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장외’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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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6, 2023

에디터 고성연

The Art Week Highlights in Seoul
팬데믹 초기만 해도 치명타를 입을 것 같았던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수년간 기세 좋게 달리다가 작년에는 7만 관람객을 동원한 프리즈가 서울에 입성하면서 더 탄력을 받았다. 미술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인데, 사실 그 이후로는 글로벌 흐름과 맞물리면서 큰 폭으로 꺾인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돼왔다. 하지만 미술품 컬렉터들이 9월 아트 페어 기간을 위해 그동안 실탄을 아껴왔다는 얘기도 들리는 만큼 어떤 판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더욱이 서울행을 고대하던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 큰손 고객들의 물결이 만들어낼 ‘엔데믹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올해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을 합친 참가 갤러리 숫자는 무려 3백30여 개. 그뿐만 아니라 더 커다란 판이 전시장 넘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소위 ‘키아프리즈’ 효과가 이어진 장외 무대를 서울의 미술 지도에서 중요한 세 지역(청담 · 한남 · 삼청 지역)별로 살펴본다(극히 일부이지만).


SAMCHEONG
삼청 아트 벨트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
<김구림> 개인전 + 등

1950년대부터 다양한 매체, 장르, 주제를 넘나들며 예술의 최전선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한국 실험 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의 대규모 개인전. 1936년생인 작가는 비디오아트,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미술의 범주에서뿐만 아니라 무용, 연극,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60년대에는 섬유 회사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며 영화, 연극, 무용 등에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1960년대 말에는 ‘회화 68’, ‘AG’, ‘제4집단’ 등 예술 집단 활동을 주도하며 한국 최초의 일렉트릭 아트, 메일 아트, 실험 영화, 대지 미술, 해프닝 등을 발표했다. 이후 1973~1975년 일본에 머물며 오브제와 설치 작품, 판화 등을 통해 사물과 시간의 관계성을 탐구했다. 이번 <김구림>전에서는 한국 실험 미술의 선구이자 종합예술가로서 작가의 미술사적 성과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담론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현재진행형 작가로서 그의 행보를 살펴본다. 한편 MMCA 서울에서는 전시도 함께 열린다.

전시 기간 2024년 2월 11일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리슨갤러리_팝업 전시
<Time Curve

런던을 비롯해 세계 유수 도시에 진출한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가 ‘키아프리즈’ 주간에 북촌 이음 더 플레이스에서 개최하는 팝업 전시. 아이웨이웨이, 사라 커닝햄, 나탈리 뒤버그 & 한스 버그, 라이언 갠더, 시라제 후시아리, 애니시 커푸어, 오토봉 엥캉가, 로르 프루보, 션 스컬리 등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를 함께 소개하는 이번 기획전은 시간, 우리가 시간에 부여하는 가치,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의 다양한 인식을 주제로 다룬다. 전시 제목은 올해 초 상하이의 롱 뮤지엄에서 회고전 을 진행한 시라제 후시아리가 그린 2023년 작품에서 차용했다고. 알루미늄 벽돌로 나선형 조각을 만든 후시아리의 2022년 작품 ‘Just So’ 역시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관객을 끌어당기고 감싸는 동시에 관객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애니시 커푸어의 벽면 거울 연작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또 션 스컬리의 회화, 피터 조셉의 섬세한 아크릴 면화 연작, 안토니오 칼데라라의 작은 풍경화와 구상 회화, 그리고 동시대 사회에서 변화를 맞은 시간의 가치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라이언 갠더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기간 2023년 9월 10일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나길 30

Nathalie Djurberg & Hans Berg, ‘A Stream Stood Still ‘(35 cm)(2022)
© Nathalie Djurberg & Hans Berg, courtesy Lisson Gallery

