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chen in Fantasy

조회수: 2472
7월 01, 2015

에디터 고성연

1845년에 태어난 이래 ‘주부들의 꿈’으로 자리매김해온 독일 프리미엄 주방 브랜드 휘슬러(Fissler). 브랜드 창립 1백70주년을 맞이한 휘슬러는 조리를 예술로 끌어올린다고 할 만큼 빼어난 제품 역량 못지않게 아트 캠페인에서도 남다른 내공을 드러내왔다. 2007년부터 ‘여성의 삶과 영감’을 주제로 다양한 아트 캠페인을 선보여왔는데, 올해는 브랜드 차원에서 창조적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 17인과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펼쳤다. 주방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재기 발랄한 작품들은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식문화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했다.


1


‘인간은 조리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마음에 와 닿는 시기가 있을까. ‘먹방’, ‘쿡방’으로 도배된 TV 속 콘텐츠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네 일상에서는 건강하고 맛난 먹을거리를 둘러싼 관심이 몹시도 팽배하고, 특히나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할까?’라는 음식에 대한 접근 방식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래서 즐겁고도 편리한 ‘부엌의 소중함’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기도 한데, 이러한 가치를 휘슬러처럼 섬세하게 구현해내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장장 1백70년의 전통 위에 혁신을 새겨온 브랜드의 단단한 내공이 한국에서도 뿌리를 내린 지 어느덧 17년. 내로라하는 국내 아티스트 17인이 그 세월을 수놓은 휘슬러 특유의 탄탄한 본질과 창의적인 소통을 영감으로 삼은 매혹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보였다. 그래픽, 사진, 미디어 아트, 설치물 등 다채로운 형태로 녹여낸 아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전시 <키친 인 판타지(Kitchen in Fantasy)>다.
예술을 입은 ‘키친’, 브랜드 가치를 속삭이다

<키친 인 판타지> 전시장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말 모양의 물체였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박진우의 ‘타임리스(Timeless)’라는 작품. 늠름하게 서 있는 이 은마(銀馬)는 자세히 보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다양한 휘슬러 냄비들이 모여 유연한 곡선을 만들면서 탄탄한 몸체를 이루고 있는데, 공간을 장악하는 힘이 느껴진다. ‘말’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자못 흥미롭다. 물성이 견고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유연한 생명체를 표현함으로써 ‘말=길들이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휘슬러라는 브랜드가 한 방향만 보고 질주하는 말처럼 꿋꿋이 달려온 1백70년의 시간을 기리고 싶었다고.
냄비에서 창조되는 요리를 새로운 작은 우주처럼 바라보는 시각예술가 빠키의 작품 ‘반원 안의 양자 요동’도 흥미로웠다.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음식이나 조리 도구가 실상은 귀한 생명을 유지해주는 원천인 만큼 보다 나은 식환경을 위해 ‘완벽’을 지향해온 브랜드의 가치를 은연중에 일깨워준다. 이에스더 디자이너의 앙증맞은 캐릭터가 돋보이는 ‘솔라 패밀리(Solar Family)’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食口)의 소중함을 기분 좋게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가족의 본질적인 유대감을 예술적인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휘슬러 프리미엄 라인 ‘솔라’ 문양과 컬러가 근사하게 녹아들어 있다. 가족, 연인, 친구 등이 누리는 ‘식탁의 기쁨’을 염두에 두고 최상의 품질과 기능에 힘써온 기업의 자세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2
3
4
5
정겹게 온기를 나누는 소통의 미학

주방은 자연스럽게 온기가 흐르는 ‘소통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존재의 가치가 증명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빼어난 첨단 기능으로 무장했을지라도 삶에 대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온기가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에서 따뜻하고 세밀한 정성을 강조한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온기 가득한 부엌의 리듬을 선보인 ‘쿠닝 팟 퍼커션(Cooking Pot Percussion)’은 일상적인 주방의 소리를 샘플링 작업으로 뽑아내 이를 바탕으로 만든 리듬을 담은 작품인데, 냄비와 주전자의 내용물이 끓고 있는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모던 유토피아 리빙’을 기본 철학으로 삼고 자연과 음식에 관련된 개념을 흥미롭게 해석해온 설치미술 그룹 베리띵즈의 작품이다. 수증기를 모티브로 삼아 작업한 영상이 인상적인 김희원 작가의 작품 시리즈도 온기를 만드는 정성의 미학을 보여준다. 벽면 위로 보이는 45초짜리 영상은 쿡톱에 휘슬러 냄비를 올려 물을 끓여 수증기가 위로 올라오는 순간까지를 카메라에 담고, 요리할 때 나는 17가지 소리를 곁들였다.
“우리는 주방이 단순히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상의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작품의 영역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고, 작품과 교감하면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1백7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휘슬러의 마커스 켑카 글로벌 CEO는 이렇게 밝혔다. 거창하게 브랜드 파워나 출중한 기술력을 내세우는 데 치우치기보다는 따스하고 진지한 시선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번 아트 컬래버레이션은 ‘창조적 소통’에 성공한 듯하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