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more with less’를 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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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 2024

인터뷰 김민서, 고성연

Interview with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마름모꼴 그리드의 차분하면서도 경쾌한 리듬, 유리와 금속을 활용해 빚어내는 매끈한 표면과 세련된 구조미, 열린 공간과 효율성 돋보이는 서비스 디자인. ‘마천루와의 열애’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세계 유수 도시의 풍경을 자신만의 스타일과 방법론으로 수놓는 노먼 포스터의 건축 세계는 방대하고 다재다능하며 놀라울 정도로 기술적 역량이 빼어나다. 그래서 ‘하이테크 건축’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지만 그는 단호히 말한다. 기술은 문명의 일부이고, 반기술적인 태도야말로 건축과 문명에 반기를 드는 것이라고. 기술의 한계에 끝없이 도전하는 진보성, 그리고 창의적 감성을 동시에 발휘하며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그의 역량을 보면 과연 ‘동시대적 건축’이란 무엇인가를 곱씹어보게 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전시를 보며 떠오른 질문들을 지난봄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노먼 포스터에게 서면으로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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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시에 선보인 영상 중 포스터 + 파트너스가 탄소 배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Norman Foster(이하 NF)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도시 마스터플랜부터 개인 주택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맞춤형 프레임워크를 개발해왔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열 가지 주제(웰빙,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와 탄소, 이동성과 연결성, 자원과 순환 경제, 물, 토지와 생태, 사회적 형평성, 회복 탄력성과 변화를 위한 전략, 의견 수렴)를 기반으로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운영에 발생하는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면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이 제조·조달·건설 과정에 ‘숨겨져’ 있음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내재 탄소’라고 하죠. 우리는 다른 기관들과 협력해 운영 에너지와 내재 에너지를 모두 포함한 총 탄소 배출량을 정량화하는 방법론을 개발해냈습니다. 이를 통해 설계 측면에서 탄소 함량을 줄이고, 설계, 건설 및 사용 기간 동안 내재 탄소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최종 탄소 배출량을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문화, 환경, 지속 가능성 등 거의 모든 것을 고려합니다. 이러한 건축 철학을 유지하기 위한 특정한 방법론이 있는지?

NF 이제 건축 환경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현재 시점에 특히 중요하며, 이는 우리가 취하는 디자인 접근 방식의 핵심입니다. 제 작업 방식은 ‘분석’과 ‘행동’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올바른 질문을 하려고 노력하고, 조직이든 기계 시스템이든 그 작동 방식에 호기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또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항상 더 깊이 탐구하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때도 있죠. 우리는 전문 연구 유닛과 강력한 엔지니어링 팀을 포함한 진정한 다학제적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총 인원은 약 2천 명으로, 6개의 작은 스튜디오로 나뉘며, 이는 제가 주재하는 디자인 위원회가 감독합니다. 이 조직 모델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이점과 카페, 작업실 등 공동 시설과 기본 연구 투자 등 많은 장점을 제공하는 대규모 조직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고요. 런던 리버사이드의 스튜디오는 전 세계에 있는 스튜디오의 ‘모함(mothership)’으로, 대학 캠퍼스와 더 가까운 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Q 건축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된 특정 사건이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NF 1960년대부터 동료들과 함께 개척해온 주제입니다. 우리는 사회적·기술적 변화를 수용하며, 업무 공간, 고층 건물, 공항 터미널과 같은 건물 유형을 재발명하고 역사적 구조물을 재활용하는 등 기존 관습에 도전해왔습니다. 1960년대에 건축 실무에 입문했을 때, 처음 이 행성의 취약성에 관해 인식하게 됐습니다. 1962년에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화학 살충제가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했고, 우주 비행사들이 1968년 찍은 ‘지구 돋이’ 사진으로 지구의 보호 대기가 매우 얇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초기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건축적 대응을 모색하며, 토지와 에너지와 같은 소중한 자원을 절약하고 물과 폐기물을 재활용하며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추구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원칙에 익숙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혁명적이었으며 지금의 현실을 예견한 것이었죠.