바라캇 컨템포러리
이주요 <백 개의 카트와 그 위에>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이주요(b. 1971)는 임시적이고 가변적인 일상 재료의 조합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주어진 조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발화하면서 사회의 중심(제도 또는 시스템)과 주변부에 존재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거나 잠재된 가치를 찾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개인전 역시 작가가 2019년부터 몰두해온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20여 년간 그의 예술 실천에서 주축이 된 제도권 밖 작고 연약한 주변부에 대한 문제의식과 최근 작품의 변화하는 물성에 주목한다. ‘Of Hundred Carts and On’이라는 전시명은 작가의 모노그래프 제목 ‘Of Five Carts and On’(사무소, 2009)에서 비롯됐다. 이는 레지던시 기간이 끝나 작품을 마치 폐품처럼 5개의 카트에 쌓아 옮겨야만 했던 작가의 과거에서 비롯해 이제 ‘러브 유어 디포’를 통해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실어 돌보는 ‘카트’의 개념적이고 기능적인 점진과 그것을 둘러싼 물리적 현실을 반영한다고.

전시 기간 2023년 10월 27일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8-4



국제갤러리 서울점(K1·2·3)
애니시 커푸어 개인전 <Anish Kapoor >

국제갤러리에서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애니시 커푸어(Anish Kapoor)의 전시. 조각, 페인팅, 드로잉을 망라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을 폭넓게 소개하는 이 전시는 삼청동에 자리한 국제갤러리 K1·2·3, 전 공간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선구적인 동시대 작가로 평가받는 애니시 커푸어는 지난해 베니스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증명한 대규모 전시를 가졌는데, 특히 근래 집중해오고 있는 매체인 회화를 자신의 대표적인 검정 작품과 병치해 선보임으로써 시각예술의 물리적, 개념적 한계를 꾸준히 시험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회화와 조각에 대한 이 같은 접근법으로 전시를 꾸리는데, 서울점 K1에서 K3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성격의 건축 공간을 활용해 작품 간의 새로운 대화를 제안하며 자신의 작업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신체’에 대한 집중력을 피력한다. 다채로운 재료로 다양한 모양새의 추상적 제스처를 소개하는 본 전시는 궁극적으로 생(生)의 숭고한 격렬함, 즉 애니시 커푸어의 형식 언어를 구축하는 핵심 자원인 생의 맹렬한 숭고미를 일관되게 읊조린다.

전시 기간 2023년 10월 22일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아니쉬 카푸어 스튜디오 전경(2017)


© Anish Kapoor. All rights reserved DACS/SACK, 2023 이미지 제공_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 <사라 모리스>

2010년대 초반부터 한국 실험 미술을 재조명해온 갤러리현대와 ‘한국적 개념 미술’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 성능경(b. 1944) 작가가 함께하는 첫 전시. 전시명인 ‘망친 예술’과 ‘행각’은 삶과 예술의 경계에서 생각의 틈새를 제시하고자 하는 작가의 예술관을 응축한 키워드다. 작가는 평생 비주류적 태도를 고수하며 자신의 작품을 ‘망친 예술’로 명명함으로써 전통적인 예술 심미관을 재성찰하고, 틀에 박힌 예술의 문법과 인간 삶의 조건을 향해 질문하는 ‘행각(퍼포 먼스)’의 변주를 오늘날까지 실천하고 있다.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 1백40여 점을 엄선해 미니 회고전 형식을 띠는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신문, 사진, 행위가 융합된 ‘개념 미술’ 시기의 대표작 ‘수축과 팽창’과 ‘검지’, 1980년대 신문 보도사진을 재편집하고 이를 공간의 조건에 따른 장소 특정적
사진-설치 형식으로 풀어낸 ‘현장’ 연작,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업 미술가이자 네 아이를 둔 가장이라는 자신의 개인사를 내용으로 ‘망친 예술’을 표방하며 선보인 ‘S씨의 자손들 – 망친 사진이 아름답다’ 등의 사진과 사진 설치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이 꼬리를 무는 밀도 있는 구성으로 펼쳐낸다. ‘도시 심리학’의 차별된 세계를 보여주는 사라 모리스 개인전도 9월 7일 시작된다.

