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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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7, 2026

글 고성연



초가을 아트 주간을 앞두고 지난달 중순 롯데뮤지엄에서 막을 올린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Emergence and Dissolution)〉은 반세기 넘게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을 이끌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경험하게 한다. 회화는 물론 조각과 설치, 판화, 사진, 영상까지 아우르는 1백5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화선지와 먹을 사용한 한국화 신작도 처음 공개됐다. 전시명 ‘일어나고 사라지는’은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고 변화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함축한다. 단아하면서도 기백이 흐르는 이강소표 회화로 시작하는 전시는 초입에서 대표작 ‘청명’을 원작 규모의 LED 화면으로 옮긴 신작과 거울을 통해 실재와 이미지의 경계를 묻는다. 낙동강에서 옮겨온 갈대를 거울과 함께 배치한 설치 작업 ‘여백’은 처음에는 틈 사이로 드러나지만, 다시 마주했을 때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구성했다. 이어 흙을 던지는 행위와 중력, 우연의 흔적을 받아들인 ‘던지기 조각’, 반복적인 붓질이 남긴 드로잉과 ‘청명’, ‘무제’, ‘섬에서’ 등의 회화가 펼쳐지고, 닭이 석고 가루 위에 남긴 흔적을 작업으로 삼아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무제-75031’도 접할 수 있다.


후반부 아카이브에서는 작업 도구와 사진, 기록물을 통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작업실에서 조각을 천으로 감싸 보관하던 모습에서 착안한 ‘유령조각’을 만난다. 마지막에는 1973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소멸’이 기다린다. 당시 선술집을 전시장에 들여와 운영하며 사람과 시간, 관계를 작품으로 끌어들였던 실험은 이번 전시에서 평상과 함께 관객이 머물고 대화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전시의 끝에는 “안 하던 짓을 하세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마주친다. “예상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만나는가”를 작업을 관통하는 질문으로 꼽아온 작가가 건네는, 익숙한 방식에 머물지 말고 우리 삶의 새로운 장면과 의미를 만나보라는 권유처럼 다가온다. 9월 17일에 이어 오는 10월 15일에도 진행되는 연계 프로그램 ‘미드위크 뮤지엄’에서는 프라이빗 큐레이터 투어와 함께 ‘소멸’의 주막에서 백세주와 술빵을 맛보고 공기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어린이 대상 주말 교육 프로그램도 별도로 꾸려진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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