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ful &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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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6, 2019

글 고성연(라스베이거스 현지 취재) | 취재 협조 라이베이거스 관광청(LVCVA) www.visitlasvegas.co.kr, www.lvcva.com

‘엔터테인먼트 수도’ 라스베이거스의 진화
건축학자들은 도시를 가리켜 ‘변화를 통해 성장하는 거대한 인공물’이라고 얘기한다. 시간과 더불어 성장한 건축과 공학의 합작 인공물이자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사막 위에 꽃피운 라스베이거스는 그 변화의 속도와 폭이 가장 경이롭게 느껴지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네온사인과 광고판으로 점철된 단순한 ‘유흥의 도시’가 아니라 음악, 공연, 현대미술 같은 문화 예술, 스포츠, 미식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여행자들의 발길을 ‘거듭’ 이끄는 매혹을 품게 된 ‘엔터테인먼트 수도’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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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미국 네바다주 남동부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라스베이거스(Las Vegas)는 스페인어로 ‘초원’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1905년 철도가 개통하면서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그렇게 불렸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뜻밖에 온천수가 뿜어나오는 걸 발견하고는 지도에 ‘라스베이거스’라 적었다고 한다. 1936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후버댐이 완성되면서 이 사막 도시는 ‘유흥’으로 각광받는 관광도시가 된다. 교통 인프라도 발달해 상업적으로 번영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이미지의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온갖 간판, 광고판, 네온사인, 유럽 도시나 고전에서 베껴온 듯한 모조품…. 이 같은 상징들과 연계된 뭔가 추하고 복잡하고 지저분한 이미지였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건축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파격적인’ 시선이 대두됐다. 현대건축과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와 데니스 스콧 브라운이 <라스베이거스의 교훈>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모더니즘이 고집하는 ‘순수한 질서’의 틀에서 벗어나 기호학을 끌어들여 도시를 바라보는 참신한 잣대를 제시한 것. 간단히 말하자면 이들은 라스베이거스의 혼잡한 거리를 수놓은 수많은 상징이 오히려 도시에 생동감을 불어놓고 역동적인 매력을 띠게 한다는 주장이었다. 휘황찬란한 광고 슬로건이나 일상적 문구가 범람하는 ‘자동차 도시’를 그려보면 어딘가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지 않은가. 물론 주로 학계에서 일어난 파장이었기에 도시 전체에 따라붙는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20세기 후반을 향해 달리면서 라스베이거스는 단순한 환락의 도시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99년에는 비게임 산업 분야의 매출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게 됐다는 통계가 있다. 2008년 지구촌을 강타한 경제 위기로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21세기의 라스베이거스는 그야말로 ‘일취월장’의 모범 사례로 꼽힐 만하다. 건축과 디자인, 공학, 예술, 미식, 쇼핑 등 갖가지 콘텐츠가 흥미롭게 얽혀 있고,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끄는 ‘브랜드 도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혹자는 ‘혁신’이라고 부르는 이 도시의 한층 업그레이드된 면면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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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라면 서러운 ‘쇼 엔터테인먼트’, 공연의 메카

라스베이거스만큼 ‘The Show Must Go on’이라는 유명한 글귀가 잘 어울리는 도시는 없을 듯하다. 주요 호텔마다 내로라하는 가수나 공연단을 앞세운 전속 쇼를 두었기에 매일 저녁 오감을 즐겁게 자극할 만한 ‘이벤트’가 널려 있다. 예컨대 서커스를 공연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태양의 서커스’도 몇가지 버전이 진행되고 있고, 레이디 가가나 머라이어 캐리 같은 슈퍼스타의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매일같이 공연장을 찾는다고 해도 워낙 다양한 스펙트럼에 그리 지루해할 틈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올가을 초 필자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낸 한 주의 저녁은 내내 ‘공연’으로 채워졌는데, 저마다 색채가 달랐다. 윈(Wynn) 호텔에서 만날 수 있는 ‘르 레브(Le Re^ve)’는 ‘꿈’이라는 의미처럼 몽환적인 느낌의 수중 곡예 쇼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무대장치 속에 은근히 긴장감이 감돌다가 때때로 박진감이 넘치는 구성과 댄서들의 기술이 빼어나다. 여성이라면(남성 동반자가 있어도 기꺼이 따로 볼 의향이 있다면) 스타 영화배우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이 기획하고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매직 마이크(Magic Mike Live!)’를 주목할 만하다. 성에 대한 과감한 판타지를 유쾌하고 섹시하게 풀어내는 남성 댄스 스트립쇼로, 18세 이상이면 관람 가능하다. 내용을 떠나 근육질 댄서들이 단독으로, 혹은 ’군무’를 추는 강렬한 모습이 절로 함성을 자아낸다. 공연장은 하드 록 호텔(Hard Rock Hotel)에 있다.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마술 쇼의 대명사 데이비드 코퍼필드 쇼(David Copperfield Show)도 있다(MGM 그랜드 호텔). 이제 60대인 코퍼필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할리우드급 무대장치와 기술을 동원해 관객의 눈을 멋지게 속여내며 변함없는 센스를 자랑한다. 9월에 라스베이거스를 찾을 수 있다면 더 역동적인 무대도 만날 수 있다. 도시를 대표하는 음악&예술 축제로 자리 잡은 ‘라이프 이즈 뷰티풀(Life Is Beautiful)’ 페스티벌이 펼쳐지기 때문이다(https://lifeisbeautiful.com). 3일 동안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 공연이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음악 팬이라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더없이 상쾌한 날씨 속에서 해마다 강력해지는 라인업으로 행복감에 도취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이다. 올해는 포스트 말론(Post Malone),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 그리고 K-팝 보이 그룹 몬스타엑스 등이 무대를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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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 미학을 품은 콘텐츠

