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도 사람 같다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이 있다. 처음부터 사랑에 빠질 듯 단번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나를 무시하거나 타박하지 않는데도 어쩐지 마음이 안 가기도 하고, 초면에는 별 끌림이 없지만 갈수록 호감이 들기도 하고, 첫인상은 좋았는데 자꾸 보면 아뿔싸 싶은 안타까운 반전 사례도 있다. 물론 애초에도 아니다 싶었는데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으려 애써도 영 마음에 들지 않고 나랑은 인연이 아닌 걸로 스스로 귀결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람도 그렇듯 우리가 방문하는 도시에 대해서도 한두 번에 속단을 내리는 건 지양해야 한다.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혹은 운이 좋거나 나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저 나의 지식과 이해가 부족해서 갖게 되는 인상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저도 모르게 ‘렌즈’를 끼고 바라보는 편향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 영어로 비엔나(Vienna)라 불리는 이 도시는 필자에게 편견의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대상이다. 인간이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이미 ‘경험’해봤기에 더 고정된 이미지를 가졌던 것 같다. 학창 시절, 한여름의 배낭여행을 거친 지 수년이 지난 뒤 겨울 내내 인턴십을 하면서 수개월 체류한 적이 있어서다. 처음엔 문화 예술적 토양이 남다른 매혹의 도시로 다가왔지만 겨울의 싸늘함과 더불어 사회 전반에 흐르는 보수성이 느껴졌고, 그 이미지는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당시에도 위로를 받고 흥미를 느낀 건 전공과는 무관한 ‘예술’이었다. 휴일이면 클림트의 회화를 보러 다니고, 학생표로 콘서트홀을 방문하기도 하고, 가끔은 그 유명한 ‘자허 토르테’를 먹으며 초콜릿 스펀지케이크와 살구잼의 기막힌 조화를 음미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자연과 생명에 사랑이 지극했고 그 철학을 몸소 실천하며 살았던 괴짜 예술가 훈데르트바서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이 시기의 소득이었다.
●●● 꽤 오랜 세월이 흘러 비엔나를 다시 방문했을 때, 과거의 영광에 기대 사는 20세기의 도시로 바라봤던 나의 ‘필터’는 확증 편향의 소산이었던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성은 여전히 흐르지만 다분히 현대적인 문화와 사회적 요소가 맞물려 돌아가고, 나름의 다양성을 향한 행보가 담긴 ‘달리 보이는’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층 다채롭고 건강해진 식문화, 시민들이 주거지에서 양봉을 하고 식물을 키우는 일상의 ‘루프톱 가든’을 비롯해 푸르름 짙어진 도시 풍경, 편리한 교통 인프라.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수준을 자랑하는 동시대 미술도 눈을 사로잡았다.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에서는 마크 로스코의 초기작까지 아우르는 야무진 기획전을, 이 도시의 황금기를 수놓은 분리파의 전당 제체시온(Secession)에서는 피터 도이그 같은 걸출한 동시대 예술가의 최신작 전시를 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올겨울, 그 기억을 안은 채 오로지 ‘미술 탐방’으로 이 도시를 또다시 찾았다.
