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Furni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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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5, 2014

글 이소영(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저자) | 도움말 구병준(국립현대미술관 초청 디자인 기획자)

패션 브랜드의 리빙 제품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마르니, 릭 오웬스, 르베이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에르메스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가구와 리빙 제품이 새롭게 출시되고 있는 것. 기존 세대의 패션 하우스 리빙 제품이 50대 이상 연령을 겨냥한 중후한 라인이라면, 차세대 패션 하우스의 새로운 제품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구성이라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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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를 바꾸고 싶다면 패션 스토어로 가라! 젊은 세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릭 오웬스, 마르니,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르베이지, 에르메스, 보테가 베네타 등의 브랜드에서 가구와 리빙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펜디, 미소니, 아르마니, 랄프 로렌, 베르사체 등 기존 패션 하우스 리빙 제품이 50대 이상 연령을 위한 점잖은 스타일이라면, 차세대 패션 하우스의 리빙 제품은 30~40대 소비자를 겨냥한 트렌디한 구성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또 이 차세대 패션 하우스의 리빙 제품은 패션과 별개의 라인이 아니라 시즌별로 변화하는 패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이제 가구와 조명, 침구류에서도 당신이 편애하는 패션 브랜드의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다.
장인과 건축가가 참여하는 에르메스의 맞춤 컬렉션
에르메스는 매년 다른 아티스트를 선정해 리빙 라인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2012년에는 건축가 시게루 반의 건축학적 모듈 시스템인 ‘모듈 아쉬(Module H)에 1920~30년대 디자인을 매혹적으로 담아냈고, 2013년에는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니그로(Philippe Nigro)가 디자인한 가구, 패브릭, 벽지를 선보였다. ‘레 네세세르 데르메스(les Ne´cessaires d’Herme`s)’라고 불리는 새로운 컬렉션은 맞춤 제작을 할 수 있게 고안되어 뻔한 인테리어가 아닌 나만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고급스러운 소재, 특별한 디자인, 놀라운 기능을 갖춘 발레 행어, 옷장, 의자 등은 캐주얼하지만 에르메스만의 우아함을 풍기는 제품들입니다. 또 일부 아이템은 서랍이 감추어져 있는 슬라이드 형태라서 생활 속에서 센스 있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필립 니그로는 제품의 편안함과 실용성을 이렇게 예찬한다.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의 정사각형 비율에 맞춰 제작한 까레 다씨스는 세 가지 높이 중 선택할 수 있어 의자 혹은 사이드 테이블로도 사용 가능하다. 안장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시킨 벤치 제품도 의자, 커피 테이블, 수납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인 퍼니싱 패브릭과 벽지에는 말, 동물, 식물, 바다 등 에르메스의 단골 테마가 그려져 있다. 에르메스 가구와 벽지, 패브릭을 근사하게 매치한다면 당신의 침실은 최고의 공간이 될 것이다. 또 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 에르메스에서 전문가들을 불러모았다. 맞춤 인테리어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건축가, 엔지니어, 장인 등이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다. 새들 스티치 송아지가죽으로 만든 벽 같은 옷장이며, 리모콘으로 조절 가능한 패널로 이루어진 드레스 룸 등이 그렇게 해서 탄생한 가구들이다.
릭 오웬스의 가구 예찬
릭 오웬스의 가구는 2012년 우리나라에서 전시를 하며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릭 오웬스 의자 한 점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되어 있으며, 세계적 경매 회사 크리스티(Christie’s)의 회장이자 컨템퍼러리 아트계의 후원자인 억만장자 프랑수아 피노 또한 릭의 블랙 플라이우드 의자 2개를 소장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릭 오웬스의 가구들은 그가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릭 오웬스만의 개성이 드러난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LA에서 파리로 이사 온 릭 오웬스는 가구 취향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는 투박한 합판이나 군용 담요를 침실 가구에 사용했다면 파리에서는 50만 년 된 규화목이나 화이트 대리석에 끌리기 시작한 것. 평소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브루탈리즘(brutalism), 바우하우스, 아르누보, 아르데코, 미드센트리 모던(mid-century modern) 시대 작품이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20세기 모더니즘과 관련된 사조들의 공통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릭 오웬스의 가구 또한 기하학적이고, 심플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동시에 실용적이다. 또 릭 오웬스 패션 아이템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 있다. 동물과 관련된 것을 집 안에 지니고 있으면 파워를 느낀다는 릭 오웬스는 사슴의 일종인 무스 뿔, 밍크, 족제비 털 등을 이용해 가구를 완성해 감탄을 자아낸다. 진귀하고 구하기 힘든 블랙 석화우드의 껍질 부분만 얇게 잘라내 알루미늄 위에 붙인 그의 식탁도 눈을 뗄 수 없다. 