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asel Pari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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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 2024

글 고성연

‘예술’을 내세운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략적 마케팅

‘아트 바젤(Art Basel)’이란 브랜드가 유럽 문화예술의 메카로 둘째 가라면 서럽다고 투덜댈 메트로폴리스인 파리에 자리한지도 벌써 3년 째다. 2022년 피악(FIAC)이라는 파리의 전통 어린 아트 페어가 세계적인 아트 페어 브랜드인 아트 바젤에 흡수되면서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기나긴 팬데믹의 장막이 걷히는 와중에 미술 시장이 호조세를 보였던데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에 활기가 감돌았던 덕분이었다. 어쩌면 관심이 살짝 시들해질 법도 할 시기이지만 올해는 예외였다. 아무래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친 그랑 팔레에서 펼쳐지는 첫 아트 바젤 파리였기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수많은 전시, 패션쇼, 축제 등 열렸던 역사적인 행사의 장인 그랑 팔레는 이제 상당수 한국인들에게도 적어도 ‘이미지’로는 낯설지 않은 공간이 된 것 같다. 지난여름 파리 올림픽에서 근사한 경기와 값진 메달 시리즈로 우리에게도 기분 좋게 각인이 된 펜싱 경기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유난한 열기 덕분인지 프리뷰 첫 날 날씨마저 뜨거운 한여름을 방불케 했던 2024 아트 바젤 파리(10월 16일~20일) 현장! 특히 ‘마케팅’ 관점에서 보자면 럭셔리 브랜드들의 열띤 행보가 단연 시선을 사로잡았다.