클림트에 못지않은 사랑을 받는 에곤 실레의 작품을 다수 소장한 레오폴트 뮤지엄(MQ 부지 내에 있다)에서 진행 중인 독일 가브리엘레 뮌터 전시. 한때 칸딘스키의 연인이자 예술적 동지, 지원자였지만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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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 미학을 몸소 실천했던 비엔나의 예술가 훈데르트바서의 창조 여정이 담긴 미술관 쿤스트 하우스 빈. 이 건물 옥상 정원에서는 양봉업자가 일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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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 자리한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은 유럽 최고 수준의 미술관으로 꼽힌다. 벨라스케스, 루벤스, 렘브란트, 티치아노 등 합스부르크 왕가의 세력을 말해주는 듯한 눈부신 컬렉션을 자랑하며 빼어난 수준의 근현대미술 기획전 역시 활발히 열리는, 시대를 관통하는 미술의 보고다. 현재는 태피스트리 작업을 매개로 르네상스 시대의 미학과 권력, 노사 관계 등을 다양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획전<Raphael: Gold & Silk> 가 진행 중이다. 오는 1월 14일까지. Photo by 고성연
#세상의 시선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예술전
비엔나의 거리 풍경과 더불어 시민들의 생각을 바꾼 ‘스트리트 아트’
● 6백 년 넘도록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중추였으며 지금도 수도인 비엔나. 합스부르크 왕가가 남긴 찬란한 문화 예술 유산과 살기 좋은 도시 순위권에 늘 드는 균형 잡힌 인프라를 지녔기에 비엔나 시민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21세기 들어 문화 허브로 부상한 베를린과 은근한 경쟁을 하면서도 그 콧대는 잘 꺾이지 않는다. “여기가 지루하다고 베를린에 가는데, 베를린에 가면 역시 살기에는 최고라면서 비엔나로 돌아온다니까”라거나, “우리가 도시 크기는 작아도 미술관 숫자는 베를린보다 많잖아”라는 등의 자찬을 들으면 그저 미소 지을 수밖에. 하지만 20세기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상처를 많이 받은 나라 중 하나가 오스트리아인 만큼, 다른 면모도 있다. 소위 ‘어르신’ 세대는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고 그러한 성향이 특유의 보수성과 얽혀 더 완고하게 나타나기도 했지만, 젊은 세대를 위시해 지금의 분위기는 다르다. 세계대전의 아픔을 스스로 상기하는 희생자들의 길거리 사진전이라든가 건물의 표정을 개성 있게 바꿔놓는 스트리트 아트 등으로 알 수 있는 변화다. 1, 2 비엔나 시내의 주택가 건물에 그려져 있는 스트리트 아트 작업 풍경. 남미 지역에서 공부하다 현지의 스트리트 아트 작가들에 관심을 갖게 된 야코프 카트너(Jakob Kattner)가 2014년 비엔나에서 ‘칼레 리브레(Calle Libre)’라는 스트리트 아트 축제를 창설했고, 어느새 다국적 작가(중남미 지역 작가가 많다)가 참여하는 중부 유럽 최대 규모의 행사로 성장해 매년 여름 도시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전쟁, 인종차별, 평화, 정치 풍자 등 사회 참여적 메시지를 주로 담는다. Photo by 고성연
MQ goes Green, 환경을 생각하는 문화 예술 지구
● 인구 2백만 명도 채 되지 않지만 녹지가 절반가량이나 되는 비엔나(도시권 면적은 서울시의 3분의 2 정도인 415km²)는 공원, 정원, 숲 등이 많아 걸어 다니기에 좋아 모두를 위한 ‘산책로’ 그 자체다. 흔히 ‘MQ’라 불리는 비엔나의 ‘아트 허브’ 역할을 하는 무제움스크바르티어(MuseumsQuartier) 역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원래 황실 마구간이던 MQ 부지는 역대급 문화 예술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지난 2001년 복합 공간으로 거듭났는데, 미술품 수집가 루돌프 레오폴트의 이름이 새겨진 석회암 파사드가 눈에 띄는 레오폴트를 비롯해 회색빛 현대미술관 무모크(Mumok), 어린이 미술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창의성의 보고인 Q21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이 모여 있고, 교육 시설과 아티스트 레지던스도 갖추고 있다(한국 작가들도 참여한 적이 있다). 또 안뜰에는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야외 광장을 두었는데, 이 덕분에 MQ는 ‘비엔나의 거실’이라는 애칭으로 통하기도 한다. 1 누구나 길을 걷다 보면 접할 수 있는 MQ의 공공 미술 작업(MQ는 ‘올드 마스터’의 명작을 다수 거느린 미술사 박물관까지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라 이 부근은 ‘박물관 지구’라 할 만하다). 바로크 양식 건축가 요한 베른하르트 피셔 폰 에를라흐(Johann Bernhard Fischer von Erlach) 서거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틸만 카이저(Tillman Kaiser), 조니아 라이머(Sonia Leimer) 작가와 협업해 MQ 메인 건물의 파사드에 작업했다. 사진은 건물 오른쪽 파사드를 담당한 틸만 카이저의 유기적 형태가 돋보이는 설치 작업.