Q 한국타이어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제약을 맞닥뜨렸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NF 한국타이어의 R&D 센터인 테크노돔(Technodome) 디자인은 고도로 제어된 실험실 환경부터 유연한 회의 공간까지 다양한 공간을 간단하고 상징적인 형태에 담고 있습니다. 주 건물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인접한 기숙사를 난방하는 데 사용되며, 남쪽 입구에 있는 호수는 빗물을 모아 냉방에 활용합니다.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서울 외곽에 위치한 새로운 본사 테크노플렉스(Technoplex)도 설계했죠. 이 건물은 회사가 유연한 근무 방식을 지원하고 역동적인 사무 환경을 조성하려는 바람을 상징하는 여러 주제를 담고 있어요. 건물 외관은 자연광의 사용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되었고, 유리 루버는 밀도를 다양하게 해서 건물 주위를 둘러싸 실내 조명을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공용·사회적 공간은 밝고 편안하게 설계한 반면, 작업 공간은 지능형 인공 조명 시스템이 보완된 엄격한 조명 제어를 적용했습니다. 외관은 건물 내부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반응해 독특한 시각적 정체성을 부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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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전시에 소개된 프로젝트 중 가장 도전적인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NF 런던의 블룸버그 본사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런던 중심부의 도전적인 역사적 장소, 즉 영국 은행, 세인트 폴 대성당, 세인트 스티븐 월브룩 교회 근처에 위치하면서도 브리암(BREEAM) 최고 등급인 ‘Outstanding’을 받았으며, 주요 오피스 개발 중에서 가장 높은 최종 단계 점수인 99.1%를 기록했습니다. 형태, 배치, 재료 면에서 그 장소와 시대에 맞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주변 공공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확장하는 자연스러운 도시의 연장선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독특한 측면 중 하나는 로마 미트라 신전 유적을 원래 도로보다 7m 아래로 되돌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건물 외관은 견고하지만, 내부는 예상치 못한 형태로 변화하죠. ‘보텍스(Vortex)’라는 복층 공간은 3개의 기울어진 곡선 목재 셸로 구성되어 있으며, 청동으로 덮인 ‘하이포트로코이드(hypotrochoid)’ 램프가 건물 높이를 따라 루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외관은 사암 프레임과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유리창을 그늘지게 하는 대형 청동 지느러미로 정의됩니다. 이 지느러미들은 방향과 태양 노출에 따라 크기와 각도가 변화합니다. 건물의 자연 환기 시스템으로, 공기를 끌어와 내부를 통과시킨 뒤 다시 외부로 배출해 환경을 제어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철저한 연구와 모델링을 통해 달성됐습니다.



Q 미래 지향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술과 사회적 요소를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NF 환경적, 사회적 혁신을 기술적 혁신과 분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독일 통일 후 새 의회가 된 라이히슈타크 건물이 좋은 예입니다. 대중을 상징적으로 정치인 위에 배치해 민주적 공간을 만들고 베를린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관광 명소가 되었죠. 실제로 1999년 개장 이후 4천4백만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의회가 됐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고려 사항이 진정한 디자인의 원동력이죠. 라이히슈타크는 지속 가능성의 선언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태양광, 바이오매스, 지열 에너지의 조합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한때 거대한 오염원과 에너지 소비원이었던 이 건물은 완전히 변모했죠. 탄소 배출량은 연간 7천 톤에서 4백40톤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현재 이 건물은 에너지 순생산 건물이 됐습니다.



Q 개념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미현실화된 프로젝트 중 가장 아쉬웠던 사례가 있다면요?

NF 1970년대 초반에 미래의 작업 공간인 기후사무소를 설계했습니다. 나무와 식물이 섞인 층계형 바닥으로 넓게 유리로 둘러싸여 자급자족하는 내부 미기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미국 생물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에드워드 O. 윌슨이 ‘바이오필리아’(1984)에서 인간이 자연 세계와의 연결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을 밝히기 10년 전의 일입니다. 저는 1960년대부터 건축에서 자연의 중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기후사무소는 미래에 실현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프로젝트죠.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현대 건축에서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우리가 멕시코시티 공항 터미널 설계에서 시도했던 요소들을 반영해 더욱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2018년에 새로 당선된 대통령의 정치적 제스처로 프로젝트가 취소됐습니다. 건설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라 취소 비용이 완성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더 많았을 것입니다.



Q 전시 제목처럼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미래 건축의 핵심 요소를 꼽는다면요?

NF 1960년대에 스튜디오를 창립했을 때부터 긍정적인 미래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적 의제로부터 시작하는 디자인 철학에서 비롯됐으며, 두 가지 주요한 흐름에 한 뿌리를 두고 있죠. 첫째는 전체론적이고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접근 방식, 둘째는 환경 인식으로, 이는 현재 ‘녹색운동’의 뿌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인간 중심의 디자인 철학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디자인 철학은 맥을 같이하며, 두 흐름은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한다’는 목표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도시 차원의 설계 작업에 임할 때, 거기엔 늘 희망과 낙관주의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자신감, 긍정성,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의 믿음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생각을 개척하고 사회적, 기술적 기회를 수용함으로써 관습에 도전해왔습니다. 오늘날 직면한 도전 과제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축이 본질적으로 혁신적인 행위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ART + CULTURE]


01. Intro ECOSOPHIA  보러 가기
02. Front Story  미래를 달리는 현실적 몽상가, 노먼 포스터 보러 가기
03. ‘Do more with less’를 위한 여정   Interview with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보러 가기
04. 자연에 오롯이 기대어 생각에 잠기다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의 미 보러 가기
05. 백색의 3중주  아그네스 마틴, 정상화, 리처드 마이어 보러 가기
06. 예술로 동시대와 공명하는 법  Interview with 캐롤 허(Carol Huh) 큐레이터(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보러 가기
07. 부드럽게 일렁이는 변화의 바람  2024 TEFAF 뉴욕 & 휘트니 비엔날레 보러 가기
08. 영화 속 예술, 예술 속 사유  보러 가기
09. Exhibition in Focus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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