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Art Basel in Hong Kong
인구밀도가 높고 인파로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새로운 문화 예술 공간이 주는 힘은 크다. 상업적이든 공공성을 띠든 ‘문화 예술’로 호흡하는 공간은 인간에게 활기와 영감을 불어넣고, 때로는 위로와 휴식을 선사하기도 하니까.
올봄 아트 주간에 홍콩을 찾은 이들에게 참신한 풍경과 경험으로 다가왔을 ‘뉴 스페이스’를 소개한다.
1 지난해 5월 홍콩 센트럴 지구에 들어선 명소 타이퀀 센터 내에 있는 현대미술관 JC 컨템퍼러리. 스위스의 저명한 건축가 듀오가 이끄는 헤어초크 앤드 드 뫼론(HdM) 건축 설계 사무소의 작품이다.
2 JC 컨템퍼러리의 내부 공간. 나선형 계단은 작품의 일부이기도 하다.
3 오는 4월 28일까지 열리는 JC 컨템퍼러리의 기획전 <The Violence of Gender>의 전시 풍경.
4 추엔완(Tsuen Wan) 지역에 새롭게 들어선 전시 공간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 Textile). 섬유산업 전성기인 1960년대에 난펑그룹(Nan Fung Group)이 운영한 섬유 공장을 문화 허브로 탈바꿈시킨 더 밀스(The Mills) 프로젝트의 결실 중 하나다.
5, 6 현재 CHAT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해 텍스타일을 모티브로 한 작품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기획전 <Unfolding: Fabric of Our Life>가 열리고 있다.
7, 8 홍콩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갤러리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아트 특화 건물로 지은 H 퀸스에 갤러리들이 줄줄이 입성했는데, 올해는 뉴욕, 런던 등에 갤러리 공간을 갖춘 메이저 화랑 레비 고비(Le´vy Gorvy)가 홍콩 센트럴 지구 세인트 조지 빌딩 1층에 지점을 냈다. 첫 전시로 ‘자연’을 주제로 칸딘스키, 모네, 조안 미첼, 송동, 하오량 등 동서양 작가를 아우른 <Return to Nature>전이 5월 18일까지 열린다. Photo: Kitmin Lee
2 JC 컨템퍼러리의 내부 공간. 나선형 계단은 작품의 일부이기도 하다.
3 오는 4월 28일까지 열리는 JC 컨템퍼러리의 기획전 <The Violence of Gender>의 전시 풍경.
4 추엔완(Tsuen Wan) 지역에 새롭게 들어선 전시 공간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 Textile). 섬유산업 전성기인 1960년대에 난펑그룹(Nan Fung Group)이 운영한 섬유 공장을 문화 허브로 탈바꿈시킨 더 밀스(The Mills) 프로젝트의 결실 중 하나다.
5, 6 현재 CHAT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해 텍스타일을 모티브로 한 작품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기획전 <Unfolding: Fabric of Our Life>가 열리고 있다.
7, 8 홍콩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갤러리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아트 특화 건물로 지은 H 퀸스에 갤러리들이 줄줄이 입성했는데, 올해는 뉴욕, 런던 등에 갤러리 공간을 갖춘 메이저 화랑 레비 고비(Le´vy Gorvy)가 홍콩 센트럴 지구 세인트 조지 빌딩 1층에 지점을 냈다. 첫 전시로 ‘자연’을 주제로 칸딘스키, 모네, 조안 미첼, 송동, 하오량 등 동서양 작가를 아우른 <Return to Nature>전이 5월 18일까지 열린다. Photo: Kitmin Lee
타이퀀 센터,
홍콩인들의 일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다
요즘 홍콩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대부분 센트럴 지구의 타이퀀(Tai Kwun) 센터를 1순위로 거론할 것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열자마자 디지털 시대의 빠른 전파 속도에 힘입어 단숨에 현지인만이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을 이끄는 글로벌 명소로 떠올랐다. 일단 건축물의 오라부터 범상치 않다. 중앙 경찰서, 빅토리아 감옥 등 16개 옛 정부 건물을 1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복합 문화 단지로 재탄생시킨 장기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신축 건물도 두 곳 있는데, 그중 하나인 JC 컨템퍼러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듀오가 헤어초크 앤드 드 뫼론(HdM)이 설계를 맡아 완공 전부터 화제가 된 현대미술 전시장. 마침내 베일을 벗은 타이퀀 센터는 ‘올드 & 뉴’의 조화가 묘한 매력을 자아내는 건축물 자체로도 그렇고, 그 안에 들어선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이 저마다 ‘잇 플레이스’라서 인기 만점이다. JC 컨템퍼러리는 HdM의 강렬하고 우아한 설계도 인상적이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가 더 매혹적이다. 개관 이래 줄곧 수준 높은 전시를 열어왔는데, 이번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선보인 두 기획전 <Contagious Cities: Far Away, Too Close>와 <The Violence of Gender> 역시 호평받았다. 예컨대 ‘19금’ 미디어 아트 작품도 눈에 띈 <The Violence of Gender>의 경우에는 더러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기발함을 품은 콘텐츠를 만나는 재미를 준다. 탄탄한 자본력이 뒷받침된 ‘비영리’ 기관의 장점을 한껏 살려 현시대의 미술을 규모와 수준을 갖춘 전시로 풀어내되, 편견이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소장품을 두지 않고, 외부 큐레이터를 초빙해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는 ‘부러운’ 운영 철학이 버티고 있는 덕이다.