2 MQ 단지 중앙에 있는, 야외 광장이 자리한 안뜰을 오갈 수 있는 여러 보행자 통로(passage)가 있는데(9개), 각기 주제를 달리해 꾸며져 있다는 점도 재미나다. 사진의 통로는 만화를 주제로 한 ‘카비네트 코믹 파사주(KABINETT comic passage)’다. 각 통로에는 관련 책자를 2유로에 구매할 수 있는 벤딩 머신도 있다. 3 MQ는 친환경 문화 지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Photo by 고성연 #고전부터 컨템퍼러리까지 아우르는 월드 클래스 컬렉션과 기획전
클림트의 색채에 빠졌다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창조혼에 경의를_벨베데레
● 날이 맑아도, 흐려도 늘 북적거리는 비엔나 최고의 명소 중 하나가 바로 벨베데레(Belvedere) 궁이다. 1683년 비엔나의 전쟁 영웅(프랑스 사보이 공의 아들이지만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 오이겐 공이 만든 여름 궁전으로, 크게 두 건물로 나뉘어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은 주로 언덕 위에 있는 상궁이다. 비엔나의 ‘세기말’ 황금기를 빚어낸 대표적인 예술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역작 ‘키스’를 비롯해 작가의 눈부신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클림트 추종자라면 반짝반짝 빛나는 장식적인 외관 덕분에 ‘금색 양배추 머리’라는 별칭이 붙은 제체시온(분리파 미술관)과 더불어 벨베데레 궁을 필수적으로 찾는다. 상궁 앞에는 프랑스풍 정원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고, 그 아래 하궁이 자리하고 있다(또 동시대 미술을 주로 다루는 벨베데레 21도 별도의 건물에서 운영되고 있다). 1, 3 벨베데레 하궁에서 선보이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seois) 전시. 1940년대 초기작 회화 작업을 작가의 조각, 드로잉, 설치, 프린트 등과 병치해 인상적인 큐레이팅 감각을 보여주는 전시로 작가의 길고 위대한 예술 여정을 느낄 수 있다. 1월 28일까지.
2 벨베데레 상궁의 전시실 창밖으로 보이는 프랑스풍 정원과 하궁의 모습. 빈 미술사 박물관이 세계 최대의 피터르 브뤼헐(16세기 플랑드르 최고의 화가) 컬렉션을 자랑한다면 벨베데레는 클림트를 바로 떠올리게 한다. 근대의 걸작부터 동시대의 정수를 품다_알베르티나
● 미술 문외한이어도, 또 미술관 이름은 모르더라도 영화 <비포 선라이즈> 촬영지라고 운을 뗀다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알베르티나(Albertina). 원래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딸인 마리아 크리스티나의 남편 알베르트 공이 살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15세기 궁전이라 일단 인테리어가 우아한 화려함을 내뿜는다. 알베르트 공은 미술품 컬렉팅에 관심이 많았기에 사후에 그의 이름을 따 ‘알베르티나’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하지만 2003년 건축가 한스 홀라인이 레노베이션을 맡아 현재의 미술관 외관은 현대적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다. 외부에서 보면 길 위에까지 날렵하게 뻗어 있는 날개 모양의 구조물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시도하겠다는 비엔나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미술관 전시 공간도 그처럼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분위기의 디자인이 교차하면서 매력적인 분위기를 빚어낸다. 1 알베르티나의 소장품 전시 <모네에서 피카소까지(Monet to Picasso> 설치 모습.