전시 기간 2023년 10월 8일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

이미지 제공_갤러리현대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파올로 살바도르 개인전

페루 리마 출신의 1990년생 작가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의 서울 첫 전시. 전시마다 직접 재료를 구하고 배합하는 치열한 준비 과정을 거치는 작가는 화면의 우아한 구성, 흐르는 듯 유연한 곡선과 겹겹이 쌓인 색채의 층, 개인적 경험과 시대를 초월해 전해져오는 신화, 그리고 인간, 식물, 동물의 조화 등 때로는 반대되고 이질적인 개념 간의 공생을 작업에 녹여낸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그가 사용하는 재료, 방법, 모티브가 갖는 역사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은 크로키 등 인체 드로잉 세션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 방식을 조사하고 인체를 형이상학적으로 다시금 바라보는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화면에 묘사된 동물이 여러 종의 특성을 결합한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인물들 또한 원초적이고
어디든 있을 법한 보편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전시 기간 2023년 9월 7일~11월 10일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1길 37

Paolo Salvador, ‘Estudio de animal y planta en verde’(2023)
이미지 제공_페레스프로젝트 서울



















HANNAMITAEWON
한남•이태원 아트 벨트

리움미술관
김범 <바위가 되는 법>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한국을 대표하는 동시대 미술 작가 김범이 지난 30여 년간 펼쳐온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대규모 서베이 전시. 김범의 단독 전시로는 최대 규모이자 국내에서 1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표 연작 ‘교육된 사물들’, ‘친숙한 고통’, ‘청사진과 조감도’, 최근 디자인 프로젝트 등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리움미술관의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에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한국 동시대 미술에 큰 영향을 준 김범의 정수를 보여준다.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 책 등 다양한 매체를 가로질러 ‘보이는 것’과 ‘실체’ 간의 간극을 절묘하게 드러내는 김범의 작품 세계는 예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반성을 담는다. 이와 더불어 프리즈 기간에 맞춰(7일 개막)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확장성을 탐구해온 강서경 작가의 <버들 북 꾀꼬리>전도 열린다.

전시 기간 2023년 12월 3일 / 12월 31일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김범, ‘두려움 없는 두려움’(1991), 종이에 잉크, 연필, 가변 크기. 이미지 제공_리움미술관. ⓒ김범. 촬영_이의록, 최요한.

스푸르스 마거스(Spruth Magers)_팝업 전시
<Mondi Possibili(가능한 세계들)>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독일 갤러리 스푸르스 마거스(Spruth Magers)의 팝업 전시. 지난 1989년 독일 쾰른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올해 네 번째를 맞이하는 스푸르스 마거스의 자체 기획 전시 전은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인 서울에서 선보인다. 갤러리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예술가와 신진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예술과 디자인의 상호작용을 발견하는 그룹 기획전으로 ‘가능한 세계들’이라는 테마 아래 평범하고 일상적인 오브제를 기이하고 흥미로운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모든 작품은 일상적이고 흔한 물건에 남아 있는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지니고 있다.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디자인적 요소가 새롭게 발견되는 지점에 주목했으며, 헨니 알프탄(Henni Alftan), 토마스 데만트(Thomas Demand), 제니 홀저(Jenny Holzer),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 등 총 23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전시 기간 2023년 9월 14일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52

Henni Alftan, ‘Armchair II’(2023), Courtesy the artist, Karma, New York and Spruth Magers