●       국제적인 행사를 맞이할 때 당대의 메트로폴리스들은 단지 해당 콘텐츠가 수놓아지는 커다란 무대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린 마케팅 경연장이기도 하다. 그러모로 럭셔리 브랜드들의 메카와도 같은 파리가 미술계의 막강 페어 브랜드를 만났을 때의 시너지는 쉬이 짐작할 만하다. 내로라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미술, 디자인, 건축 등 문화 예술의 속성을 퓸은 활동을 쉴새없이 쏟아내고 있는 파리는 ‘아케팅(artketing)’이라는 합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임을 부정할 수 없으니 말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이미 매혹적인 공간과 다양한 시도가 문화 예술계에서 눈에 띄게 불거졌던 이 도시는 2022년 글로벌 아트 페어 ‘아트 바젤’의 등장으로 아트 마케팅을 둘러싼 행보를 더 거세게 끌어안게 됐다. 당시 ‘파리+ 바이 아트 바젤(Paris+ par Art Basel)’이라는 다소 어색하고 복잡한 이름으로 등장한 이 현대미술 페어는 세계 최강 아트 페어 브랜드인 ‘아트 바젤’의 모기업 스위스 MCH 그룹이 이 도시의 대표 페어였던 피악(FIAC)을 인수하면서 새롭게 업그레이드시킨 플랫폼이다. 그리고 올해로 3회를 맞이하면서 이 페어는 ‘아트 바젤 파리’라는 훨씬 더 자연스러운 공식 명칭을 갖게 됐다. 더불어 본 전시관인 그랑 팔레가 보수 공사를 마치고 페어 무대로 다시 나섰으니 전반적인 글로벌 미술 시장이 좋은 상황이 아님에도 올가을 파리에 쏠리는 시선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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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서 브랜드들의 ‘아케팅’ 행보를 따라가자면 꼬박 며칠이 걸린다. 그도 그럴 것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아트 페어와 협업을 맺는 브랜드의 전략적 마케팅만이 아니라 웬만한 글로벌 미술관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컬렉션과 기획력을 내세워 ‘블록버스터’ 전시나 창의적인 행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기세가 남달랐던 루이 비통은 아트 바젤 파리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3년 연속 아트 바젤 파리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루이 비통은 페어장(그랑 팔레 발콩 도노르)에서 브랜드와 깊은 인연을 이어온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특별전을 열었다. 그랑 팔레의 웅장한 계단 위를 떠다니는 듯한 자태의 커다란 물고기 조각은 그의 건축적 비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요소다. 이와 별개로 페어장 바깥에서 펼쳐진 ‘장외’ 행사들은 문화 예술 향유자들의 눈길을 더 끌었을지도 모르겠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파리 16구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는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팝 아트를 주제로 한 대형 전시 <팝 포에버, 톰 웨슬만 & …(Pop Forever, Tom Wesselmann & …)>을 선보였다. 루이 비통은 10월의 아트 주간 행사로 열린 2024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서 자사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에서 가장 상징적인 작품들을 빚어내온 스튜디오 캄파나와의 협업을 기념하는 전시를 LV 드림(LV Dream) 공간에서 열기도 했다. ‘캄파냐 형제’로 알려졌던 듀오 중 형인 움베르토 캄파나가 지난 2022년 작고한 페로난도 캄파나와의 추억을 돌아보는 영화를 직접 소개한 ‘아티스트 토크’도 인상적이었다. 루이 비통을 거느린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더불어 럭셔리 업계의 양대 산맥이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예술계 큰손이기도 한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현대미술품 컬렉션(‘피노 컬렉션’)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심(1구) 레알 지역의 역사적 기념물인 옛 상업거래소(Bourse de Commerce)의 인상적인 돔형 건축물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피노 컬렉션은 이번에 1960년대 국제 무대에 등장한 이탈리아 예술 운동 ‘아르떼 포베라’를 내세운 기획전을 공개했다(10월 9일부터 2025년 1월 20일까지). ‘가난한 예술’, ‘빈자의 예술’이라는 뜻을 지녔듯 일부러 ‘보잘 것 없는’ 재료들을 활용한 전위적인 예술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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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아트 바젤 파리의 퍼블릭 프로그램 공식 파트너로서 처음 나선 미우미우(Miu Miu)의 행보도 흥미로웠다. 프랑스 경제사회환경위원회의 본부이자 미우미우 런웨이 쇼 장소이기도 한 팔레 디에나에서 특별 프로젝트인 <Tales & Tellers>를 선보였는데(10월 16일~20일), 아티스트 고쉬카 마추가(Goshka Macuga)가 구상하고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인 엘비라 디앙가니 오세(Elvira Dyangani Ose)가 기획을 맡은 행사다.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풀어놓는 미우미우의 단편 영화 ‘우먼스 테일’ 시리즈 등에서 등장했던 다양한 캐릭터들이 실제로 나와 ‘퍼포먼스’를 펼쳐 패션과 여성, 예술을 창의적으로 버무려내는 경험을 선사했다.또 2011년 시작된 우먼스 테일 시리즈를 계기로 여성성, 허영심, 여성의 시선이라는 주제를 재치 있고도 나름 진지한 자세로 다뤄온 브랜드답게 이번 아트 바젤 파리 기간에 다양한 감독과 예술가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 시리즈도 진행했는데, 우리나라 예술가로는 정금형, 김소영도 참여했다.  파리발 메세나의 원조로 여겨지는 까르띠에 현대미술 재단(파리 14구)에서는 아마도 큰 호평을 얻은 전시가 아닐까 싶은 콜롬비아의 예술가 올가 드 아마랄(Olga de Amaral)의 창작 세계를 담아낸 회고전이 펼쳐지고 있다(내년 3월 16일까지).섬유를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텍스타일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전시로 파리에 들른다면 꼭 ‘발품을 팔기를 권하고 싶은 추천 목록의 하나다. 까르띠에 현대미술 재단은 설립 40주년을 맞아 도심의 유서 깊은 팔레 루아얄 광장(Place du Palais-Royal)에 새로운 전시 공간을 탄생시킬 예정이다. 현재 전시 공간에 이어 다시금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와 손잡았는데, 전시 공간만 6,500㎡에 이르는 이 새로운 미술관은 1,200㎡ 면적의 이동식 플랫폼 5개가 포함되어 건물의 표면적과 이동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고, 이 플랫폼을 활용해 높이가 최대 11m에 달하는 여러 층의 수직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아트 바젤 파리 기간에 내년 말께 문을 열 새 공간의 내부를 공개하는 VIP 프리뷰 세션을 갖기도 했다. 이처럼 브랜드들의 불꽃 튀는 ‘아트 마케팅’ 경쟁은 파리의 문화예술 산책을 갈수록 더 바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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