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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7, 2018

하이패션의 진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의 세계에 입문하는 것은 필수다.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이 아름다운 작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을 선사한다. 지난 9월 홍콩 리츠 칼튼 호텔에서 개최된 샤넬 2018~19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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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뛰르는 파리다”라는 칼 라거펠트의 말로 시작된 이번 컬렉션 쇼에서는 애서가들과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산실인 파리에 대한 지적인 찬사가 이어졌다. 실제로 파리에서 열린 오뜨 꾸뛰르 쇼에서는 센강변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부키니스트’들이 운영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판 서점을 연출했다. 모델들은 모두 파리지엔으로 변신했고, 폴딩 커프스 부티와 로커빌리 스타일의 앞머리, 포니테일 헤어스타일로 경쾌한 느낌을 자아냈다. 홍콩 프레젠테이션 현장에 들어서자 의상에 사용된 컬러들이 파리에서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게 한다. 아연 지붕의 연회색, 아스팔트 거리의 진회색, 블랙과 짙은 네이비, 잔물결이 일렁이는 센강에 비친 달빛의 골드와 실버 컬러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파리 쇼에서와 동일한 헤어스타일을 한 모델들의 워킹을 볼 수 있었는데, 가까이에서 접한 오뜨 꾸뛰르 의상은 그 무엇보다 소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트위드와 코튼 클래식 혹은 플륌티, 플란넬, 벨벳, 크레이프, 레이스, 태피터, 라지미르, 시폰 소재는 촉감과 시각적인 완성도에서 황홀경을 자아냈다. 코블 스톤처럼 나란히 줄지어 선 크리스털 자수 장식과 퐁 데 자르(Pont des Arts)의 자물쇠를 연상시키는 금 자수 장식을 가미한 그물 모양 튈 소재는 오뜨 꾸뛰르를 위해 공방을 운영하는 샤넬이기에 가능한 디테일이다. 파리의 오랜 역사와 노하우, 패션에 대한 놀라운 집념이 완성한 작품인 것. 이 옷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패션과 문화의 도시, 풍부한 역사적 유산을 향한 샤넬의 순수한 열정을 이해하게 된다. 가장 새로운 디테일을 꼽는다면 단연 지퍼다. 브레이딩 장식을 더한 지퍼를 소매 좁은 재킷과 스커트의 옆선을 따라 넣어주는가 하면, 재킷과 스커트의 전체 프레임을 따라 적용해 보다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캐주얼한 소재로 만든 지퍼지만 옷의 실루엣을 더 정교하게 고정해주는 효과가 있어 매우 우아한 룩을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브닝 의상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창의적이고 아름다웠다. 특히 숄더 부분을 스플릿 처리하고 버스트 부분에 풍부한 장식을 넣은 아름다운 디테일, 가벼운 느낌의 시폰과 튈 소재 스웨터는 하늘거리는 시스 드레스들과 함께 여성미를 선보이고, 어두운 컬러의 시퀸 장식으로 완성한 볼레로 의상은 센강에 비치는 불빛처럼 반짝이는 듯 느껴진다. 14m에 달하는 풍부한 패브릭을 활용한 그레이 시폰으로 된 풍성한 스타일의 스커트는 웨어러블하면서도 오뜨 꾸뛰르적인 매력을 동시에 선사하는 아이템이다. 또 하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마치 솜털처럼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를 대입한 룩이다. 파리와 샤넬, 그 특별한 관계를 보여준 이번 컬렉션은 파리에서 탄생한 샤넬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패션 히스토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에디터 배미진(홍콩 현지 취재)
CHANEL HIGH JEWELRY : COROMANDEL
샤넬 하이 주얼리 신의 새 국면이 시작되었다. 다양한 컬러와 새로운 유색석이 전면에 등장했다. 홍콩 오뜨 꾸뛰르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함께 어우러진 샤넬 하이 ‘코로만델 컬렉션’은 샤넬의 주얼리에 대한 비전을 엿보게 한다.

샤넬 여사의 파리 아파트에 놓인 코로만델 병풍. 이 오브제는 샤넬의 패션부터 주얼리 워치까지 다양한 컬렉션에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이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 역시 코로만델 병풍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주얼리로 눈을 사로 잡았다. 전시장을 신비롭게 연출한 설치물들 사이에서 주얼리는 마치 산 골짜기에 숨어 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즐거움을 주었다. 총 59점으로 구성된 코로만델 컬렉션은 샤넬의 시그너처이자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사랑한 카멜리아를 모티브로 한 ‘꽃(flora)’, 코로만델 세공에 등장하는 ‘동물(fauna)’, 크리스털과 보석에 대한 샤넬의 애정을 상징하는 ‘광물(mineral)’ 등 세 가지 테마로 선보였다. 코로만델의 전통에서 생명을 상징하는 ‘꽃’ 테마는 병풍으로 표현한 화이트 다이아몬드에 핑크 사파이어 꽃잎과 그린 투르말린 나뭇잎을 형상화했으며, ‘동물’ 테마의 중심은 병풍에서 표현된 것과 같이 날아오르는 듯한 새의 모습을 통해 역동적이면서도 유희적인 기쁨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마지막으로 ‘광물’ 테마에서는 코로만델 풍경을 연상시키는 중국 항저우 시후 호수의 신비로운 모습을 하이 주얼리에 담아냈다. 눈부시게 발전하며 매 순간 파인 주얼리 공방의 창의성을 선보이고 가브리엘 샤넬의 세계관을 투영하는 이번 주얼리 전시는 샤넬이 주얼리에 대해 얼마나 깊은 이해와 열정을 지니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인상적인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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