이외에 침대와 소파를 하나로 결합한 데이 베드, 우드를 그대로 사용한 빅 스크린(Big Screen), 소뿔로 장식한 의자, 커튼 등 소재에 따른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독창적 가구 컬렉션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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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 개의 마르니 의자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마르니 마니아라면 의자 구입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마르니의 자선 프로젝트 <1백 개 의자 전시회: 라르트 델 리트라토(L’Arte del Ritratto)>가 런던 디자인박물관이 선정한 2013 올해의 디자인 어워드 후보로 지명되었다. 2012 마이애미 아트 바젤을 통해 새로운 1백25개의 의자를 선보였으며, 2013년에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Salone del Mobile)에서 재구성한 새로운 포맷의 전시를 선보인 것. 흥미로운 것은 모든 의자는 콜롬비아의 전과자들이 핸드메이드로 제작했으며, 전과자들의 정착을 후원하기 위한 마르니의 프로젝트라는 점이 흥미롭다. 등받이와 팔걸이에 사용한 메탈 소재와 다채로운 컬러의 PVC로 마르니 스타일의 의자 1백 개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르니만의 여성스러우면서도 도시적인 디자인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으며 아이들을 위한 에디션도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체이스 롱(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긴 의자), 흔들의자, 그리고 테이블로 구성된 이 아름다운 컬렉션을 기억해두자. 전위적이고 독창적 디자인으로 알려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디자이너 세루티 발레리가 제작한 새로운 가구를 선보였다. 현실과 비대칭, 트롱프뢰유(trompe-l’oeil, 눈속임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전시장에 실내 건축과 디자인의 영역을 아우른 공간을 마련했다. 눈에 띄는 것은 어둑한 다이닝 룸 바닥에는 디스코 볼 형태의 의자와 ‘보틀 램프(Bottle Lamp)’가 놓여 있고, 주방과 욕실에는 쪽마루와 타일을 프린트한 카펫을 사용했다는 점. 침실에는 헤드보드의 형태를 닮은, 점점 줄어드는 듯한 느낌의 커튼이 걸려 있고 불균형을 강조한 콘솔과 테이블을 놓았다. 자작나무와 이그조틱 우드를 사용한 작은 테이블, 옷장이나 책장으로 사용 가능한 모듈형 인테리어 가구, 퀼트 디테일이 조화로운 불균형한 디자인의 헤드보드, 울트라 콤팩트 소형 안락의자, 앤티크 디캔터 마개를 가공한 칼꽂이까지 모든 아이템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특성을 보여준다. 세루티 발레리, 갈레리 B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가구, 러그와 카펫, 램프를 각각 맡아 선보였다.
르베이지의 오리엔탈적인 감성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보인 메종 르베이지는 르베이지만의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모던한 디자인에 오리엔탈적인 감성을 가미해 동서양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안락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의 베딩, 뉴트럴한 컬러의 가구,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의 소품 등으로 르베이지 마니아를 유혹한다. 2013 S/S 시즌에는 밝고 가벼운 느낌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기존의 고상하고 동양적인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느낌은 유지하되 밝은 컬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소개했다. 2012년에 나무 소재 가구는 그레이 오크와 월넛 컬러 두 가지로만 다소 어둡게 선보였는데, 2013년에는 화이트 오크, 라이트 블루, 화이트, 라이트 그레이 등 화사한 컬러가 대부분이라 인테리어에 새로운 악센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테가 베네타 홈 컬렉션의 다채로운 구성
“타셀로 모듈러 시팅 시스템 라인과 플로팅 제품들은 매우 다르지만 철저하게 유기적인 두 가지 방식으로 컬렉션을 확대한 도전적인 디자인의 결과물입니다.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을 발전시켜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앞으로도 제품들을 새로 개발하고 개선해나갈 것입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머스 마이어는 브랜드 특유의 가죽으로 만든 ‘타셀로 시스템’ 라인과 ‘플로팅’ 라인에 애정을 나타난다. 타셀로 시스템은 스웨이드 혹은 부드럽고 결이 살아 있는 레더로 제작한 모듈러 가구이다. 의자, 침대 겸용 소파, 코너 가구와 등받이가 없는 제품도 있다.
플로팅 라인은 글라스, 얇은 브론즈 밴즈, 래커드 가죽을 다양하게 활용해 만든 섬세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탈 프레임에 나사로 고정되어 정면에서 보면 서랍이 공중에 떠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이 특징. 책상, 화장대, 테이블, 콘솔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보테가 베네타 홈 컬렉션에는 가구뿐 아니라 램프, 도자기, 방향제까지 포함된다. 레더와 메탈로 디자인한 플로어와 테이블에 놓는 독서용 램프는 다용도 조명을 가능하게 한다.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스바니토 자기(Intrecciato Svanito Porcelain)에는 에스프레소 컵과 받침을 추가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 식기 세트에도 제품들을 새롭게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보아제(Boise)라는 이름의 방향제를 새로 출시했는데 바이올렛(violet), 베르가모트(bergamot)와 베티베르(vetiver) 계열 노트가 따뜻함에 상쾌함을 더한다. 어떤 향기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렇듯 차세대 패션 하우스의 리빙 제품 출시 붐은 브랜드의 고객 영역을 대폭 확대할 수 있으며, VIP 고객의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에 큰 만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독창적이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하우스의 개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에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도 느낄 수 있다. 이제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패션 브랜드에서 영감을 얻어보자. 패션 하우스의 새로운 리빙 라인은 브랜드의 시즌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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