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tage Reimag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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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1, 2026

에디터 김하얀


오랜 전통을 이어온 브랜드는 미학과 가치관, 장인 정신이 축적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다. 1백80여 년의 역사와 이를 지탱해온 공예적 유산을 품은 로에베 역시 그러하다. 로에베는 아카이브를 과거의 보존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상징적인 디자인과 디테일을 동시대의 감각으로 끊임없이 재해석하며 진화해왔다. 아마조나 백은 이러한 연속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아이코닉한 아이템이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시대에도 로에베는 역사와 혁신, 희소성과 보편성 사이의 균형을 조율하며 고유한 세계를 구축해왔고, 그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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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를 지닌 하우스의 가치는 단순히 오랜 시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통해 무엇을 축적하고 계승했으며, 또 어떻게 발전시켜왔는가다. 창립 180주년을 맞은 로에베는 아카이브를 통해 브랜드의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창작의 원천을 조명한다.

로에베에게 아카이브는 그저 보관소가 아니다. 장인 정신과 디자인 철학, 그리고 수많은 오브제가 지나온 시간의 결을 담아낸 기록이다. 창립 초기부터 가죽공예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로에베는 지갑과 핸드백, 여행 가방 같은 오브제를 통해 사용자의 삶과 함께 역사를 쌓아왔다. 상당수의 소장품이 기증을 통해 수집된 만큼, 아카이브에 보존된 작품에는 사용 흔적과 마모, 소유자의 생활 방식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와 함께 디자인 도면, 스케치, 완성품이 나란히 보존된 공간은 로에베 디자인의 진화를 보여주며 과거의 지식이 현재의 미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증명한다. 과거를 복기하는 장소라기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출발하는 창작의 근원에 가까우며, 로에베를 거쳐 간 크리에이터들이 아카이브를 가장 중요한 영감의 바탕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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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철학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오브제가 바로 아마조나 백이다. 1975년에 출시된 아마조나는 스페인이 사회적 전환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탄생했다.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체제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던 순간, 여성들은 점차 사회로 진출하며 보다 독립적인 삶을 꿈꾸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탄생한 아마조나는 불필요한 장식성을 덜고 기능성과 우아한 실루엣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등장했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 속 여성 전사 아마존에서 따왔으며, 그 안에는 자유와 독립의 의미가 담겼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아마조나는 로에베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시즌 공개된 아마조나 180 백은 그 유산을 동시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가 로에베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존의 구조적 특징은 그대로 유지하되 실루엣은 한층 유연해졌다. 싱글 토론 톱 핸들과 오픈형 구조, 숨겨진 수납공간은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실용성을 제공하며, 새롭게 선보인 더블 L 모노그램으로 하우스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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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의 역사는 제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브랜드의 시각적 세계를 구축한 인물들 역시 중요한 유산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1945년부터 1978년까지 활동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호세 페레스 데 로사스(José Pérez de Rozas)다. 그는 로에베를 가죽 공방에서 국제적인 럭셔리 하우스로 성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마드리드 그란 비아와 바르셀로나 파세이그 데 그라시아의 플래그십 스토어의 규모를 확장하며 유럽 전역에서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윈도 디스플레이와 스토어 디자인을 무대처럼 연출하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를 이어갔다. 열대 풍경과 서커스, 동물, 이국 문화에서 영감받은 그의 디스플레이는 해외 문화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당시 스페인 사회에 신선한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로에베 스토어는 판매 공간을 넘어 더 넓은 세계를 향한 통로가 되었고, 그의 예술적 비전은 지금까지도 브랜드의 DNA에 남아 있다. 이렇게 축적된 유산은 마드리드 인근 헤타페 공방으로 이어진다. 수백 명의 장인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가죽 제품을 제작하며 오랜 기술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51년간 로에베와 함께해온 장인 파코 구즈만(Paco Guzmán)은 그 전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제작과 개발, 품질 관리 등 공방의 거의 모든 과정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로에베 가죽공예 학교에서 다음 세대 장인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 과정은 기술뿐 아니라 로에베가 지켜온 기준과 철학을 함께 전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교육을 마친 신입 장인들은 별도의 훈련 과정을 거쳐 제작 현장에 투입된다. 그는 장인의 역할을 ‘해결사’라고 설명한다.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장인은 그것을 실제 오브제로 구현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이라도 반복 생산이 불가능하다면 제품으로 완성될 수 없다. 예술성과 기능성, 창의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 그것이 로에베 공예의 본질이다. 로에베에게 시간은 흘러가는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응축된 자산이다. 창립 180주년과 아마조나 백 탄생 50주년이라는 역사는 그 유산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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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s of Honoring
1846년 마드리드의 가죽 장인이 모여 탄생시킨 로에베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패션 하우스다. 자갈길 위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여정은 수공예를 정체성의 중심에 둔 독창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이어져왔다. 가죽공예를 핵심 가치로 삼는 로에베는 전통을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하우스만의 유산을 이어왔고, 특유의 유쾌한 감각을 더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올해 공개한 180주년 기념 캠페인은 이러한 역사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작가 탈리아 체트릿(Talia Chetrit)이 포착한 캠페인에는 글로벌 앰배서더 줄리아 가너를 비롯해 에스파의 지젤, 아티스트 카라 워커 등이 등장하며, 이들은 브랜드의 대표 백인 플라멩코 클러치와 퍼즐 백, 새롭게 출시한 아마조나 180 백을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하며 하우스가 지나온 시간을 하나의 장면처럼 완성했다.

캠페인과 함께 공개된 캡슐 컬렉션은 가죽 소품과 의류를 통해 구조와 소재를 다루는 브랜드의 미학을 드러냈다. 특히 비즈 자수와 가죽 참, 백 내부 등 곳곳에 적용된 사자 모티브는 ‘로에베(Loewe)’가 독일어로 ‘사자’를 의미하는 데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활용됐다. 더불어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내레이션으로 완성한 애니메이션은 로에베의 역사 속 주요 장면을 따라가며 하우스가 걸어온 시간을 되짚었고, 간행물 <1백80년 공예의 역사(180 Years of Craft)>는 아카이브 속 대표 작품과 마드리드 공방의 내부, 그리고 1970년대 스페인의 사회·정치적 배경 속에서 아마조나 백이 지녔던 의미를 한데 엮어내며 로에베의 세계를 보다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형식을 취한 각각의 프로젝트는 과거의 유산을 색다른 시선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로에베 창립 180주년을 기리는 것은 단순히 회고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하는 시도에 가깝다. 과거는 보존되고 형태는 변화하며, 그 안의 의미는 새로운 해석을 통해 현재로 이어진다. 그 시간의 층위는 오늘날 로에베를 정의하는 가장 강력한 정체성으로 남아 있다.
문의 02-3479-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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