타데우스 로팍 서울
도널드 저드+요셉 보이스 개인전

올 들어 서울 전시 공간을 확장한 타데우스 로팍은 20세기를 수놓은 대가들의 전시를 각각 진행 중이다. 요셉 보이스의 개인전 <순간의 축적: 드로잉, 1950s-1980s(Reservoirs of impulse: drawings, 1950s-1980s)>와 1층 갤러리 공간에서 선보이는 요셉 보이스 개인전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그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위예술가이자 환경 운동가로 유명한 요셉 보이스의 광범위하고 다층적인 활동을 관통하는 드로잉은 그에게 개념적 사고를 구체화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됐다. 작가는 “개념은 드로잉으로부터 진화하며, 조형 이론은 다시 드로잉으로 회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층 전시 공간을 수놓은 도널드 저드 개인전은 196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초까지 30년에 걸친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로, 특히 작가의 작업 세계에 초석이 되어준 회화 작품을 3차원 작품과 함께 소개하고, 1991년 한국을 방문해 개념화한 20점의 목판화 세트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시한다.

전시 기간 2023년 10월 20일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22-1

Joseph Beuys, ‘Bewegung Rhythmus, Part C’(1962)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Joseph Beuys Estate / VG-Bildkunst, Bonn 2023 Photo_Ulrich Ghezzi
Donald Judd, ‘Untitled’(1960), 캔버스에 유화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Donald Judd Art © Judd Foundatio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_안천호


리만머핀 서울
데이비드 살레 <World People>

미국의 화가이자 저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살레(David Salle)의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 전.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최하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2020년부터 작가가 선보여온 ‘Tree of Life’ 시리즈의 최신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나는 작은 연극 무대를 연출한다”고 말하는 작가의 ‘Tree of Life’ 연작은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조형 요소와 무관하게 작품 내용을 쉽게 간파할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돼 있다. 연작에서 나타나는 시각 양식은 <뉴요커>지에 명성을 안겨준 전설적 삽화가 피터 아르노(Peter Arno)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이와 유사한 희극적 구도를 취하는 살레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상류사회 구성원부터 숲속 동물까지)는 모두 핵심 펀치라인이 부재하다. 인간·동물 소재와 구상·추상 형식이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각 작품은 활발한 동적 에너지로 들끓는다.


전시 기간 2023년 10월 28일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13

David Salle, ‘Tree of Life, Couple’(2023) (detail)
© David Salle/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가나아트 보광
안종대 개인전 <Le temps: 실상>

평면, 입체,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의 시간을 오브제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가 안종대(b. 1957)의 평면, 설치 20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 가나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90년대부터 이어진 ‘실상(Le temps, 實相)’ 연작의 현상(現狀)을 되짚는다. 1981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 가 회화를 전공한 안종대는 1988년 파리 유진 에페메르 갤러리(Usine E´phe´me`re)에서 첫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아름다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갖게 됐다. 전통적인 평면 회화 위주로 작업하던 안종대는 이를 계기로 붓을 내려놓고 홀로 묵상하는 시간을 보냈으며, 우연히 캔버스에 물을 뿌리다가 천에 스며든 물 자국과 얼룩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설치 작업을 발표했는데, ‘실상’ 연작은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일상적인 오브제를 수년에 걸쳐 자연스러운 풍화와 산화 과정에 노출시키며 그 변화의 흔적과 시간을 작업으로 엮어온 작가는 지난한 기다림과 존재론적 물음 끝에 한층 원숙해진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전시 기간 2023년 9월 17일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보광로 42

안종대, ’실상’(2018) 이미지 제공_가나아트

갤러리바톤
이재석 <극단적으로 복잡하나 매우 우아하게 설계된>

제도권 안 삶의 규격화된 양태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해 자연과 우주의 운행과 그것이 자각되는 방식에 대한 관심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작가(b. 1989)의 최근작을 살펴볼 수 있는 개인전. 모든 사물 간의 상호작용부터 우주의 항상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관여하는 중력의 오묘하며 정교한 작동 메커니즘은 직간접적으로 이재석의 작품 세계에서 근간을 이루어왔다. 예컨대 공산품의 조립도를 방불케 하는 천막과 텐트의 도해, 각 축의 균형미와 무게중심에 대한 고려, 한 치의 과장 없이 정교하게 차용한 풍경은 묘사된 공간이 현실 세계의 한 양상임을 드러낸다. 이재석의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기호의 존재와 그 함의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은 그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지름길이다. 군 복무 기간 중의 경험이 잘 용해되어 있는 그의 초기작에서부터 등장한 기호는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의 일사불란함을 위한 기계, 물품 및 한시적으로 구속된 인간들에게 작가가 도식적으로 붙인 ‘제2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 기간 2023년 9월 27일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16

