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미래는 라인 강을 따라 바젤로 흐른다
스위스 시계, 바젤 워치 페어라는 두 단어는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바젤 워치 페어에서 선보인 신상품 시계?라든가, ‘스위스 메이드 시계이기에 가격이 비싸지만 시간이 정확하다?는 표현 같은 것들 말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 스위스는 시계로 유명하다. 바젤은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 북부 지방의 작은 도시로, 국경 지대에 위치한 만큼 교역,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 다양한 디자인과 아트 페어가 쉬지 않고 개최된다. 그중에서도 해마다 3~4월 사이 10일 내외로 새로운 시계와 주얼리를 선보이는 ‘바젤월드(Baselworld)’라 불리는, 유명한 ‘바젤 주얼리·워치 페어’가 열리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동차 박람회, 북 페어, 인테리어 박람회처럼 대규모로 주얼리·워치 신상품을 선보인다. 그 중에서도 시계가 주를 이루는데, 도대체 시계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하기에 10일간이나 박람회를 하는지 의아하다면 오로지 ‘2013년 바젤월드’와 관련된 몇 가지 숫자만으로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4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9일간의 페어 기간 동안 40여 개국에서 참가한 총 1천4백60여 개의 시계·주얼리 업체가 약 1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부스에 제품을 전시했다. 관람객만 해도 10만여 명, 제품을 전시한 12개의 홀 전면의 총 길이는 21km에 이르고, 전시 건물에 사용한 금속의 총량만도 6천3백 톤 이상이다. 단 열흘간의 페어를 위해서 소요되는 물량이 이정도인 것이다. 바젤 워치 페어의 중요성은 단적으로 페어 기간 동안 놀라운 금액으로 오르는 호텔 비용만 봐도 알 수 있다. 바젤 시내의 모든 호텔은 적어도 6개월 전에 예약이 끝나며, 명망 높은 호텔은 향후 10년간 바젤월드 기간 동안 예약이 되어 있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막강한 연줄과 파워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바젤 시내의 위치 좋은 호텔을 구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바젤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모두 만석이며 식당을 예약하기도 어렵다. 겨우 여의도 면적의 5배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인 바젤이 ‘시계?라는 주제 하나로 1백여 개국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시계에 대한 열기로 가득 찬다. 그만큼 시계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바젤을 찾고, 시계에 대한 중요한 일들은 모두 스위스 바젤에서 일어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시계 박람회인 것이다.
마케팅에서 세일즈까지 시계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일상적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혹은 언젠가 소유하기를 원하는 시계까지 모두 바젤이라는 도시로 모인다. 스와치와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오메가, 롤렉스, 파텍 필립 같은 럭셔리 워치 브랜드까지 모두 바젤월드에 참석해 새로운 워치를 선보이는데, 디자인뿐만 아니라 보다 정확한 시간을 기록하기 위한 기계적인 요소를 새로운 마케팅 언어로 풀어 브랜드별 부스 안에 펼쳐낸다. 1931년에 시작한 바젤 워치 페어는 이미 8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만큼 그 수준이 월등하다. 올해의 키워드는 ‘빈티지한 디자인과 첨단 기술, 소재의 결합’.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고가 제품을 선보인다는 것이 바젤 페어의 마케팅 포인트이기도 하다. 바젤역에서 트램을 타고 라인 강을 건너 5분 정도만 가면 141000m² 규모의 박람회장이 나타난다. 정교함이 생명인 시계가 주인공인 페어인 만큼 부스의 완성도 역시 놀랍다. 올해 리뉴얼한 미래 지향적인 건축 디자인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헤르조그(Herzog)와 드 뫼론(de Meuron)이 디자인했다. 일반인들은 하루에 60유로, 8일간 1백50유로를 지불하고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바이어와 프레스들은 등록을 마치면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 부스에 들어서면 박람회를 넘어서 모델 하우스, 인테리어 전시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난데, 브랜드별 부스의 인테리어를 맡은 건축가들의 이름도 쟁쟁하다. 마치 반짝이는 은하수처럼 페어장을 수놓은 스와로브스키의 부스는 지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설치미술가인 요시오카 도쿠진이 맡았고, 숲을 연상케 하는 에르메스의 거대한 부스는 일본 건축가 토요 이토가 맡았다. 물론 브랜드들이 이렇게 바젤월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 데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전 세계 프레스와 워치 바이어들의 시선이 바젤에 집중되고 1년간의 모든 판매량이 이곳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단지 우아하게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서 모든 바이어들이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하고, 시장성을 예측해 정확한 수량을 주문해야 한다. 2012년에만 스위스 시계의 판매 개수가 2천9백10만 개에 달했으니 고가 시장과 아시아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워치 시장의 규모와 페어에서 브랜드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놀라운 기술을 적용한 시계를 더 멋진 부스에서 선보여 프레스의 눈길을 사로잡고, 바이어의 지갑을 열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모든 노력이 동원되는 시계의 격전지 바젤에서 올해 새롭게 선보인 주요 브랜드의 워치 컬렉션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