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디올처럼 짧은 기간에 인기와 명성을 얻은 패션 디자이너도 드물 것이다. 1947년 2월 12일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서 ‘뉴 룩’으로 회자된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그는 10여 년간 패션계를 지배했지만 안타깝게도 57세에 운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우아함과 여성미의 절정을 보여준 ‘무슈 디올’의 창조적 오라는 오늘날에도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강력한 듯하다. 몽테뉴가 디올 쿠튀르 하우스의 DNA가 느껴지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배어 있는 범상치 않은 6층짜리 건축물이 서울 청담동 중심부에 들어섰다. 디올 쿠튀르와 20여 년을 함께해온 시드니 톨레다노(Sidney Toledano) CEO를 만나 이 공간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2 스타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의 손길이 닿은 세련된 인테리어. 테이블, 조명 등 각종 요소 전부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다.
4,5 1층은 가죽 제품과 액세서리, ‘라 콜렉션’ 향수 섹션, 2층은 섬세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파인 주얼리 & 타임피스, 3층은 레디투웨어와 슈즈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며, 지하에는 최초의 단독 옴므 부티크가 자리한다.
6 스타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의 손길이 닿은 세련된 인테리어. 테이블, 조명 등 각종 요소 전부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다.
동대문 DDP에서 열리고 있는 <디올 정신>전을 관람했다면 아마도 이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꽃 같은 여성을 디자인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크리스챤 디올 특유의 여성미가 감도는 우아한 스타일과 브랜드를 상징하는 ‘하우스 컬러’인 회색 색조다. “무슈 디올이 몽테뉴가에 디올 쿠튀르 하우스를 열었을 때도 그레이와 화이트가 쓰였지요. 이처럼 디올의 상징과도 같은 ‘그레이’는 이 공간에서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메탈릭 그레이로 표현했습니다. 색채의 농담(濃淡)을 달리한 다양한 회색이죠.” 실제로 디올 하우스를 둘러보면 그레이 가죽과 메탈 느낌의 실이 얽혀 있는 바닥의 카펫, 짙은 회색의 수납장, 은은한 색조의 그레이 칵테일 테이블 등 ‘그레이의 향연’을 방불케 한다. 전체적으로도 하나의 예술품 같다.
“무슈 디올은 원래 아트 갤러리를 열면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애정이나 감각이 남다른 분이었죠. 그게 그의 풍부한 패션 세계로 이어졌고요. 청담동 디올 하우스도 그러한 뿌리 깊은 디올의 DNA를 담은 공간입니다. 무슈 디올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펼쳐 보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퀄리티’를 이해하는 한국 고객들에게 디올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디올의 정수를 ‘우아함’, ‘매혹’, ‘장인 수준의 정교한 솜씨’라는 세 단어로 압축한 그의 설명이 굳이 아니더라도 흔치 않은 럭셔리 공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매장은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