든 우리에게 ‘몰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미술 도구로 활용해 보다 폭넓은 표현을 가능케 해 감각의 새 차원을 연다는 평도 받는다. 복잡한 ‘과학’을 바탕으로 ‘자연’이나 ‘명화’를 소재로 내세워 친근하게 다가온다. 자연환경, 그리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소중함을 디지털로 느낀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갈수록 맵시와 내실이 진화하는 미디어 아트의 몽환적인 매력은 문화 소비자에게 참신한 위로와 즐길 거리가 되고 있다.
제주 애월과 성산의 영구적인 공간, 그리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각각 전시를 펼치고 있는 미디어 아트 그룹의 몰입형 콘텐츠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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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애월에 ‘영원한 자연’을 심은 아르떼 뮤지엄
일본에 teamLab, 프랑스에 ‘빛’ 시리즈를 창출하는 컬처스페이스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디스트릭트(d’strict)가 있다. 코엑스에 마치 쏟아질 듯 생생하고 거대한 파도를 디지털 영상으로 연출해 화제를 모은 ‘웨이브(Wave)’로 유명세를 탄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올해 뉴욕 타임스 스퀘어와 밀라노 두오모 성당 등에도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디스트릭트는 지난해 여름 국제갤러리와 손잡고 에이스트릭트(a’strict)라는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을 탄생시켰는데, ‘Starry Beach’(2020)라는 대형 설치 작품을 전시해 줄 서서 관람해야 할 정도로 많은 인파를 모으기도 했다. BTS 멤버 RM이 전시장을 다녀갔다는 소식으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기도 하지만 ‘도심 속 별이 빛나는 해변’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작품 자체도 빛났다. 디스트릭트는 지난가을 제주 애월에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전시관인 아르떼 뮤지엄을 꾸렸는데, 이 역시 화제가 되면서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바닥 면적만 4,600㎡(1천4백 평) 규모에 높이 최대 10m에 이르는 커다란 전시장은 ‘시공(時空)을 초월한 자연(Eternal Nature)’을 공통 콘셉트로 삼았지만 각각 다른 주제로 10개의 다채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이 중 기획전을 위한 공간인 ‘가든’에서는 첫 전시로 제주의 자연을 담은 작품, 클림트 등 서양미술사의 세계를 다룬 작품 등으로 채운 몰입형 미디어 아트 쇼가 오는 6월까지 계속된다. 국제갤러리에서 첫선을 보인 에이스트릭트의 작품 ‘Starry Beach’도 늦어도 오는 봄에는 ‘합류’할 예정인 데다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여러모로 도모한다고 하니, 앞으로를 더 기대해봄직하다.


전시 시간 6월까지(첫 기획전)
홈페이지 www.arte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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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미학’이 깃든 몰입형 전시 공간, 빛의 벙커
제주 성산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는 몰입형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이다. 지난 2018년 말 국내 기업 티모넷이 프랑스 문화 예술 기업 컬처스페이스와 제휴해 문을 열었다. 프랑스 남부 레보드프로방스의 폐쇄된 채석장을 무대로 한 ‘빛의 채석장’을 모태로 하기에, 제주 전시장도 버려지다시피 한 공간(통신 시설로 쓰던 벙커)에 소생의 숨결을 불어넣어 만든 ‘재생의 미학’이 반영돼 있다. 명화 ‘키스’로 명성이 자자한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를 내세운 개관전이 관람객 56만 명을 동원했고, 현재는 <빛의 벙커: 반 고흐>전이 진행 중이다. 지구인에게 늘 애틋한 사랑을 받는 화가 반 고흐의 짧고도 애달픈 삶의 여정에 꿈을 꾸듯 동참할 수 있는 전시. 동시에 ‘고흐’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화가 폴 고갱의 단편 작품도 선보인다. 근현대미술사를 수놓은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주로 다루는 빛의 벙커는 춤을 추듯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이미지의 향연도 그렇지만, 콘텐츠에 어우러지는 출중한 음악 레퍼토리가 강점이다. 3D 음향을 웅장하리만큼 멋지게 살리는 아미엑스(AMIEX) 기술을 반영한 덕분에 우아하고도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시 시간 2월 28일까지
홈페이지 www.bunkerdelumier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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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DDP에 찾아온 <teamLab:LIFE>展
미술가, 엔지니어, 수학자, CG 애니메이터,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다국적 아티스트 그룹 teamLab. 일본 오다이바의 명물인 <teamLab Boderless> 상설전을 접했거나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에 자리한 아트사이언스 뮤지엄(ArtScience Museum)을 방문한 이들이라면 이미 ‘팬’이 된 사례가 많을 듯하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선보이는 <teamLab:LIFE>展은 그런 면에서 개막하기 전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일본,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각지에서 디지털 시대의 융합적인 예술을 섬세한 감성으로 빚어내는 teamLab의 새로운 대형 전시이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아름다운 축복을, 때로는 지나치게 가혹한 위협을 주는 존재인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루는 이번 전시는 8개 공간을 감각적으로 수놓는다. 사면의 벽을 가득 채운 디지털 영상이 다채로운 춤사위를 펼치노라면 관객은 공간의 마법에 절로 빠져든다. 호쾌하게 철썩이는 파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신이 나 ‘셀카’를 찍기도 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천천히 피어나는 스크린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며, 벽에 ‘터치’를 하면 생기는 ‘인터랙티브’ 반응에 즐거워하기도 한다. 잠시나마 좌절스러울 수도 있는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몰입의 순간이 그렇게 찾아온다.


전시 시간 4월 4일까지
홈페이지 www.teamlab.art/ko/e/d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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