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서비스와 전통문화가 공존하다 Ryok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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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 2012

글·사진 이형준(사진가)

닭장을 연상시키는 협소한 비즈니스호텔이 주류를 이루는 일본의 숙박 문화. 혹여 비즈니스호텔이 일본 숙박 문화의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착각이요, 오해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개성이 돋보이는 정원, 넓은 객실, 최고의 음식을 제공하는 숙박 시설이 있다. 바로 전통 료칸(旅館)이다.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닌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서 당당히 자리한 전통 료칸은 투숙객에게 특별한 낭만과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일본 고유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료칸은 전국에 산재되어 있다. 호화로운 료칸부터 좁은 골목을 따라 터를 잡은 저렴한 료칸까지 다양하다. 료칸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고유한 숙박 문화를 경험하려면 고급 료칸이 제격이다. 도시에 자리한 호텔이 편리함에서는 앞서겠지만 많은 이들이 고가의 료칸에 숙박하기를 원한다. 어떤 투숙객은 주인의 구수한 재담이 그리워 찾고, 또 어떤 사람은 추억을 더듬기 위해 찾는다. 단순한 숙박 시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 상품인 전통 료칸에는 자랑거리가 많다. 그중 으뜸은 역시 극진한 서비스다. 흔히 편리한 시설과 친절한 종업원의 서비스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호텔이라면, 료칸에서는 시설이나 친절함은 물론이고 손님의 마음까지도 헤아려 집처럼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종의 감동 서비스 차원을 말한다. 산업의 발달로 도시보다는 작은 도시와 유명 관광지에 많이 남아 있는 전통 료칸에서 숙박은 단순히 잠을 청하고 온천을 즐기며 쉬어 가는 개념이 아니다. 료칸의 공통점은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숙객이 직접 료칸을 찾아가지만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한 료칸에서는 종업원이 공항이나 기차역까지 나와 손님을 맞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착 시간에 맞춰 ‘오카미(女將) 상’이라 칭하는 안주인이 지배인과 종업원을 대동하고 현관에서 정중하게 손님을 맞는다. 료칸 입구에 ‘환영’이란 단어와 함께 당일 투숙객의 이름을 적어놓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지금까지 필자가 투숙한 료칸은 30여 곳이 넘는다. 그중 잊을 수 없는 곳이 네 곳 정도 있다. 돗토리 현 작은 마을 미사사(三朝)에 위치한 사이키베칸(齊木別館), 가고시마 현 이부스키(指宿) 하쿠스이칸(白水館), 가가와 현 다카마쓰(高松) 하나주카이(花樹海), 니가타 현 에치고 유자와(越後湯澤) 다카한(高半) 료칸에서 경험한 감동적인 서비스는 지금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료칸의 얼굴은 안주인에 해당하는 오카미다. 전통을 중시하는 고급 료칸의 오카미는 철저한 훈련을 거쳐 양성된다. 이부자리 정리와 차(茶) 심부름 같은 사소한 과정을 두루 경험한 후 예비 오카미를 거친다. 오카미는 손님을 맞고 환송하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손님상에 오르는 음식과 정원 관리까지 모든 것을 총괄한다. 전통 료칸과 호텔의 또 다른 점 중 하나가 음식이다. 규모를 떠나 각기 서너 종류의 독특한 일품요리를 제공하는 료칸에서는 재료 선별부터 음식을 만들어 손님 식탁에 올려놓기까지 거치는 과정도 매우 까다롭다. 음식 재료 선별은 경력이 풍부한 요리장이 직접 담당하며 손님이 식사하는 시각에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온도까지도 조절한다. 기본적으로 고급 전통 료칸의 저녁 식사는 코스에 해당하는 가이세키 요리가 제공된다. 식사에 앞서 제공되는 ‘쇼쿠젠슈’라는 술(酒)을 시작으로 ‘쓰쿠라’로 불리는 생선회, 채소를 이용한 ‘다키아와세’, 그리고 마지막에 제공되는 ‘미즈모노’라는 과일까지 10~12종류의 음식이 제공된다. 따라서 처음부터 제공되는 음식을 모두 비우다 보면 배가 불러 결국에는 몇 종류의 음식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처음에는 조금씩 맛을 본 후 각 료칸에서 자랑하는 메인 요리인 메이부쓰, 생선회인 쓰쿠라 등을 즐기는 것이 좋다. 가이세키 요리라고 해도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각 료칸에서는 그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산물을 이용한 계절의 진미를 준비해 손님을 대접한다. 내륙에 위치한 사이키베칸과 다카한 료칸에서는 다양한 산나물과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바닷가에 인접한 하나주카이 료칸에서는 신선한 생선 요리를 제공한다. 또 외국인이나 전통 료칸을 처음 이용하는 손님에게는 음식에 대한 설명과 맛있게 즐기는 방법까지도 일러준다.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담한 방으로 자리를 옮기고, 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다. 투숙객이 차를 마시며 휴식을 즐기는 동안 종업원은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이부자리를 준비한다. 손님이 수면을 취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서면 오카미 상은 손님의 방을 찾아 저녁 인사로 하루의 서비스를 마친다.
