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19 SUMMER SPECIAL] Masterly Tales_Aix-en-Provence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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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 2019

글 고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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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에서 북쪽으로 28km 떨어져 있는 엑상프로방스는 기원전 122년 로마의 집정관이 세운 도시다. 중세부터 프로방스 지역의 문화, 상업, 교육의 중심이라 여유가 흐르는 ‘멋쟁이’ 도시로 통한다. 그러면서도 거주인 중 약 3분의 1이 학생이라 젊은 활기가 느껴진다. 바다를 면하지 않은 내륙 도시지만,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한 온천수로 유명하고, 도시 곳곳에 저마다의 개성이 담긴 다채로운 분수를 볼 수 있다. 이 도시를 짧게 줄여 부르는 별칭인 ‘엑스(Aix)’는 고대 라틴어로 물(aqua)를 뜻한다고. 7월에는 오페라와 클래식 연주를 접할 수 있는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도 유명하다. 하지만 엑스는 뭐니 뭐니 해도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Paul Cézanne)의 고향으로 제일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당연히 세잔의 자취가 곳곳에 묻어 있고, 그의 생애를 따라잡는 ‘세잔 투어’가 흔하지만 그게 전부일리는 없다. 특히 ‘현대적’인 요소가 더 풍부해지면서 이 도시의 매혹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전통과 동시대성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공간들
엑상프로방스에는 ‘의외의 반가움’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현대미술 공간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옵아트 창시자 빅토르 바사렐리(Victor Vasarely) 재단 미술관이다. 헝가리 태생인 바사렐리는 1960년대 초부터 남프랑스에 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1976년 자신이 몸소 설계까지 가담해 엑상프로방스에 미술관을 지었다. 올해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회고전이 열리면서 디지털 시대에도 그만의 혁신성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바사렐리는 다양한 시점에서 본 대상의 부분을 모아 하나로 구현하는 ‘다시점(多視點)’ 구성으로 현대미술의 시작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 세잔을 존경했다고 한다. 바사렐리 재단 미술관은 외관부터 내부 전시장까지 기하학적 형태와 미묘한 색채의 조화, 원근법 등으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옵아트의 면면을 제대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대미술의 흐름을 접할 수 있는 기획전도 열린다.18세기의 유서 깊은 저택을 미술의 전당으로 탈바꿈한 코몽 아트 센터도 이 도시에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수준 높은 기획전 뿐만 아니라 대칭미가 돋보이는 고아한 프랑스식 정원에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인기 만점이다.

천혜의 자연 속 ‘미술관’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
엑상프로방스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 드넓은 와이너리와 동시대 미술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흔치 않은 곳이 있다. 천혜의 자연 풍경을 따라 끝이 어딘지 모르게 펼쳐진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미’가 물 위에 떠 있고, 칼더의 큰 조각이 함께하는 도입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와이너리 주인이 친구인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설치 작품을 하나둘 들여놓으면서 마치 방대한 야외 미술관처럼 확장된 사례다. 장 누벨, 톰 섀넌, 다니엘 뷔랑, 그리고 한국이 낳은 거장 이우환 작품 등을 비롯해 긴 산책을 하다 보면 계속 마주치는 예술 작품들이 황홀할 만큼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물론 지금도 새로운 작품들이 계속 ‘입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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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뒤 콜렉쇼뇌르(Maison du Collectionneur)
섬세하게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고른 가구와 오브제를 통해 젊은 주인이 지닌 ‘취향의 미학’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은 호텔이 지난해 여름 엑상 프로방스의 중심부에 들어섰다. 미라보 거리 등 마자랭 지구의 중심에서 가깝고 그라네 뮤지엄, 코몽 아트 센터 등 웬만한 뮤지엄을 지척에 둔 메종 뒤 콜렉쇼뇌르(Maison du Collectionneur). 겉보기에는 빨간 대문뿐이라 언뜻 숙박업소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사실 잘 보면 입구에 있는 비밀번호 키패드 위에 명함 한 장이 얹혀 있다)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화사하고 세련된, 그러면서도 안락한 감성의 인테리어에 기분이 좋아진다. 6개의 방도 저마다 아름다운 개성을 품고 있다. 호텔명에 포함된 ‘콜렉쇼뇌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아트와 디자인을 사랑하는 컬렉터인 주인은 호텔에 비치하는 작은 물건도 실력 있는 브랜드에 따로 주문 제작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근육 긴장을 푸는 데 좋은 블렌딩 오일 제품이 욕실에 놓여 있는 등 작은 기쁨을 선사하는 요소가 눈에 띈다.
주소 19 Rue Roux Alpheran, 13100 Aix-en-Provence
사이트 www.maison-du-collectionne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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