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시학’을 담다, 〈Irreverent Forms〉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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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3, 2025

글 고성연







한국 도예를 논하자면 장인 정신과 기술에 바탕을 두고 흙을 빚어 가마에 굽는 과정에서 의미 있게 더해지는 즉흥성의 미학이 자주 소환된다. 이로써 한국 도자 고유의 ‘미적 생동감’을 선사하고, 이처럼 자유로운 접근 방식은 비대칭적이고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는 ‘불완전함’ 속에서 외려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내용의 찬사(낸시 스펙터)는 이제 익숙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도예의 전통은 오늘날 한국의 도자 작가들에게 단지 영감의 원천이기만 한 게 아니라 넘어서야 할 과제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뉴욕에 본점을 둔 글로벌 갤러리 글래드스톤 서울의 전시 공간(청담동)에서 국내 도예 작가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Irreverent Forms〉 는 도예의 유기적 미학과 결을 같이하되 ‘완성미‘와 ‘기능성‘을 구현하는 매체로 인식되어온 도예에 대한 기존 관념에 도전하는 실험이 ‘과정의 시학’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현장이다. 3인의 작가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장 원초적 재료인 점토(clay)를 사용해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실험 정신을 지향한다. 언뜻 고도의 기술을 사용한 듯 보이지만 작가가 침식되고 분해된 점토 조각을 손의 완력으로 다시 눌러 압축했다는 김주리의 ‘클레이 타블렛’ 연작, 도자 작업과 더불어 흙으로 빚은 달항아리가 물속에서 서서히 해체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인상적인 단채널 영상 〈무제〉 등을 선보인 이헌정, 그리고 퀴어적 정체성 속 보편성을 탐색하듯 나와 타자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내는 김대운의 여러 작업이 파괴와 복원, 회복이라는 생태계의 이치를 보여주듯 흥미롭게 어우러진다. 2026년 1월 3일까지.




위: 김주리, ‘휘경;揮景-h10’(2025) Ⓒ Juree Kim

이미지 제공_글래드스톤 갤러리

아래 왼쪽: 이헌정, ‘Jar’(2023) 사진_박우진

이미지 제공_글래드스톤 갤러리

아래 오른쪽: 김대운, ‘Blue Ceramic Culture Monument and Color Coordination’(2022) 사진_양이언

이미지 제공_글래드스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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