물론 주로 밤에 즐기는 쇼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더라도 볼거리, 할 거리는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 높은 ‘액티비티’를 꼽으라면 헬기 투어와 카 레이싱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즐기는 ‘액티비티’의 큰 장점으로는 ‘가까운 거리’를 들 수 있다. 심지어 대자연의 위용을 한껏 체험할 수 있는 그랜드캐니언 헬기 투어도 그렇다. 20분 정도만 차로 이동하면 메인 스트립 근처에 있는 선댄스 헬리콥터(Sundance Helicopter) 투어에 동참할 수 있다. 차로 5시간도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헬리콥터를 타고 사뿐히 날아오르면 약 40분 후 그랜드캐니언에 도달한다. 헬기에서 내려 보호구역에서 샴페인을 곁들인 피크닉을 하는 투어 코스가 1인당 4백45달러로, 가격도 합리적인 편. 레이싱을 사랑한다면 스포츠카를 타고 짜릿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이그조틱스 레이싱(Exotics Racing)’을 잊지 마시라. 원하는 차종을 골라 직접 운전할 수도 있고, 전문 드라이버가 나름의 스릴을 선사하는 ‘동승(Ride Along)’ 체험도 가능하다.
지나치게 가슴 뛰는 역동적인 활동에 좀 지쳤다면, 아니면 원래 고요한 산책이나 사색을 선호한다면 미술품이나 전시 감상을 추천하고 싶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무슨 ‘아트’냐고? 필자도 그런 의문을 품었지만, 이 도시에도 썩 괜찮은 미술 콘텐츠가 존재한다. 먼저 ‘호텔 아트 산책’은 부담스럽지 않고 그리 거대하지 않은 라스베이거스의 동선을 잘 활용해볼 수 있는 옵션이다. 파크 MGM 호텔과 아리아(Aria), 브다라(Vdara), 팜 카지노 리조트(Palms Casino Resort)등은 로비와 복도, 앞뜰 등 여기저기에 현대미술 작품이 즐비한 곳들이다. 잘 보면 데이비드 호크니나 데이미언 허스트 같은 슈퍼스타의 작품도 마주칠 수 있다. 또 럭셔리 브랜드들만 모아놓은 크리스털 쇼핑몰(The Shops at Crystals)에 가면 내부 벽면을 아름답게 감싸거나 트램 터널을 환상적인 색채로 물들인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 제임스 터렐의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쇼핑몰 내 루이 비통 매장에서는 빛의 효과를 활용한 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터렐의 작품 ‘Akhob’을 영구 전시하고 있다(‘예약’은 필수!). 또 차로 20~30분 거리에는 사막 위를 경쾌하게 수놓은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설치 작품 ‘세븐 매직 마운틴(Seven Magic Mountains)’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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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과 미식의 천국, 부티크 감성 등 다양성을 녹이다

라스베이거스를 환히 밝히는 네온사인 못지않게 많고, 그래서 ‘선택 장애’를 안겨주는 듯한 목록이 있으니, 바로 호텔과 레스토랑이다. 언젠가부터 미식 허브로 자리 잡은 이 도시에는 지구촌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셰프들이 이끄는 내로라하는 파인 다이닝 브랜드가 모여 있다. 대부분 호텔 안이나 연결되어 있는 쇼핑몰에 자리해 예약만 해두면 이동하기에도 편리한 편.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본 듯한 조각상들이 가득한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 호텔에는 그 유명한 노부(Nobu) 레스토랑이 있다. 일식 세계화의 선봉장으로 활약해온 노부 마쓰히사의 미식 세계를 만끽하고 난 뒤에는 근처에 자리한 밴더펌프 칵테일 가든(Vanderpump Cocktail Garden)에 들르는 것도 좋은 생각일 듯하다. 우아하고 신비로운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맛의 조화가 근사한 칵테일과 달콤한 디저트를 놓치기 아까우니 말이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유독 대형 호텔이 많지만, 최근에는 부티크 감성의 호텔을 접목하는 시도가 보여 눈길을 끈다. 시저스 팰리스 내부에 노부 호텔이 들어서 있고, 파크 MGM에는 뉴욕, LA에 있는 인기 부티크 호텔 브랜드인 노매드(NoMad)가 입점해 있다(맨 위에 있는 4개 층이 노매드 호텔의 공간인데, 건물 외관을 보면 짙은 카키색 띠를 둘러 ‘표시’를 해뒀다). 노매드 호텔에 있는 동명의 ‘더 노매드’(The NoMad) 레스토랑과 테킬라 바 마마 래빗(Mama Rabbit)은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꼭 들러볼 만한 ‘핫플’이다. 산뜻하고 아기자기한 아침 식사를 하고 싶다면 벨라지오(Bellagio)의 명소 사델스(Sadelle’s)를 추천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스테이크 하우스로는 스타 셰프라는 명성이 부끄럽지 않은 쿠치나 바이 울프강 퍽(Cucina by Wolfgang Puck)을 꼽고 싶다(크리스털 쇼핑몰 안에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식 등 ‘아시아 요리’가 몹시 생각나는 날이 있다면 조선화로 & 나라 테판(Chosun Hwaro & Nara Teppan)이 플래닛 할리우드에 자리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미식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하루에 다섯 끼를 소화하기는 힘들기에 아마도 ‘다음’을 기약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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