홍콩인들의 일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다
요즘 홍콩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대부분 센트럴 지구의 타이퀀(Tai Kwun) 센터를 1순위로 거론할 것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열자마자 디지털 시대의 빠른 전파 속도에 힘입어 단숨에 현지인만이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을 이끄는 글로벌 명소로 떠올랐다. 일단 건축물의 오라부터 범상치 않다. 중앙 경찰서, 빅토리아 감옥 등 16개 옛 정부 건물을 1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복합 문화 단지로 재탄생시킨 장기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신축 건물도 두 곳 있는데, 그중 하나인 JC 컨템퍼러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듀오가 헤어초크 앤드 드 뫼론(HdM)이 설계를 맡아 완공 전부터 화제가 된 현대미술 전시장. 마침내 베일을 벗은 타이퀀 센터는 ‘올드 & 뉴’의 조화가 묘한 매력을 자아내는 건축물 자체로도 그렇고, 그 안에 들어선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이 저마다 ‘잇 플레이스’라서 인기 만점이다. JC 컨템퍼러리는 HdM의 강렬하고 우아한 설계도 인상적이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가 더 매혹적이다. 개관 이래 줄곧 수준 높은 전시를 열어왔는데, 이번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선보인 두 기획전 <Contagious Cities: Far Away, Too Close>와 <The Violence of Gender> 역시 호평받았다. 예컨대 ‘19금’ 미디어 아트 작품도 눈에 띈 <The Violence of Gender>의 경우에는 더러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기발함을 품은 콘텐츠를 만나는 재미를 준다. 탄탄한 자본력이 뒷받침된 ‘비영리’ 기관의 장점을 한껏 살려 현시대의 미술을 규모와 수준을 갖춘 전시로 풀어내되, 편견이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소장품을 두지 않고, 외부 큐레이터를 초빙해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는 ‘부러운’ 운영 철학이 버티고 있는 덕이다.
CHAT, 애닮고도 사랑스러운 공예 미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다
중심가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추엔완(Tseun Wan) 지역에도 주목할 만한 비영리 공간이 있다. ‘CHAT’라 불리는 새로운 문화 예술 공간인 센터 포 헤리티지 아트 앤드 텍스타일(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 1960년대에 난펑그룹(Nan Fung Group)이 운영한 방직공장을 문화 허브로 탈바꿈시킨 더 밀스(The Mills) 프로젝트의 결실 중 하나로 약 17,000ft2(약 1,579m2)의 널찍한 공간에 ‘텍스타일’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펼쳐진다. 건물 꼭대기도 전시장으로 활용되는데,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산이 시야에 들어오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작가가 참여해 텍스타일을 모티브로 한 작품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기획전 <Unfolding: Fabric of Our Life> 등이 열리고 있다. 세계를 누비는 작가도 만날 수 있지만, 비자 문제로 예술가로 활동하는 데 제약이 따르는 이민 노동자와의 협업 작품도 전시하는 CHAT는 현실적이면서도 정감 어린 순수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간다. 홍콩의 현기증 나는 상업성에서 꽤 자유롭기는 하지만, 사실 타이퀀 센터의 하드웨어나 그 속을 채우는 콘텐츠는 가히 블록버스터급 아닌가. 물론 고층 건물이 즐비한 홍콩 중심가든 웡척항처럼 새로운 ‘아트 로드’가 형성되는 변두리든 도시 곳곳에서 문화 예술을 품은 공간을 마주치는 일은 여전히 반가운 일이다. 규모가 어떻든, 상업용이든 비영리든, 이러한 공간들이야말로 도심 속 오아시스이자 다채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마 내년 봄 매립지를 매머드급 문화 예술 지구로 탈바꿈시키는 시주룽 문화 지구의 핵심 콘텐츠인 현대미술관 M+가 문을 연다면 이 생태계는 커다란 도약을 하게 될 것 같다. 글 고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