전통 료칸의 아침 서비스는 차를 대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손님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활동을 개시한 것을 확인한 종업원은 아침 인사와 함께 손님을 다도실로 안내해 정성껏 준비한 차를 올린다. 손님이 차를 마시거나 정원을 산책하는 동안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아침 식사를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 아침 서비스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운영되는 료칸에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요금 체계다. 호텔은 시즌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뿐 늘 일정한 요금을 유지하는 반면에 료칸은 보다 세분화되어 있다. 동일한 시즌에 같은 방과 부대시설을 이용해도 요금의 폭이 상당히 크다. 그 이유는 음식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느 료칸이건 숙박료는 음식에 따라 좌우되고, 1인을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전통 료칸의 경우 1박 2식을 기본으로 저녁과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객실도 잠을 자는 곳을 비롯해 차를 마실 수 있는 부속실, 객실마다 독립된 욕실 등을 갖추고 있어 도시의 호텔에 비해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만큼 비용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전통 료칸은 저마다 자랑거리를 갖추고 있다. 한적한 산촌에 자리한 사이키베칸은 일상 탈출을 꿈꾸는 투숙객에게 적합하다. 잘 정리된 정원과 아늑한 객실을 갖추고 있는 사이키베칸은 일본 시골의 푸근하고 넉넉한 인심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료칸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시작되는 각종 감동 서비스와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씨는 자연스럽게 전통 료칸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마을에는 유서 깊은 불교 유적지와 작지만 흥미로운 공방, 전시장을 비롯해 한적하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장까지 두루 갖춰져 있어 심신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에 그만이다.
이부스키 해변에 자리한 하쿠스이칸은 규슈 지방을 대표하는 전통 료칸이다. 하쿠스이칸 역시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쿠스이칸 료칸의 자랑거리는 다양한 온천욕을 들 수 있다. 객실과 대형 실내외 온천탕에서 온천욕은 기본이고 사계절 바닷가에서 해풍을 배경으로 모래찜질과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모래찜질을 마친 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한적하게 수영도 할 수 있다. 대부분 전통 료칸은 독특한 온천을 갖추고 있으나 수영장이 따로 구비된 곳은 극히 드물다. 그 때문에 수영장에서 바라본 환상적인 일몰과 모래찜질은 여성 투숙객을 하쿠스이칸으로 불러 모으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과거 한·일 정상회담장과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던 료칸에는 과거에 이곳에 머물거나 깊은 인연이 있는 명사들의 사진으로 가득한데, 역대 수상과 유명 예술가, 연예인도 보인다.
시코쿠 다카마쓰에 자리한 전통 료칸 하나주카이는 낭만적인 항구와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하나주카이의 최고 자랑거리는 뛰어난 풍광이다.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머무는 객실에서 항구와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원목으로 만든 개인 욕조에서 환상적인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하나주카이 료칸은 과거에 찾았던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다카한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을 통해 유명해진 료칸이다. 소설 서두에서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라고 언급한 터널 바로 옆에 위치한 료칸은 주변 풍광이 소설 내용과 너무 흡사해 마치 소설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다카한 역시 감동적인 서비스와 맛깔스러운 음식, 온천을 빼놓을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설국> 때문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6개월 동안 머물며 <설국>을 집필했던 객실은 투숙이 불가능하지만, 당시 사용했던 집기 등을 보관해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또 모든 객실에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료칸은 기본이고 골목과 신사, 역, 오솔길, 신작로 등을 볼 수 있어 소설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든다. 전통 료칸은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다. 일본의 아이콘인 감동 서비스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료칸에 머무는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예약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감동적인 서비스는 료칸을 나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을 마친 후에도 오랫동안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TIP
사이키백칸

