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낮고 평평한 나머지 3층짜리 건물이나 그리 높지 않은 전망대조차 커 보이는 ‘키 작은 섬’ 가파도. 이 야트막한 섬을 둘러싼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사실 많은 이들은 ‘예술의 섬’으로 유명한 일본 나오시마를 연상했다. 현대카드가 사회 공헌(CSR) 프로그램으로 6년에 걸쳐 준비한 가파도 프로젝트가 얼마 전 공개되면서 이 섬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괜한 ‘흉내 내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지만 화려함이 가득하거나 주민과의 공감대 없는 예술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듯 보여 안심이 된다. 일단 섬에 도착하면 이정표 역할을 맡은 터미널(매표소)의 달라진 모습이 눈길을 끈다. 가파도를 닮은 평평한 1층 건물 외관에 앙증맞은 전용 서체의 로고가 기분 좋은 인상을 준다. 폐가를 리모델링해 만든 ‘가파도 하우스’가 6채 들어서 있고 이 밖에 새롭게 들어선 레스토랑, 스낵바, 어업 센터 등이 모두 일관성을 띤 건축과 디자인을 품고 있는데, 현대카드가 원오원 건축사 사무소와 손잡고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주시가 부지를 매입해 주민들에게 임대하는 형태이며, 상당수 주민이 협동조합을 꾸려 운영하고 수익을 배분한다. 현대카드는 일종의 ‘재능 기부’를 했을 뿐 부지를 매입하지 않았다고. 단, 아티스트들을 위한 레지던스는 현대카드 소유다. 20년 가까이 방치된 구조물을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로 리모델링했다. 인구 1백50명 남짓한 이 작은 섬에 의미 있는 공생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