2 동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독일 현대미술가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의 전시 모습. 오는 4월 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3 외부에서 보면 날렵하게 뻗어 있는 날개 모양의 구조물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알베르티나의 건축 외관. Photo by 고성연 #비엔나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새 랜드마크들
‘스토리텔링’이 깃든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전시 공간_하이디 호르텐 컬렉션
●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도보로 3~4분 거리에 자리한 1백50년이 훌쩍 넘은 유서 깊은 미색 저택. ‘Heidi Horten Collection’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이곳은 한 컬렉터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인 아트 스페이스다. 2022년 6월 초 문을 열었는데,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 전시 공간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오스트리아 억만장자인 하이디 호르텐(1941~2022)이 마련한 공간이기도 하고, 당시 81세였던 그녀가 며칠 뒤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헬무트 호르텐이라는 거부와 결혼한 그녀는 남편이 사망한 뒤 본격적으로 ‘아트’에 큰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됐고, 되도록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차츰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6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독일어를 쓰는 신원을 파악하기 힘든 여성 고객이 무려 2천2백만 달러 규모의 작품을 사들였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1 비엔나에 새로운 활기를 더해주는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인 하이디 호르텐 컬렉션(Heidi Horten Collection) 내부.
2 1백5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저택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하이디 호르텐 컬렉션. 3 하이디 호르텐의 소장품과 더불어 기획전도 활발하게 열리는데, 아그네스 후슬라인-아르코(Agnes Husslein-Arco) 디렉터가 총괄하며 컬렉션 확장과 전시 기획에 힘쓰고 있다. 4 하이디 호르텐 컬렉션 내부에 있는 미장센이 돋보이는 티 룸. ※ 1~4 이미지 제공_하이디 호르텐 컬렉션 현대미술의 정수를 담은 새로운 장_알베르티나 모던
● 알베르티나가 근대 명화와 더불어 방대한 드로잉, 그리고 올드 마스터 프린트 작업을 소장하고 있는 유서 깊은 대형 미술관이라면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품어낼 분관으로 2020년 알베르티나 모던(Alberina Modern)이 문을 열었다. 여기서 ‘현대미술’이라 함은 주로 1945년 이후의 작품을 말한다. 알베르티나 본관에서 도보로 10분 내에 다다를 수 있는 알베르티나 모던의 소장품은 에슬과 자블론카(the Essl and Jablonka)라는 2개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하는데, 5천여 명 작가의 작품 6만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 목록 역시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스타인 같은 팝아트 작가부터 개관전 작가인 마리아 라스니그, 피필로티 리스트, 데이미언 허스트, 안젤름 키퍼 같은 동시대의 주요 작가들로 이루어졌으며, (당연하게도) 현재 오스트리아-독일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들의 수작을 보는 재미가 있다. 1 알베르티나 모던(Albertina Modern)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전시 모습. 오스트리아-독일 지역권의 현대미술가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로 사진은 개관전 작기이기도 했던 마리아 라스니그(Maria Lassnig)의 전시실이다.
2 오스트리아 출신의 예술가로 조각과 설치로 유명했던 프란츠 웨스트(Franz West, 1947~2012)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3 알베르티나 모던 건물 외관. Photo by 고성연 #차근차근 보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가는 미술 시장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경매의 메카_도로테움
● 비엔나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경매장 중 하나이자 유럽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옥션 하우스인 도로테움(Dorotheum)이 있다. 3백 년도 더 거슬러 올라간 1707년 당시 황제였던 요제프 1세가 설립한 도로테움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도로테르가세(Dorotheergasse)에 위치한 비엔나 본사를 필두로 독일,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그리고 파리와 런던, 브뤼셀, 프라하 등 유럽 주요 도시에 지점을 둔 글로벌 경매업체다. 독어권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형 옥션 하우스가 그렇듯 경매 카테고리가 무척 다양한 편인데, 올드 마스터 회화부터 19세기 회화, 모던, 컨템퍼러리, 앤티크, 아르누보, 보석, 시계, 가방 등을 아우른다. 특별 경매도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디자인, 도자기, 유리공예, 사진, 역사적인 과학 기기, 악보, 우표, 동전, 책, 자필 사인 등 범주가 다채롭다. 1백 명 넘는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세심하게 상담해주기도 한다. 1, 2 도로테르가세(Dorotheergasse)에 위치한 도로테움(Dorotheum) 비엔나 본사의 경매장 내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경매장 중 하나이자 유럽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옥션 하우스다.
