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ROTIN ON TH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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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 2022

글 김수진(에디터, 디블렌트 CD)

Kiaf·Frieze Seoul 2022

한 도시 안에 다양한 특색이 존재하는 서울에 문화 예술 공간이 새로운 게임처럼 생겨나고 있는 요즘이다. 양질의 전시를 소개하면서도 공간까지 눈길을 끄는 글로벌 갤러리들의 ‘서울행’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 예술 공간과 미술에 대한 한국 컬렉터들의 관심과 열정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만큼, 글로벌 갤러리들도 서울 진출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양적, 질적 성장을 하고 있는 한국 미술 시장이 뒷받침하고, 최근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부를 축적한 ‘영 & 리치’ 컬렉터의 미술품 수집 열기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 터를 잡고 꾸준히 국내 컬렉터들의 마음을 두드려온 갤러리 페로탕의 행보가 눈에 띈다.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의 입성을 앞두고 서울 강남에 2호점을 내면서 해외 갤러리로는 최초로 강북(삼청), 강남(도산파크), 두 곳에 전시 공간을 운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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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탕의 두 번째 서울행, ‘강남’으로 확장
글로벌 아트 페어 프리즈(Frieze)가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게 되자 미술계 주요 큰손들의 입국에 발맞춰 갤러리며 미술관이며 저마다 축제의 서막을 알리고 있던 지난 8월 말, 갤러리 페로탕(Galerie Perrotin)의 움직임이 시선을 끌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2호점인 페로탕 도산파크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1989년 파리에서 문을 연 유서 깊은 갤러리, 페로탕은 2016년 서울 삼청동에 지점을 냈는데, 규모는 아담하지만 글로벌 메이저 갤러리 중 전시 공간을 낀 서울 지점을 낸 첫 사례였다. 사실 최근 수년간 상대적으로 조용한 인상을 준 편인데, 이번에 해외 갤러리 중 최초로 서울에 두 번째 전시 공간을 열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패션 하우스의 플래그십 매장이 줄줄이 늘어선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한 페로탕 도산파크는 현대적이고 하얀 파사드 덕분인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을 살짝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일본 건축가 겐타로 이시로가 이끄는 건축 사무소 KIAS가 내·외부 설계를 맡았는데, 층고 높은 2층에 걸친 전시 공간은 쾌적한 분위기에 관람하기에 편안한 동선을 지녔다.
페로탕 도산파크의 개관전으로는 영국계 미국 작가 엠마 웹스터(Emma Webster)의 개인전 <일루미나리움>이 열리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다. 이미 전 작품 ‘솔드 아웃(sold out)’에 대기자 명단까지 거느린 1989년생 작가 엠마 웹스터는 수백 년 전 풍경과 가상 현실을 오가며 기묘하게 극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을 만든다. 가상 현실(VR) 프로그램과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를 접목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는 몽환적인 풍광을 연출해내는데, 이를 통해 인간의 오만함이 부른 암담한 기후·환경 위기를 경고하기도 한다. 웹스터가 만든 화면은 SF 영화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 같다. 인간의 흔적 따위는 보이지 않고, 동식물조차 외계 행성에 존재하는 듯하다. 디지털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지만, 캐서린 태프트의 평론 글을 인용하자면, 웹스터는 빛, 부피, 정서적 표현 등에 있어서의 풍부한 양식적 방식에서 볼 수 있듯 니콜라 푸생 같은 프랑스 바로크 미술가부터 미국 모더니스트 조지아 오키프 등에 이르는 옛 대가들에 충실한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 8월 말 서울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엠마 웹스터는 푸생이 작품 구성을 위해 작은 무대장치와 왁스 모형을 만들고 조명의 각도를 조절해 정밀하게 구성된 작품을 완성해냈듯, 자신 역시 작업 초기엔 실제로 작은 조형물을 만들어 배치하거나 3D 프린팅을 통해 작품 속 공간감을 다양하게 실험하고 연구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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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증진에 한몫, 국내 작가 해외 소개에도 적극적
그동안 페로탕은 다양한 국적과 장르적 스펙트럼의 작가들을 한국에서 소개해왔다. 2016년 페로탕 삼청의 개관전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를 위시해 카우스(KAWS), 대니얼 아샴(Daniel Arsham), 베르나르 프리츠(Bernard Frize), 쉬전(Xu Zhen), 배리 맥기(Barry McGee)에 이르기까지 다국적 작가들의 전시를 꾸려왔다. 특히 무라카미 다카시를 대표 소속 작가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미스터(Mr.), 다카노 아야, 구라야 에미 등 그가 이끄는 아티스트 그룹 ‘카이카이키키’ 작가들을 선보이는 데도 적극적이다. 한국 작가들과의 인연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2014년 파리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박서보 개인전을, 2015년에는 정창섭 개인전을 선보이는 등 한국 작가들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있으며 김종학과 이배도 소속 작가로 두고 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페로탕은 영미권에서 ‘우주 예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타바레스 스트라찬(Tavares Strachan) 작가를 개인전 형식의 단독 부스를 통해 아시아에 최초로 소개했다. 미술 애호가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내년에 한국에서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최근 드라마, 영화, 음악 등 K-콘텐츠의 영향으로 한국 미술 콘텐츠 또한 세계 미술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을 접할 수 있는 인프라와 더불어 세대를 아우르는 지속적인 컬렉터의 유입과 확대, 탄탄한 한국 작가들과 문화 콘텐츠의 활발한 국제적 활동 등이 한국 미술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로탕의 한국 총괄 백효정 시니어 디렉터는 한국 시장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하면서 “한국 미술계에 대한 페로탕의 자신감을 재확인하고 서울 문화 예술계의 활기찬 성장과 함께하고자 두 곳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하게 됐다”고도 강조했다. 글로벌 갤러리들이 가세한 서울의 아트 지도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Kiaf·Frieze Seou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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