이재석, ‘정렬’(2023) 이미지 제공_갤러리바톤






CHEONGDAM
청담 아트 벨트

쾨닉 서울
<Leiko Ikemura: Soul Scape Seoul>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본 출신 작가 이케무라 레이코(b. 1951)의 국내 첫 개인전 . 전시명 ‘소울 스케이프’는 풍경을 뜻하는 ‘landscape’에서 착안한 말로 내면의 삶을 뜻하고, ‘’서울’은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1980년대 초반부터 이케무라는 출생지인 일본과 거주지인 유럽에서 영감받아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며, 주제와 형식의 틀을 벗어나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최근에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사포판(Zapopan) 미술관과 베를린의 게오르크 콜베(Georg Kolbe) 미술관(2023년), 스페인 발렌시아의 예술과 과학의 도시(La Ciutat de les Arts i les Ciencies, 2022년), 바젤 미술관(2019년),
도쿄 국립미술관(2019년) 등 국제적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쾰른 미술상(2014), 독일 비평가협회상(2001) 등 많은 명예로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회화 작품 12점,
조각 작품 4점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 기간 2023년 10월 21일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12


Leiko Ikemura, ‘Pink Hair’(2019) 이미지 제공_쾨닉 서울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신디 셔먼>

동시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신디 셔먼은 셀프 포트레이트 기법을 이용해 스스로가 사진의 모델이 되어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며 탄탄한 팬덤을 쌓은 ‘스타 작가’다. 미국의 상징적인 아티스트인 그녀의 일대기를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작지만 알찬 전시가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다. 파리에 있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소장품 전시다. 신디 셔먼은 젊은 할리우드 영화배우, 역사적 인물, 광대 또는 남성같이 다양한 페르소나로 변신하며 수많은 모습을 사진에 담아왔다. 최근 인스타그램 필터를 활용한 셀피를 통해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자아의 정체성 탐구에 동참할 수 있도록 관람객과 마주하는데, 이는 남장과 사회적 정체성 탐구, 자아의 재정립 등을 통해 여성상과 남성상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을 던진다. 클래식한 흑백사진 시절부터 현대 컬러 사진까지 50여 년간 긴 호흡으로 작품 세계를 넓혀온 신디 셔먼의 대표작이 궁금하다면 에스파스 루이 비통을 찾아보자.

전시 기간 2023년 9월 17일까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54

신디 셔먼 ‘온 스테이지 – 파트 II’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_루이 비통


아뜰리에 에르메스
박미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회화의 기본 요소인 색채와 형태에 반영된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메커니즘을 집요하게 탐문해온 화가 박미나의 개인전.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시판되는 물감과 통용되는 도안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하며 특유의 시스템에 기반한 회화로 표현해왔다. 조수의 손을 빌리지 않고 홀로 작업하는데, 결과물을 언뜻 보면 단순하다. 어떠한 개성적인 혼색도 시도하지 않은 물감 그대로의 나열이거나 이미 존재하는 도상을 차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2023) 연작 역시 그러하다. 공장 생산물인 물감을 혼합하지 않은 채 정한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적용한 스트라이프와 가구 판매 사이트에서 내려 받은 도형으로 구성되어 레디메이드나 미니멀 아트에 가까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무려 1천1백34종의 물감을 작가의 붓질로 칠한 노동집약적인 결과물이다. 이 같은 작업 방법은 회화의 형식에 대한 새로운 비평적 대안이자 동시대의 사회학적 리서치로 평가받는다. .