가는 길 인천공항에서 요나고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1시간 10분 소요. 요나고공항에서 사이키베칸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료칸 서비스를 이용해 이동.

숙박 요금 주말과 평일, 객실, 계절과 음식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아침과 저녁을 포함해 1인 기준으로 2만9천5백50~9만4천6백50엔.

예약 0858-43-0331, www.saikibekkan.co.jp 온천 남녀용 대욕탕 2개, 노천탕 2개, 객실마다 개인과 가족용 탕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먹을거리 산촌에 자리한 고급 료칸인 만큼 맛깔스러운 산채 요리가 일품.

볼거리·레저 향토 문화 전시장 : 산촌 지방의 전통문화와 공예품과 생필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 다이센 골프장 :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풍광이 뛰어난 골프장.

이부스키, 하쿠스이칸

가는 길 인천에서 가고시마까지는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1시간 30분 소요. 가고시마공항에서 하쿠스이칸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숙박 요금 주말과 평일, 객실과 저녁 식사에 따라 요금이 변동되며 아침과 저녁이 포함된 요금은 1인 기준으로 2만1천1백50~3만9천엔.

예약 0993-22-3131, www.hakusuikan.co.jp 온천 대욕탕 4개, 노천탕 2개, 객실에서 온천욕 가능.

먹을거리 바닷가에 자리한 전통 료칸으로 생선 요리와 고구마로 만든 소주가 유명함.

볼거리·레저 우오마다케 자연공원 :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접할 수 있는 곳. 가이몬다케 : ‘사쓰마의 후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산으로, 가벼운 복장으로 등반이 가능한 곳.

하나주카이

가는 길 인천에서 다카마쓰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1시간 30분 소요. 공항에서 하나주카이까지는 약 20km로, 택시를 이용할 경우 30분, 버스로 50분.

숙박 요금 주말과 평일, 객실에 따라 다르며 아침과 저녁이 포함된 1인 기준 요금은 1만6천8백~2만9천4백엔.

예약 087-861-5580, www.hanajyukai.co.jp 온천 남녀가 따로 사용하는 대욕탕과 각 객실에 개인 탕이 마련되어 있다.

먹을거리 일본에서도 유명한 항구에 자리한 료칸으로, 다양한 생선회와 우동 요리가 유명하다.

볼거리·레저 나오시마 : 과거 주택과 상점으로 사용하던 건축물을 재활용한 미술관과 새롭게 건축한 미술관이 자리한 매력적인 섬. 리쓰린 정원 : 다카마쓰 도심에 자리한 전통적인 일본 정원으로 연못과 조경이 환상적이다.

다카한 료칸

가는 길 인천에서 니가타까지 대한항공 직항 편을 이용해 1시간 40분 소요. 니가타역에서 에치고 유자와까지는 신칸센으로 50분.

숙박 요금 주말과 평일, 음식에 따라 숙박 요금이 달라지고 아침과 저녁이 포함된 요금은 1인 기준으로 1만1천5백50~2만4백75엔.

예약 025-784-3333, www.takahan.co.jp 온천 남녀가 각기 따로 사용하는 대욕탕이 있음.

먹을거리 전통적인 산채 요리가 유명함.

볼거리·레저 설국 문학산보도(雪國文學散保道) : 설국의 무대가 되었던 곳을 둘러보는 산책로. 설국관 : 소설 <설국>의 초판본을 비롯해 작가가 사용하던 찻잔과 시계, 의류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 여행은 비자 없이 3개월 동안 가능하다.

기타 정보 JNTO 서울사무소: 02-777-8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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