3 일부 레노베이션 작업을 거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유지하고 있는 도로테움. 3백 년도 더 거슬러 올라간 1707년 당시 황제였던 요제프 1세가 설립했다. 희귀한 품목에 관심이 있다면 연간 캘린더를 미리 체크할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 영글어가는 갤러리 현장
● 사실 미술 시장을 얘기하자면 온도가 좀 달라지기는 한다. 비엔나는 명실공히 찬란한 합스부르크의 위용 넘치는 유산을 바탕으로 한 문화 예술의 인프라와 토양을 지니고 있고, 고전과 동시대를 아우르는 풍부하고 수준 높은 미술 컬렉션과 기획력도 갖춘 문화 예술 허브 도시다. 최근에는 한겨울인데도 빈 미술사 박물관 앞에 줄이 똬리를 틀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엔나가 요즘 ‘핫 데스티네이션(hot destination)이라고 하네요.” 태피스트리 전시를 설명하면서 라파엘의 예술 노동이 어째서 불공정한 계약이었는지 강조하던 한 큐레이터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매와 함께 아트 페어, 그리고 ‘갤러리 신’이 나란히 시너지를 내면서 떠받쳐줘야 하는 법이다. 경매는 도로테움이라는 큰 산맥이 있기는 하지만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브랜드 파워를 갖춘 ‘공룡’이 곁에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트 페어를 놓고 보더라도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데, 프리즈와 아트 바젤 같은 ‘메가 브랜드’가 포진한 곳이 런던, 파리, 바젤 등의 유럽 도시이기에 경쟁력을 한층 더 키워야 한다. 반드시 규모만 염두에 둔 출혈경쟁이 아니라 틈새를 개발하거나 동맹을 맺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1 마이어*카이너(Meyer*Kainer) 갤러리에서 선보인 비엔나 출신의 4인조 예술가 그룹 젤리틴(Gelitin) 전시 작품. 하이디 호르텐 컬렉션에서 작품을 소장 중인 핫한 그룹이다.
2 마르틴 얀다(Martin Janda) 갤러리에서 진행 중이던 <Svenja Deininger – Cache> 전시 모습. 3 빌드라움(Bildraum) 갤러리에서 열린 카이 필리프 트라우제네거(Kai Philip Trausenegger) 전시. 전시명은 <Auxiliary Lights>. [ART + CULTURE ’23-24 Winter SPECIAL] 01. Intro_다양성의 가치 보러 가기
02. Front Story_타이베이 비엔날레(Taipei Biennial) 2023_<Small World>_나와 너,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화두 보러 가기
03. 가장 사적인 ‘취향 페어링’을 찾아서 보러 가기 04.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도시 자체로 ‘문화예술 특별구’ 보러 가기
05.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세상의 시선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예술 보러 가기 06.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고전부터 컨템퍼러리까지 아우르는 월드 클래스 컬렉션과 기획전 보러 가기 07.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비엔나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새 랜드마크들 보러 가기 08. A Glimpse into Vienna’s Art Scene _#차근차근 보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가는 미술 시장 보러 가기 09. Interview with 마뉴엘 솔라노(Manuel Solano)_이해하고 이해받기 위한 여정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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