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in full 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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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 2024

글 고성연

Art Basel in Hong Kong_2024 프리뷰

지구촌의 하늘길이 제한되었던 팬데믹 기간, 해마다 3월이면 ‘현대미술’로 물들던 홍콩의 봄을 그리워했을 다국적 문화 예술 향유자가 많았다. 글로벌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in Hong Kong)이 열리는 3월 말, 북적임 속에도 오색찬란한 매력이 흐르는 ‘아트 주간’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러다 지난해 봄 드디어 다시 개방하긴 했지만 행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여행 규제가 풀리는 바람에 지역에 따라서는 미처 발걸음을 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마스크를 쓴 얼굴이 거의 사라져버린 올봄에는 우리가 바라고 기대했던 ‘홍콩다운’ 다국적 장이 완연하게 펼쳐질까? 적어도 아트 바젤 홍콩 2024년 에디션은 단단히 채비를 한 모양새다. 오는 3월 26일 VIP 프리뷰로 시작되는 페어에 40개 국가와 지역의 2백42개 갤러리가 참가해(전년 대비 37% 증가) 팬데믹 이전 규모로의 복귀를 알렸으니 말이다. 도시 곳곳을 수놓을 다채로운 행사를 둘러싼 폭발적 열기도 얼마나 되찾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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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페어는 엄밀히 말하면 크고 작은 ‘장터’ 같은 플랫폼이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뿐 아니라 도시에 엄청난 에너지를 몰고 오며 흡사 축제가 펼쳐지는 듯 열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in Hong Kong)은 홍콩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현대미술 애호가, 더 나아가 문화 예술계에 무시 못할 존재감과 파급력을 발휘해온 글로벌 아트 페어다. 주 전시장인 홍콩 컨벤션 센터(HKCEC)를 찾는 관람객 수만 8만 명이 훌쩍 넘는데, 도시 전체로 보자면 이는 아주 적은 지분일 뿐이다. 하버 프런트의 천막을 무대로 하는 위성 아트 페어 아트 센트럴(Art Central)을 비롯해 야외의 짙은 녹음 속 ‘아트’가 영감을 북돋는 조각 공원, 다국적 인력과 자본의 조합으로 저마다 매력을 뿜어내는 문화 공간의 알찬 프로그램, ‘아트 마케팅’에 공들이는 명품 브랜드들의 세련된 부대 행사, 몸값 높은 홍콩 센트럴을 피해 도시 구석구석까지 생겨난 대안 공간이나 중소 갤러리 등 그야말로 다채롭고 복잡다단한 풍경이 펼쳐진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면서 도시 곳곳에 퍼져 있는 동선을 따라가노라면 근사하게 단장한 채(심지어 하이힐을 신은 여성도 흔하다) 하늘로 솟아 있는 고층 건물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아트 산책’을 분주하게 즐기는 다국적 인파를 구경하는 재미와 더불어 경쟁을 뚫고 예약에 성공한 딤섬 맛집을 틈틈이 섭렵하는 묘미는 홍콩만이 선사할 수 있는 ‘추억’ 아닐까. 홍콩을 둘러싼 여러 상황이 긍정적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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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장터에서 세계에 소개되는 한국 작가들
아트 바젤 홍콩이 열리는 3월 말, 이 도시의 ‘아트 주간’에는 해마다 큰 화젯거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2018년에는 센트럴 지구에 새롭게 들어선 ‘아트 특화’ 빌딩 H 퀸스(H Queen’s)가 화제의 중심이었다면, 2019년에는 센트럴 지구의 신흥 명소 타이퀀 센터 포 헤리티지 앤드 아트(Tai Kwun, Centre for Heritage & Arts)가 ‘장외 하이라이트’였다. 중앙 경찰서, 빅토리아 감옥 등 영국 식민지시대의 역사적인 정부 건물을 살려 마천루 ‘숲속의 오아시스’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그리고 타지인 입장에서는 팬데믹 기간을 건너뛰고 다시 홍콩에 입성한 첫해인 지난해에는 도시의 새 랜드마크로 ‘컨템퍼러리 비주얼 문화 뮤지엄’을 자처하는 현대미술관 M+가 주인공이었다. 워낙 긴 공사 기간을 거쳐 지칠 지경에 이르러 드디어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데다, M+ 설계를 맡은 세계적인 건축가(우리나라의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설계로 잘 알려진 스위스 건축가 듀오가 이끄는 헤어초크 앤드 드 뫼론(HdM) 건축 사무소가 M+ 프로젝트도 맡았다)를 만나 인터뷰를 할 기회도 있던 터라 필자는 지난해 봄 아트 주간에는 주로 M+에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올봄에는 아무래도 아트 바젤 홍콩의 주 전시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소화하게 될 듯싶다. 일단 페어 규모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왔을 뿐 아니라 필름 상영, 토크 같은 부대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전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페어에 참가한 한국 갤러리 목록은 대동소이한데, 우선 메인 행사장인 ‘갤러리즈(Galleries)’ 섹터에는 국제갤러리를 비롯해 PKM 갤러리, 학고재, 조현화랑, 갤러리 바톤, 아라리오, 리안, 우손 등이 포함된다. 해외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한국 작가들도 눈에 띄는데, 악셀 베르보르트 갤러리(앤트워프, 홍콩)에서 선보이는 김수자(Kimsooja)라든지 STPI(싱가포르)가 출품 명단에 올린 서도호, 이불, 양혜규 등의 작가가 있다. 갤러리의 메인 부스 내에서 주제 전시를 다루는 ‘캐비닛’ 섹터에는 33개 갤러리가 ‘솔로 프로젝트’를 들고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조현화랑이 지난해 작고한 박서보의 회화 시리즈를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대형 설치 작품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터에도 참가하는데, 시드니를 무대로 활동하는 원주민 예술가 대니얼 보이드(Daniel Boyd)의 외부 인카운터스 프로젝트가 복합 단지인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양혜규 작가의 작품 ‘컨틴전트 스피어스(Contingent Spheres’(2020, 2022)도 국제갤러리, 쿠리만주토, 샹탈 크루젤 갤러리의 협업으로 ‘인카운터스’에 선보인다. 양혜규 작가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릴 개인전을 앞두고 큐레이터 융 마(Yung Ma)의 사회로 컨버세이션스 프로그램에서 관객을 직접 만날 예정이기도 하다. 신진, 유망 작가의 개인전에 집중하는 ‘디스커버리즈(Discoveries)’ 섹터에 참가하는 한국 작가로는 사진작가 김경태(휘슬 갤러리)가 있다. 본연의 스케일을 찾은 올해 행사는 아트 바젤 홍콩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3년 첫회를 치른 이래 10년(decade)이 지난 시점인데, 마침 제2기를 이끌어나가게 된 아트 바젤 홍콩 디렉터 안젤 시양-러(Angelle Siyang-Le)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 신의 토대를 쌓았다면, 이제 다음 장은 글로벌 관점에서 아시아 아트 신에 대한 인식과 존재감을 키워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커뮤니티 차원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문화적 경험이 풍부한 시양-러 디렉터는 지난달 서울을 찾았는데 “여기서 ‘커뮤니티’는 홍콩만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커뮤니티를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미 M+를 비롯해 여러 지역의 기관들과 협업을 하거나 추진 중인데, 올해는 타이퀀을 새 파트너로 맞이했다고. “타이퀀 전체가 퍼포먼스와 설치 작품으로 가득한 대중을 위한 쇼케이스(public showcase)의 장으로 변모될 예정”이라니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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