전시 기간 2023년 10월 8일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7

박미나, ‘노란색-옷장’(부분)(2023), 캔버스에 아크릴. 이미지 제공_에르메스 재단

화이트 큐브 서울
<영혼의 형상(The Embodied Spirit)>

런던에서 시작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한 화이트 큐브는 1990년대 세계 미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친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이름이다)로 도약하며 세계적인 갤러리로 자리매김했다. 안젤름 키퍼, 안토니 곰리, 게오르그 바젤리츠, 안드레아스 거스키, 모나 하툼 등 쟁쟁한 작가 명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현대미술계의 거장 박서보 화백을 대표하는 전속 화랑 중 하나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홍콩, 뉴욕, 파리 등에 지점을 두었는데,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데 이어 올가을 도산공원 근처의 호림아트센터 건물에 300m²(약 91평)의 전시 공간을 둔 지점을 열었다. 개관전 <영혼의 형상>은 7명의 글로벌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그룹전으로 철학, 형이상학, 인간 행동의 동기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참여 작가로는 루이스 지오바넬리(Louise Giovanelli), 크리스틴 아이 추(Christine Ay Tjoe)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그리고 이진주(b. 1980)도 포함되어 있다.

전시 기간 2023년 12월 21일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6

Katharina Fritsch, ‘Hand’(2020) © the artist / DACS. Photo © Ivo Faber. Courtesy White Cube


송은
<PANORAMA>

지난 34년간 역량 있는 국내 작가를 발굴해 전시 기회를 제공하면서 그들의 작업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온 송은은 한국 미술 현장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기간을 맞이해 서로 다른 세대에서 다양한 주제와 매체를 탐구하는 16인의 작가를 소개한다. 입구에 미디어 아트 설치 작품을 선보인 홍승혜를 비롯해 권혜원, 김인배, 김지영, 류성실, 박그림, 심래정, 이재이, 이진주, 이희준, 전현선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는 각 작가가 이루는 궤적을 하나의 단어로 묶기보다는,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동선이나 떠오르는 심상에 따라 구성되는 한국 미술의 한 장면을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 중에는 ‘스페셜 프로그램’을 통해 강호연, 안나 안데렉, 김영은, 그레이코드 지인이 차례대로 지하 2층 공간을 점유하며 퍼포먼스, 사운드 설치 등 장르의 경계를 지우는 다원적 실천을 제안하기도 한다.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도슨트 투어를 무료 제공한다.

전시 기간 2023년 10월 28일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PANORAMA>전에 참여한 심래정 작가의 작품 설치 전경

지갤러리
<physical spiritual gesture>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미첼-이네스 & 내시 갤러리와 지갤러리(G Gallery)의 협업 전시. 1997년 설립된 미첼-이네스 & 내시 갤러리는 루시와 데이비드 부부가 설립했으며, 에디 마르티네즈, 사라 브라만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과 일하는데, ‘키아프리즈’ 시즌을 맞이해 지갤러리와의 협업 전시 를 통해 현재 세계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동시대 남성 작가 3명을 소개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미술 기관과 유수의 아트 페어에서 주목받는 작가 켈티 페리스(Keltie Ferris), 제라시모스 플로라토스(Gerasimos Floratos), 크리스 조핸슨(Chris Johanson) 등 3인 작가의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작가에 의해 평면 위를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스치듯이 머물거나 지나가는 붓의 흔적은 신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르고, 생각의 과정을 기록하며, 나아가 삶의 궤적을 반영한다. 세 화가의 신체와 정신, 삶을 관통하는 텍스처를 캔버스 위로 옮김으로써 중첩된 레이어로부터 다차원적 감각으로 연결되는 지각적 경험을 기대할 만하다.

전시 기간 2023년 9월 23일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748

이미지 제공_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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