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명가 뤼르통가의 부티크 호텔 La Maison Bord’ea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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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1, 2012

글 지은경(칼럼니스트 ∙ 유럽 통신원) | photographed by park gun zoo

뤼르통의 부티크 호텔 라 메종 보르도(La Maison Bord’eaux)는 그 이름에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보르도의 집’, 또 하나는 ‘물가의 집’. 실제로 보르도는 프랑스의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부르주아 지역으로 포도주의 고장이다. 좋은 포도주를 얻기 위해서는 적당한 일조량과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를 이상적으로 갖춘 곳이 바로 보르도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 보이는 보르도에서 모던한 안락함과 맛있는 뤼르통 포도주를 즐길 수 있는 부티크 호텔을 만나보자.


 

   

  

  


뤼르통가의 와인들

프랑스의 유명한 마고 생산자인 뤼르통가의 10여 개 성은 모양과 특징이 저마다 다르다. 보르도를 비롯해 메도크와 마고 지방에 넓게 분포한 성들은 해마다 최고의 포도주를 생산한다. 그들의 성 가운데 마고 와인 샤토 칸트낙을 포함해 메도크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 라 투르 드 베상은 뤼르통가의 중심을 이루는 와인 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그곳에서 생산된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세련되고 우아하며 섬세한 맛을 기본으로 하는 마고를 생산하는 브란 칸트낙 성은 보기보다는 작고 아담한 곳이다. 그러나 그 성을 둘러싼 현대적인 건축물의 포도주 공장과 창고, 연구실은 프랑스의 북부 지역인 브르타뉴 지방의 고전적인 아담한 성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나 그 앞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게 펼쳐진 포도밭은 마치 포도나무 잎사귀와 포도의 향으로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90헥타르라는 넓은 면적의 포도밭을 소유한 브란 칸트낙 성은 현대적인 설비를 갖춘 곳으로 어떤 맛도 우연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고 끊이지 않는 연구의 결실이라고 자랑한다. 그들은 뤼르통의 전통에 따라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포도를 수확하고 그 이후 전자동 시스템으로 포도를 가공하면 또다시 사람의 손길과 자연의 결정에 맡기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마고 포도주와 더불어 보르도 지방 와인 중에서도 가장 깊고 짙은 향을 지닌 메도크를 생산하는 샤토 라 투르 베상은 20헥타르의 토지 한가운데 서 있는 작은 성으로 베를린의 미니멀한 건축양식을 따라 현대적으로 설계된 곳이다. 이곳은 1254년 귀족인 블랑크 포르트가 자신의 영토를 둘러보기 위해 머물던 별장의 성이었다. 이후 이곳은 1390년까지 그의 후손들에 의해 보존되었으며 그 이후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여러 차례 전쟁이 일어나면서 여러 유명인들과 귀족들을 거쳐 프랑스의 유명 작가인 몽테스키외가 소유하였고 1972년 루시앙 뤼르통에 의해 포도주 성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메도크 와인과 마고 와인의 자존심을 걸고 연구와 수확에 몰입하여 급기야는 프랑스의 와인 성들 중 가장 중요한 포도주 성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지금은 그의 딸 중 하나인 마리 로르 뤼르통이 그 전통 깊은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La maison Bord’eaux
뤼르통가 딸들 중 하나인 브리지트 뤼르통은 보르도에 자그마한 부티크 호텔을 열었다. 보르도는 포도주 비즈니스맨과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도시지만 왜 그런지 매력적인 색을 지닌 부티크 호텔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브리지트 뤼르통은 이 점에 착안해 보르도 여행자들을 위한 아름다운 호텔을 지은 것이다. 그녀는 아직 제대로 된 포도주의 참맛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포도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은 물론 좋은 포도주를 음미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사람들이 그녀의 호텔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취하다 떠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호텔은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살롱과 한가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서재, 아침 식사를 위한 야외 테라스, 그리고 6개의 방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6개의 방은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각각의 색으로 꾸며졌다. 대학에서 색채학을 전공한 브리지트는 각 방을 화사한 분위기의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조와 콘셉트가 같은 가구들로 직접 디자인하였다. 클라리스, 장, 셀리아, 멜라니, 디에그, 아폴린. 모두 6명의 아이 이름으로 불리는 각 방의 분위기는 실제로 브리지트가 자신의 아이들의 모습과 성격을 연상시켜가며 꾸몄다고 한다. 또 호텔 곳곳에서는 현재 프랑스와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도 있어 매력적인 모습을 더한다.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 작품을 컬렉션하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에요. 사람들은 흔히 디자인적인 것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그럼으로써 빨리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디자인은 순수 미술을 바라볼 줄 아는 안목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할 때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거든요. 단순히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가끔 너무 무미건조하고 폭력적으로 다가오곤 하죠. 순수 미술을 생활에 어떻게 결합시키느냐에 따라서 누구든지 자기만의 멋진 공간으로 꾸밀 수 있죠. 그런데 순수 미술을 논하기 시작하면 모두들 어렵게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미술은 살면서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보다 지적이고 섬세한 삶을 위해 이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풀어야 할 큰 숙제와도 같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에건 열정을 갖는다는 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일이에요. 작고 낡은 아파트를 사서 그 안을 개조하고 저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정말이지 힘이 드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한 날들의 연속이었죠. 하나하나의 공간이 제가 설계한 모습대로, 또 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탄생되었을 때 느낀 희열은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각각의 방들에 머무는 사람들의 편의를 돕고 조용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힘씀과 동시에 그들에게 저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표현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저만의 표현 방법을 찾은 거죠.” 각 방의 색조와 빛의 밝기에 따라 선택한 페인팅 작품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며 공간과 어우러진다. 또 옛 프랑스식 아파트의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달팽이 계단과 도자기 타일 플로어, 그 위에 놓여 있는 필립 스탁의 가구들과 조명, 그리고 프랑스 화가들의 강렬하고 다양한 색채의 페인팅은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잘 조합되어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도 쉽게 편안함을 만끽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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